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어시스트, 피디에게 날아가다

시작은 우연한 것이었다. 처음 '자유여행'을 시도했을 때 멤버들에게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할지 모든 것을 맡겨보기로 했다.

 

당시 자유여행의 리더 지원은 (멀리 지방이 아니라) 여의도 코앞에 위치한 '한강공원 난지캠핑장'으로 제작진을 이끌었다. 지극히 지원이다운 발상. 뭐 덕분에 거기까지 찾아가는 과정 자체는 재미있었다. 문제는 도착하고 난 다음. 어딜 갈지 제작진조차 미리 알 수 없었던 까닭에 복불복이고 뭐고 하나도 준비를 해오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보험이라면 있었다. 당시 복불복에 자주 쓰이던 까나리액젓부터 돌림판까지 웬만한 소품은 모두 준비해서 길을 떠난 터였으니까. 그리하여 당연한 얘기지만, 그날 저녁의 잠자리 복불복은 '돌림판 돌려 이상한 음식 먹기 대결' 비슷한 것이 되고 말았다. 레몬에서부터 매운 어묵에 까나리액젓까지, 걸리는 음식 먹고 버티기 대결.

 

결과적으로 녹화는 나름 재미가 있었지만 뭔가 허전했다. 아무래도 즉흥적으로 이런저런 게임을 하다보니 방송 분량도 좀 부족했고. 이때였다. 복불복이 끝나갈 무렵, 호동이 형이 이명한 피디를 카메라 앞으로 불러냈다.

 

매운 어묵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건 매워서 아무도 못 먹는다. 피디 당신이라면 먹을 수 있겠느냐. 차라리 당신과 내가 매운 어묵 먹기 대결을 하자. 당신이 이기면 다음부터는 당신이 제시하는 모든 일에 토를 달지 않겠다. 대신 내가 이기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우리를 퇴근시켜다오. 집이 코앞인데 왜 여기서 자야 하느냐. 집에 가고 싶다.

뭐 이런 얘기. 어시스트의 귀재 강호동의 공이 처음으로 연기자가 아닌 피디에게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자, 이 공을 받을까 말까. 시선은 명한이 형에게로 쏠린다. 옵션은 두 가지. 첫번째는 모른 체하기. 현장에서는 못 하겠다고 대충 둘러대고 나중에 이 상황은 편집한다. 다만 이렇게 되면 암묵적으로 '나는 방송에 나서서 재미있게 상황을 몰고 갈 자신이나 끼는 없는 사람이므로 지금도 앞으로도 나를 부르지 마세요'라고 인정하는 것이 된다. 뭐, 그건 그것 나름 상관은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피디가 직접 카메라 앞에서 웃겨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두번째는 용기 있게 앞으로 나서서 먹기. 다만 나서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만약 재미없고 애매하게 상황이 종료되면 피디로서의 권위랄까, 현장 분위기랄까 이런 것들이 땅에 떨어져 차라리 나서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