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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레이터의 말: 늑대문화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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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큐레이터의 말: 늑대문화의 명과 암

큐레이터 김현성 편집 해레카
큐레이터의 말: 늑대문화의 명과 암

붉은 늑대가 나타났다

18세기 프랑스,
한 괴담이 나라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다

한 괴이한 생물체가 1764년부터 1767년까지 프랑스 남동부 로제르 주 일대를 휘젓고 다니며 100여 명 이상의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것.* 이 괴생물의 정체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으나, 당시 프랑스 정부가 군 병력과 포수를 동원해 대대적으로 야수들을 사냥한 결과 몸집이 큰 늑대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이 괴담은 '제보당의 괴수(Bête du Gévaudan)'라 불린다. 제보당은 현재의 로제르 주를 일컫는다.

 

이 이야기는 당시 서구권에서 늑대에 의한 인명피해가 만만치 않았다는 사실과 프랑스 대혁명, 앙시앙 레짐(ancien régime) 붕괴 직전의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가 결합해 괴담으로 재탄생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일은 2001년 프랑스에서 <늑대의 후예들(Le Pacte Des Loups)>이라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제보당의 괴수'를 그린 18세기 프랑스의 삽화 (자료: Wikipidia)주로 호랑이로 인명피해가 잦았던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늑대에 의한 인명피해가 적잖았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기업문화를 일컬어 늑대문화라고 명명한 것은 비단 우연이라고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의 회장 런정페이가 지휘하는 화웨이는 무서운 성장 속도로 서구의 선진 IT 기업을 위협했다. 이들의 기업문화는 상명하복과 돌관작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술 취득과 영업 관행 등 성장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글로벌 IT 기업을 생각할 때 우리가 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자유로운 복장과 수평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화웨이의 기업 문화는 IT 기업 사이에서도 특이한 문화로 인식되며 구글,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엔비디아 등과는 상당히 다른 기업이다.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문화를 가진 기업답게 화웨이는 통신장비 업계에서 놀라울 만한 성과를 기록했다. 2017년 기준 화웨이의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은 28%로 세계 1위이다. 중국 기업 ZTE의 점유율 13%를 합치면 중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41%에 이른다. 사실상 세계 통신장비 시장은 유럽의 에릭슨·노키아와 중국의 화웨이·ZTE가 양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7년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출처: Statista / 그래픽: PUBLY)화웨이는 이중 가장 큰 파이를 담당한다.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데이터 통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화웨이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3G·4G 데이터 통신 장비를 유럽 기업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화웨이의 질주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중반 무렵이다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 유출 및 휴대전화 백도어(backdoor)* 사건 등으로 명성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에 의해 컴퓨터의 기능이 무단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컴퓨터에 몰래 설치된 통신 연결 기능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은 화웨이의 불법 행위를 문제 삼았고,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자국의 통신사업에서 차츰 배제하기 시작했다.* 5G 통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2019년부터 주요 선진국의 이 같은 배제는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 관련 기사: 미·중의 '5G 전쟁', 첫 타깃은 '화웨이' (한국경제매거진, 2019.1)

화웨이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화웨이를 만들었지만 동시에 장애물이 된 늑대문화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런정페이가 1988년 처음 회사를 설립할 당시, 화웨이는 지금과 같은 통신장비 업체라기보다 기업용 다회선 전화 시스템을 위주로 다양한 상품을 세일즈하던 회사였다.

 

영국령인 홍콩에서 통신장비를 수입해 중국에 판매하는 건 당시 중국에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는 런정페이의 첫 번째 배우자인 멍쥔(孟軍)의 아버지, 즉 런정페이의 장인 멍둥보(孟東波)가 당시 쓰촨성 부성장이었던 것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런정페이의 아버지는 과거 문화대혁명 시기 반동분자로 낙인찍힌 과거가 있었기에, 런정페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인민해방군 입대조차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화웨이의 늑대문화는 1992년 디지털 프로그램 제어 교환기 개발을 시작했을 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장이었던 런정페이와 임직원은 주말과 휴가를 반납하고 개발에 몰두했고, 1993년 인민해방군에 네트워크 장비 공급을 개시하며 통신장비 거인으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때의 문화가 현재까지의 화웨이의 경영에 아직도 녹아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화웨이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화웨이는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병영과 유사한 형태의 캠프를 마련한다. 입사자는 매일 아침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화웨이의 기업문화를 배우는 수업을 수강한다. 과거 화웨이의 어려운 시절을 역할극으로 만들어 재연하는 과정도 거친다고 한다. 놀랍게도 국내 일부 대기업의 신입사원 연수 절차와 상당 부분 닮은 모습이다.

