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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동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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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강호동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던 이유

콘텐츠 제공 문학동네 저자 나영석 편집 박효진
강호동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던 이유

뭐야 이 형, 덩치는 커다란 양반이

호동이 형은 덩치가 크다. 인상도 그렇고 이미지도 그렇고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양반이다(최소한 나에게는 그랬다). 그런데 덩치는 커다란 양반이 또 꽤나 섬세하고 소심한 구석까지 있어서 가만히 보면 그 불협화음이 선사하는 우스운 구석이 눈에 들어온다.

 

은퇴 이후, 가끔 만나 수다를 떨곤 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1박 2일> 하면서 뭐 속상했던 일이나 제작진한테 맘 상했던 거 없어?
 

있지.
 

뭔데?
 

촬영할 때 말이야. 우정이가 뭐 하지 말라고 되게 눈 부라릴 때 있잖아. 그럴 때 맘 되게 상해, 말은 안 했지만.

이 말을 듣고 엄청 웃고 말았다. 뭐야, 이 형. 덩치는 커다란 양반이. 그런 걸 아직 맘에 담아두고 있었다니. 참고로 우정이는 메인작가인 이우정 작가를 말하는데, 호동이 형보다 한참 아래 연배의 여성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 저녁 복불복을 했는데 연기자가 져서 몽땅 굶게 생겼다.
2. 촬영 자체는 웃겼고 굶는다는 설정이 재미있다는 것도 알겠으나 배가 고픈 건 호동이 형으로서는 참기 힘든 일이다.
3. 제작진 눈치를 슬슬 보며 재도전 어쩌구를 중얼거리거나 한 번만 더 하자거나 밥 한 공기만 달라는 둥 협상을 제시한다.
4. 이우정 작가가 카메라 뒤에서 눈을 부라린다.
5. 상황 종료.
물론 상황에 따라 협상에 응해주는 경우도 많다. 그게 더 재미있을 듯하면 재도전도 허락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반란은 메인작가의 눈 부라림 한 방에 진압이 되곤 했다. 뭐야, 그걸 그렇게 맘에 담아두고 있었어? 5년 동안이나? 말을 하지 그랬어. 촬영 끝난 뒤라도 얘기할 수 있잖아. 기분 나쁘다고 한마디 하지 그랬어?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 작가 선생님인데.

웃기는 거 또 한 가지는 바로 이 '작가 선생님'이라는 칭호. 이 형은 말끝마다 피디 선생님, 작가 선생님이 버릇이다. 물론 존대를 해주니 고맙기야 하지만 그래도 촌스럽지 않은가. 보통은 한 작품을 오래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호칭도 편해지고 이름을 부르게도 되는데 이 형은 늘 무슨 '선생님'인 것이다. 전형적인 시골 아저씨의 말투.

 

나를 부르는 호칭도 감독님이나 피디 선생님. 촬영장에서는 반말도 쓰지 않고 극존칭 사용. 사석에 가서야 비로소 나감독. 사석에서 술이 엄청 들어가고 나서야 아주 가끔 '영석아'라고 부른다. 나름 본인이 정해놓은 룰이 많은 사람인 것이다.

 

물론 이런 대우가 싫지는 않다. 촬영장에서는 사실 굉장히 고맙다.

리더의 헤게모니에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마련인데,
이 사람은 제작진을
늘 본인보다 상위에 올려놓는다
힘을 실어준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 권위를 받아들인다
덕분에 연출할 때 아주 편하다. 제작진의 의견에 토를 다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사실 5년간 함께 일하면서 이 형에게 도움도 많이 받고 무엇보다 많이 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양반은 누구나 인정하듯 이 바닥에서는 최고 레벨의 프로페셔널이다. 그런 사람을 5년간 바로 옆에서 봐왔으니까. 천하장사가 씨름하는 걸 매일 지켜보며 어깨너머로 기술을 훔쳐 배우는 것과도 같다.

