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커플의 짜증이 늘어가는 것처럼

이제 긴 이야기의 끝이 보인다.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여전히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 질문을 살짝 바꿔보자. 나는 성공한 사람인가?

 

뭐, 그런 것 같다. 국민프로그램을 5년이나 이끌었고, 온 국민이 다 아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고작 나이 서른일곱에. 성공치고는 꽤나 화려한 성공이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일을 해본 사람은 다 안다. 성공이라는 건 화려할수록 그 그림자는 짙고 어둡다는 걸. 시상식 무대의 화려한 막을 올리기 위해 누군가는 무대 뒤에서 손이 찢어져라 줄을 당기고 있다. 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사실 처음엔 안 그랬다. <1박 2일>을 처음 만들 때, 우린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했다. 뭐가 빛이고 뭐가 그림자인지도 몰랐다. 이명한 피디, 나, 신효정 피디, 이우정 작가. 우린 같이 밤을 새우고 같이 촬영을 하고 같이 프로그램을 키워나갔다. <1박 2일>은 갓 태어난 아기처럼 싱싱했고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다. 내 새끼가 한창 클 때는 똥 기저귀 가는 것조차 즐거운 법이다. 일이 아무리 고단하고 힘들어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다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3년이 지난다. 아이는 커서 어른이 되고 프로그램은 정체기에 접어든다. 시청률은 여전히 1등이고 시청자의 반응 또한 더할 나위 없이 뜨거웠지만, 갓 태어난 아이를 키워갈 때의 그 짜릿한 보람은 없어진다. 권태기에 빠진 커플 같다. 널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말이야. 솔직히 옛날만큼 뜨겁게 사랑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드는 와중에 그래도 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걸로 봐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널 사랑해, 정도 되시겠다. 여자는 미친놈, 무슨 소리야, 하고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그런 것이다.

 

권태기 커플의 짜증이 늘어가는 것처럼, 일의 보람이 줄어드니 잊고 있었던 피로감이 몰려온다. 메인피디인 나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했으랴. 화려한 무대 뒤에서 그동안 묵묵히 줄을 잡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슬슬 앓는 소리가 들려온다. 시작은 조연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