뮤지션들의 '현재' 생존기

왕년엔 안 그랬는데.

이 말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쓰는 말인가 봅니다. 어려서부터 모든 생활을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세대, 소위 '밀레니얼' 혹은 'Z세대'로 불리는 요즘 젊은 층을 보노라면 확실히 우리의 왕년과는 좀 다릅니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LP나 카세트테이프는 물론이고 CD도 이들에게는 생소해요. 스마트폰과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소비하고, 소셜미디어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이 세대가 소비의 주류로 등장하면서 팝 시장도 그에 발맞추어 변화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나오는 1995년생 티에라 왝은 15곡이 담긴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15곡이라니 대단하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앨범에 담긴 15곡 모두 1분짜리인 데다 각각의 뮤직비디오가 있습니다. 전 곡의 뮤직비디오를 다 보는 데 15분밖에 걸리지 않고요. 2001년생 뮤지션 빌리 아일리시는 BBC의 '사운드 오브 2018(Sound of 2018)'에 노미네이션 된 싱어송라이터인데요. 아직 데뷔앨범도 발표되지 않은 이 신예 뮤지션은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활동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리아나 그란데나 카디 비와 같은 뮤지션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수시로 하는데, 꼭 음악 관련 라이브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라이브가 더 많죠. 라이브를 통해 사생활을 공개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 내용을 노래로 만들기도 하고요. 밀레니얼 세대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을 소위 '덕질'하고, 그들의 스토리에 깊이 빠져듭니다. 그리고 그 몰입은 자연스럽게 음원과 공연 구매로 이어지죠.

 

모두가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닙니다. 주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죠. CD를 사서 듣는 일은 잘 없습니다. (데이터만 충분하다면) 우린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반면, 음악을 듣는 언제든 우리는 딴짓의 유혹에 노출됩니다. 톡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인스타그램을 확인해요. 용건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단지 습관적으로 하는 거예요. 그러니 스마트폰 시대의 음악이란 자칫하면 BGM이 되어버리기에 십상입니다.

그러니 필요한 거죠
주의를 잡아끌 만한 무언가가요

티에라 왝의 곡이 모두 1분인 이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휩쓸 때, 뉴스에서 그 지표로 '유튜브 조회 수'를 말한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자는 영상 없이 음악만 나오는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영상을 같이 볼 수 있는 유튜브에서 음악을 더 많이 듣고 있어요.* 유튜브가 크리에이터 프로그램에서 영상 BJ뿐 아니라 인디 뮤지션을 주요 파트너로 육성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가장 큰 경쟁자는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라 유튜브인 셈이죠.

* 관련 글: How YouTube's Domination of Streaming Clips the Market's Wings (Music Industry Blog, 2019.1.3)

 

주의를 잡아끄는 매체라면 역시 소셜미디어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소셜미디어에서 얻습니다. 그리고 뮤지션은 이를 통해 팬과 직접 소통하죠. 티에라 왝이 발표한 15곡의 뮤직비디오가 모두 1분짜리인 것은,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는 동영상의 길이 제한이 1분인 점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이슈가 될 만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팬덤이 생기고, 그 팬덤이야말로 '음악을 BGM으로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계층이니까요.

ⓒNicolas LB/Unsplash영상처럼 '시각적'인 '짧은' 콘텐츠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티스트의 '개인적인 면'과 함께
내보이는 것

이 과정에서 음악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일종의 수단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음악을 매개로 하는 어떤 스토리 콘텐츠를 밀레니얼의 방식에 맞게 기획해서 유통한다고 해야 할까요. 1분짜리 영상을 인스타에서 보며 덕질한 내 스타의 음악을 스포티파이에서 추가하는 행동이 좀 낯설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중적이어야 하는 콘텐츠는 그래왔습니다. 늘 소비자를 따라갔죠.

 

이는 밀레니얼에게만 생기는 현상도 아닙니다. 마이클 잭슨이 '스릴러'로 세계적으로 히트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뮤직비디오를 꼽습니다. 컬러TV가 막 보급되던 시기, 압도적인 스토리와 비주얼로 무장한 영상이 당시의 뉴미디어인 MTV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셈이었죠. 그 이전의 뉴미디어인 라디오 시대에는 원곡의 길이를 줄여서 라디오용으로 편집한 '라디오 에디트'라는 게 등장했었고요. 기술과 유통채널의 변화는 항상 음악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사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음악은 항상 기술과 전달방식(기타, 마이크, LP, 라디오)의 영향을 받는다.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이 널리 사용됨에 따라 현재의 팝이 성공하는 데 필요한 능력도 빠르게 바뀌었다. 이제 음악은 노래, 영상, 텍스트, 마케팅 등 여러 문화 콘텐츠의 일부로 소비된다. 대중가수의 커리어는 완전히 달라졌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라면,
결국 시장과 소비자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에 맞춰 빠르고 영리하게 대응하는 콘텐츠가 더 성공하고, 더 오래 소비자에게 사랑받겠죠. 1980년대 카세트테이프나 CD를 들고 다니며 재생할 수 있는 휴대용 플레이어가 처음 등장했고, 2000년대 초에는 아이팟과 아이튠즈가 등장하며 음악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2019년 현재는 누가 뭐래도 유튜브와 스트리밍 서비스,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시대입니다.

 

뮤지션들은 이 시대를 어떻게 대응해 나갈까요. 그리고 다음 주기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또 찾아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