 

그런데 또 맥이 빠지는 건 어깨너머로 훔친 이 기술들이 하나같이 그저 그런 '아주 흔한' 종류의 것들이라는 데 있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 비슷하게 말하는 '예능의 정석' 같은 건 없다. 오히려 일을 대하는 원칙이랄까, 그가 나름대로 정해놓은 일종의 '룰' 같은 것이 마음에 와닿을 때가 많았다. 몇 가지 소개를 하자면.

 

첫째, 프로그램 녹화 전날에는 개인적인 약속을 잡지 않는다. 가능하면 일찍 잠들고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녹화장에 나타난다. 여기까지야 뭐. 기본이라면 기본이고.

 

둘째, 그렇게 축적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오프닝 촬영에 쏟아붓는다. 응? 여기서부터가 문제인 것이다. 오프닝이란, KBS 본관 앞에 모여 다들 한 주간 어떻게 지냈는지 묻거나, 오늘은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 밝히는, 아주 기초적인 촬영이다. 방송에는 5분에서 7분 정도 나가는, 그야말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촬영. 하지만 이 형은 여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정도로 집중한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온몸으로 리액션을 하고 5분 나갈 방송을 1시간이 넘도록 찍는다.
 

가끔 걱정이 돼서 말릴 때도 있었다.

오프닝 찍는데 뭘 그리 힘을 빼? 좀 살살 해요. 힘든 촬영 아직 많이 남았단 말이야.

그러면 이 형은 이렇게 대답한다.

감독님, 시작이 제일 중요해요. 오프닝이 잘되면 나머지는 그냥 따라오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오프닝보다 이후의 레이스나 복불복 촬영 같은 것이 훨씬 중요한데. 보통 시작은 가볍게 하고 점점 기어를 올려 하이라이트 촬영 때 모든 걸 쏟아붓는 게 정석이잖은가. 다만 나중에 가서야 내가 이해한 바는 이렇다.

한마디로 말해 '미리 선을 긋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진행할 촬영은
'최소한 이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
재미를 담보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 것

쉽게 말해 '오프닝이 이 정도면 본 촬영은 더 재미있겠다. 또는 재미있게 만들어야겠다'라는 희망과 의무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제작진은 더 기대하게 되고 연기자들은 더 신이 나서 달리게 된다. 그러면 나머지 촬영은 자연스럽게 비슷한 완성도로 맞춰지게 된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실행하기는 어렵다. 보통 사람들은 일의 경중을 따져 무의식중에 자신의 에너지를 배분하기 마련이다. 똑똑한 사람의 함정이다. 호동이 형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경험으로 습득한 룰을 스스로 체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이 형은 그냥 알고 있는 것이다. '오프닝이 가장 중요해.' 그렇게 본인이 믿고 있고, 그렇다면 믿는 바를 어떻게든 해낸다.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이 형이 어떻게 씨름에서 천하장사가 되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씨름에 사실 비장의 기술 따위는 없다. 매일매일 연습해서 그 필요성을 스스로 납득하고 자기 기술로 만드는 것. 사실은 그게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만의 규칙 셋째, 절대 촬영내용 및 편집에 대해 제작진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 웬만한 건 모두 믿고 맡긴다. 사실 톱MC 정도 되면 연출자보다도 프로그램을 보는 시각이 나은 경우도 있다. 그러면 이런저런 참견을 하고 싶을 법도 한데. 거의 그런 법이 없다. 시키는 대로 그저 열심히 한다. 그런데 이제 와 고백하건대, 이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아, 다 글렀다. 찍소리도 못하게 하고 싶었는데…

5년 전 <1박 2일>이 탄생하기도 전, 제목도 없이 그저 '강호동이 오랜만에 KBS에서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하기로 한다'는 대강의 윤곽만 있던 시절, 이 형은 제작진으로서는 탐탁지 않은 MC였다.

 

당시 이 형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어필했었다. 어떤 프로그램이면 좋겠고, 자기는 어떤 걸 잘하고 어떤 걸 못하고, 방송시간은 어느 정도면 좋겠다 등등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솔직히 짜증도 나고 자존심도 좀 상했다. 뭐야, 그럴 거면 자기가 피디 하지… 뭐 이런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요구들이 한 번에 없어진 건, 이명한 피디가 처음으로 호동이 형과 미팅 겸 상견례를 하고 온 이후였다.

