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 테크 기업의 상장을 기다리며

2019년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에게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이 터진 이후 테크 기업 다수가 상장을 미루는 정황을 보였는데, 2019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장 유망한 테크 기업인 우버, 에어비앤비, 슬랙,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 리프트, 인스타카트(Instacart)** 등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데이터 분석업체

** 식료품 구매대행 서비스

 

우버에서 4년째 일하는 저로서는 가지고 있어도 팔 수 없던 주식이 실제 자산으로 전환되는 순간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테크 기업에게 투자한 수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엔젤 투자자도 같은 마음이리라 생각합니다.

우버 프레이트(Uber Freight) 서비스 모습 ⓒShutterstock 저도 창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큐레이션 한 기사가 더욱 와 닿았고,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습니다. 창업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자신의 비전대로 사업을 잘 성장시키는 것이 기업가에게는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금과 결정권이 필요하고요. 그 둘을 상장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다면, 저 역시 굳이 상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자금 없이도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Market Fit)'만 증명하면 자금조달(fund-raising)을 통해 창업하는 일이 실리콘밸리에서는 통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 제품과 시장의 요구가 부합(fit)하는 것을 말한다.

 

기사를 읽어보면 자금조달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어 자금이 부족하지 않았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상장을 미루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자는 작은 기업의 상장 기피가 미국 경제의 활력을 앗아간다고 전합니다. 실제로 닷컴 버블이 터진 이후로 2016년까지 상장된 기업 수는 52%나 줄었습니다. 작은 기업이 큰 회사에 인수되거나 벤처캐피털 펀딩을 받으면서 주식시장의 변동이나 감시의 부담을 피하려고 상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상장한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고초를 토로했습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테슬라는 상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분기별로 수익을 보고하는 것이 시야의 한계를 가져오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에 옳지 않은 결정을 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본인이 운영하는 로켓 회사, 스페이스X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더 견고하고 혁신적일 수 있다고요.

* 관련 기사: lon Musk Wants to Take Tesla Private. Can He Make the Math Work? (The New York Times, 2018.8.23)

 

우버 창립자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 역시 같은 이유로 2009년부터 9년째 약 27조 원의 자금을 조달해 오면서도 상장을 미루다가 2018년 CEO가 바뀐 후에야 본격적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관련 기사: 우버, 기업공개 서류 제출.."이르면 내년 1분기 상장" (연합뉴스, 2018.12.8)

 

테크 회사의 창업가 일론 머스크와 트래비스 칼라닉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작은 기업은 미래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공격적으로 투자해야만 큰 회사와 경쟁할 수 있습니다. 상장하면 수익에 대한 부담을 가지게 되겠지요. 펀딩이 있으면 회사를 키울 수 있는데 굳이 상장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장하면 다수의 투자자 의견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하루아침에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분기별로 대중의 시험대에 올라섭니다.

하지만 사기업으로 남는 것도
그렇게 순탄한 일은 아닙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돈을 주는 사람의 '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벤처 투자자의 펀딩으로 회사를 운영하면 투자자가 자금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수 투자자가 모인 이사회 모임이 가장 어려운 미팅이 될 수 있고, 심지어 창업가가 경영 후선으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룰루레몬의 창업가 칩 윌슨(Chip Wilson)은 팟캐스트 'How I Built This'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회사를 더 빨리 성장시키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고, 사모펀드에 48%의 지분을 팝니다. 지분이 줄어들면서 결정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서둘러 2007년 상장했고, 상장하면서 회사의 경영권을 잃었다고요. 투자를 받을수록 자신의 지분이 줄어들고 그에 따른 주도권도 없어지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창업가는 높은 가격이라 해도 섣불리 투자자를 들이지도, 많은 지분을 팔지도 않습니다.

 

2018년 12월 6일 뉴욕타임스의 기사에서는 주식시장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과 2019년 경기 침체의 우려 때문에 우버와 리프트가 계획했던 것보다 서둘러 상장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크고 작은 테크 기업이 상반기에 앞다퉈 상장하는 게 2019년의 큰 뉴스거리가 될 텐데, 이런 배경을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왜 작은 기업이 상장을 피해왔는지 그리고 이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알아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가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기사를 읽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