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냐 7:3이냐 6:4냐, 정도의 차이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4월에 발간된 <나영석 피디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의 본문 내용을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고민이 생긴다. 고민이라기보다는 의문 같은 것. 그중 큰 것 하나. 과연 그 사람이 종사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한 직업에 불과한가, 아니면 끈질기게 추구하는 삶의 목표로서 기능하는가. 더 구체적으로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일을 하는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가.

 

뭐, 고민에 따르면 둘 다이다. 뻔한 답이긴 하지만 그렇다. 일단, 나는 피디라는 직업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지만 월급이라는 형태의 금전적인 보상이 없었다면 벌써 때려치웠을 것이다. 어쨌든 가장 아닌가. 가족도 먹여 살려야 되고 빚도 갚아야 한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일과 취미는 다른 것이니까.

 

그렇다고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이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굳이 이상의 실현 어쩌구를 들먹일 것까지도 없다. 이 일이 좋으니까 한다. 즐겁다. 더 잘하고 싶다. 끊임없이 갈고닦아 내가 종사하는 이 일의 중심이랄까, 핵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먼저 들여다보고 싶다. 끝을 보고 싶다. 뭐 이런 욕망. 이런 건 사실 돈과는 큰 관련이 없다. 좀더 순수한 욕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일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일 그 자체가 목표인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 수단이냐 목적이냐. 빚을 갚느냐 빚을 내서라도 뛰어드느냐. 이런 것일 듯하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러한 고민을 안고 산다. 그리고 살면서 자연스레 그 균형점을 맞춰나간다. 5:5냐 7:3이냐 6:4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사실 이전에는 그런 고민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저 일에 치여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기도 바빴다. 김C가 갑자기 나가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어느 날 문득, 김C가 나를 찾아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나 <1박 2일> 그만두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