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인간 꽤 쓸 만하네, 라는 소리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4월에 발간된 <나영석 피디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의 본문 내용을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최근에 읽은 <바텐더>라는 만화 속 구절. '열심히 한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건 아니다. 운과 재능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요즘은 만화가들이 다들 잠언가이자 경영컨설턴트인 듯하다. 어쩜 이리 대사들을 잘 쓰시는지. 어쨌든 잠시 만화 이야기를 하자면, 언급한 만화 속의 주인공 바텐더는 단순한 칵테일 제조 기술자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그는 손님들의 성향을 일일이 기억하고 그에 맞는 (게다가 맛까지 황홀한) 칵테일을 만들어내며, 혼자 온 손님이 지루해하지 않을 정도로 말을 걸 줄도 알고, 귀찮아하지 않을 정도로 말을 아낄 줄도 안다.

 

그저 술 한 잔이 아니라, '영혼을 치유하는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그는 '바'의 의미를 단순히 '술을 파는 공간'이 아닌, '지친 영혼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으로 확장한다.

 

내 생각에 직업인과 장인의 경계는 여기서 갈린다.

직업인은 그 직업이 요구하는 기술을
완벽히 습득하는 것에 그치지만,
장인은 습득한 그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기술이라는 노를 평생 저어 과연 어디에 닿을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 하나의 직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가 된다. 평생의 노력으로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채워넣어야 하는 그런 종류의 우주. 어릴 적, 미래의 꿈을 적어내라는 숙제에 가끔 '우주 정복'이라고 써오는 아이들이 있는데, 어쩌면 모든 제대로 된 성인의 목표는 '우주 정복'이 되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