 

지금도 화웨이는 근무 강도가 높기로 이름나있다. 중국의 지도 서비스 업체 고덕지도(高德地图)가 지난 2016년 서비스 사용자 중 IT 기업 종사자의 출퇴근 시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화웨이 직원의 퇴근 시간은 평균 오후 9시 57분으로 가장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게도 2위는 텐센트(Tencent), 3위가 알리바바(Alibaba)이다.

* 관련 기사: 中 인터넷 기업 직딩 출퇴근 시간 보니…'화웨이' 직원 야근 1위? (매일경제, 2017.3.15)

 

높은 근무 강도는 물론 '화웨이 기본법'으로 알려진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도 갖추고 있다. 런정페이의 방침에 따라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 대신 철저한 종업원지주제*를 시행한다. 런정페이 본인 지분율 역시 2%대에 불과하다. 남은 98%의 지분은 모두 임직원이 보유한다.

* 회사의 경영방침과 관계법령을 통해 특별한 편의를 제공, 종업원들이 자기회사 주식을 취득하고 보유하는 제도를 말한다. (출처: 매일경제용어사전)

 

지분 역시 아무렇게나 나누는 것은 아니다. <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의 저자이자 1996년 화웨이 기본법 구성에 참여했던 우춘보(吳春波) 중국 인민대학교 인력자원 연구소장은 "화웨이에서 지분 분할은 오히려 해적이 약탈한 전리품을 나누는 치열한 생존 싸움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 관련 기사: [화웨이 2014] 가족 승계 없고 상장도 하지 않는다 (조선비즈, 2014.07.15)

 

그러나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그들의 자랑거리였던 늑대문화는 오히려 여기저기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성과를 위해 타사의 기술을 해킹하거나, 심지어는 타사 연구실에서 각종 기자재를 절도하는 등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단적인 예가 지난 2014년 독일 티모바일이 화웨이를 고소한 사건이다. 화웨이의 임직원이 티모바일 연구실에서 스마트폰 검증용 로봇 팔을 포함한 일부 부품을 절도하다가 적발됐다. 화웨이는 결국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해당 직원을 해고했으며, 티모바일 측에 480만 달러(한화 약 53억 5,900만 원) 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해야만 했다.

 

그러나 단순히 임직원의 부적절한 행위 때문에 글로벌 주요국이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배제하거나 화웨이와의 계약을 꺼리게 된 것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화웨이와 중국 정부 간의 깊은 유착 관계와 정부의 정보 활동에 시민과 기업이 의무적으로 협력할 것을 명시한 중국 국가정보법 때문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던 중국 정부는 지난 2012년, 아프리카 연합(AU) 본부 건물을 지어주겠다며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건물을 신축했다. 그리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5년간 각종 통신장비와 도청·감청 장치 등을 통해 아프리카 주요국의 의사결정을 모두 수집해 왔던 것이 파이낸셜 타임스와 르 몽드의 보도로 드러났다.*

* 관련 기사: African Union accuses China of hacking headquarters (Financial Times, 2018.1.30)

 

중국 정부는 해킹 의혹에 대해 완강히 거부했지만 떨어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웠다. 이는 5G 기술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국 통신장비 업체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중국 국가정보법과 늑대문화의 미래

중국 국가정보법 제 7조에는 아래와 같은 조항이 있다.

모든 조직과 시민은 법률에 따라 국가의 정보 작업에 지원·협조·협력해야 하며, 국가 정보 업무의 비밀을 타인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 국가는 국가 정보 작업에 지원 및 협력하는 개인과 조직을 보호한다.

第七条 : 任何组织和公民都应当依法支持、协助和配合国家情报工作,保守所知悉的国家情报工作秘密。国家对支持、协助和配合国家情报工作的个人和组织给予保护。

위 조항은 화웨이나 ZTE와 같은 통신장비 업체의 장비 설계·제조·판매 시 중국 정부가 얼마든지 선진국의 보안에 위협이 될 만한 장치를 삽입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선진국에 안겨준다.

 

화웨이나 ZTE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정부도 다른 나라 정부나 시민을 감시한다고 반박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재화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해킹 툴을 심어 전 세계에 퍼트리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했듯, 201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될 5G 통신이 퍼지면 퍼질수록 선진국의 안보 불안감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5G 통신은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른 속도로, 더 밀도 있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현재 시장에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원격의료, 자율주행 등 미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들은 모두 5G 통신의 안정적 상용화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시간 통신이라는 것은 결국 많은 양의 데이터가 지연 없이 지속해서 송수신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처럼 수많은 차량이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사고 없이 교통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밀도 데이터 송수신이 필수적이다. 화웨이는 현재 이 5G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으며, 한국의 삼성전자 역시 5G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발행한 기술백서에서 5G에 대한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이전까지 중요도가 덜했던 데이터의 쓰임새가 재발견되자, 데이터가 점점 더 국가 전략 자산화가 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A사의 통신장비가 특정 국가 특정 지역의 교통 흐름을 데이터 송수신을 통해 통제한다고 해보자. A사가 동사 통신장비에 미리 심어놓은 백도어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 후, 해킹해 사용한다면 해당 지역의 교통은 지옥이 될 것이다. 5G 기술은 사물인터넷(IoT)의 제대로 된 상용화 역시 가능케 한다. 데이터를 해킹해 특정 지역의 가전제품을 과열시켜 화재를 일으킬 수도 있고, 조명 스위치를 조작해 범죄에 사용할 수도 있다.

ⓒShutterstock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현재 자사의 주요 핵심 통신 프로젝트에 화웨이와 ZTE의 장비를 원천 배제하고 있으며, 주요 동맹국에도 이를 권고한다. 특히 미국과 정보자산을 공유하는 주요 4개 동맹국(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중 호주는 이미 호주 본국과 오세아니아 주변국의 통신 프로젝트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있다.

 

실제로 호주 정보국(Australian Secret Intelligence Service, ASIS)은 솔로몬 제도의 화웨이 해저 케이블 건설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고, 대체 프로젝트를 제시한 바 있다.* 화웨이의 성장 핵심이었던 성과주의, 상명하복식 문화, 정부와의 유착이라는 삼각대가 세계 시장에서는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 관련 기사: Huawei's undersea cable project raises red flag in Australia (Financial Times, 2017.12.29)

 

한편 런정페이 회장은 지난 1996년 화웨이 기본법을 제정하며 "향후 50년간 IPO(기업공개)는 없을 것이며, 화웨이는 순수하게 임직원으로 이루어진 공회에 의해 운영될 것이고 나는 가족들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런정페이의 장녀 멍완저우는 공공연하게 화웨이의 후계자로 거론된다. 런정페이와 그의 두 번째 부인과의 자녀 애너벨 야오(Annabel Yao)는 하버드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었으나, 최근 파리 사교계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보다는 경영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화웨이의 기업문화는 놀랍게도 과거 70~80년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한국 기업의 문화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외환 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글로벌 국가와 경쟁하기 시작하며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끔 체질 개선을 시도하기도 했다.

 

15억에 이르는 내수시장과 정부의 강력한 보호를 바탕으로 성장한 화웨이의 강점이 이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특히 정부 주도의 계획 경제가 글로벌 자유시장 경제와 지속적으로 불협화음을 내는 현재의 중국에서 화웨이가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성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연 동방의 붉은 늑대 화웨이는
어떠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4 큐레이터의 말: 늑대문화의 명과 암 마침.

독자 평가

현재까지 260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김**

    재미있게 읽었고, 중국이라는 나라의 경제적 거대함과 전략들에 대해 다시 알게 해 준 챕터입니다

  • 한**

    해외 뉴스를 정제된 언어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원문 링크도 있어서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