 

미팅 다음날, (당시까지만 해도 호동이 형을 TV에서만 봤던 나는) 꼬치꼬치 이런저런 질문을 이명한 피디에게 했다. 어때? 무서운 성격이야? 인상부터가 좀 아니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어?

 

이명한 피디의 대답은 의외였다.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그냥 피디님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 그러던데? 응? 진짜? 그렇게 순순히 물러났다고? 알고 보니 두 사람은 그날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 얘기부터 연출 얘기까지 수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던가. 아마도 서로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있었던 듯하다. 이 사람이라면 신뢰할 수 있다… 라는 종류의. 헤어지며 한 말이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라니.

 

그래도 후배인 나로서는 선뜻 믿음이 가지는 않았다. 술도 마셨다니 술김에 그랬겠지. 우리가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안 돼. 무조건 프로그램 히트시켜서 찍소리 못하게 만들어야지.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세상일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으니. 강호동을 메인MC로 야심차게 시작한 우리의 첫 프로젝트 <준비됐어요>는 한자를 공부한다는 유례없는 신선한 접근으로 첫 방송 시청률 7퍼센트라는 유례없이 신선한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호동이 형을 찍소리 못하게 만들기는커녕 제작진이 찍소리 못하게 생긴 것이다. 그러고도 <1박 2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의 몇 달 동안 바닥을 기는 시청률은 계속되었다. 아아. 다 글렀어. 제작진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무엇보다 호동이 형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형의 반응은 실로 쿨했다. 그 몇 달을, 시청률이 바닥을 기던 그 고난의 행군 기간을, 이 형은 정말이지 늘 한결같이 제작진에게 말했다.

잘되겠지요 뭐. 알아서 잘 만들어주십시오. 전 그냥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게 다였다. 뭐지, 이 형. 아예 포기한 건가. 아니면 원래 좀 무심한 성격인가. 의심과 궁금증이 동시에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강호동이라는 인간이 본격적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은.

선수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마치 흐림이 계속되는 일기예보처럼 5년 전 우리는 앞길이 막막했다. 시청률은 바닥이고 <1박 2일>은 아직 만들어지기 전이었다. 연기자들 얼굴 보기가 민망해서 촬영장에 나가는 것도 무서웠으니까.
 

그럼에도 불평 없이 꿋꿋한 호동이 형이 그때는 참 신기했다. 나중에 한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어떻게 버텼느냐고. 제작진도 갑갑해서 잠이 안 오던 시절인데 어떻게 참았느냐고. 우리가 결국 잘 될 줄 알았냐고. 그런데 호동이 형 대답이 걸작이다.

선수는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지. 나머지는 감독이 알아서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것 참. 이 얘기 듣고 탄복하고 말았다. 운동선수 출신다운 명언 아닌가.

 

한마디로 프로페셔널이다. 어느 구단과 계약할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따져본다. 이런저런 계약조건도 내건다. 하지만 일단 계약이 끝나면 운동에 집중한다. 운동이 나의 몫. 어떤 전략과 전술을 활용할지는 온전히 감독의 몫. 나에게 부여된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에 따르는 결과는 받아들인다. 백전백패하는 감독을 만났어도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이 감독을 믿고 시작한 것 아닌가. 왜 그것밖에 안 되냐고 탓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그 시간에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수를 보면 어떤 감독이라도 힘을 안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덕분이었을까. 힘을 낸 우리 이명한 감독은 결국 <1박 2일>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구단에 새 선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김C, 이승기, MC몽. MC몽을 제외하고는 프로에 갓 진입한 선수들. 이 사람들의 성장에 따라 미래의 팀 성적이 좌우된다는 것을 베테랑 선수인 호동이 형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슈팅에 집중하던 윤대협이 2학년이 되면서 어시스트에 집중하는 것처럼 호동이 형은 한 명씩 선수들에게 볼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형은 알고 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는 것을. 기다려주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음을. 그래서 이 형의 조련방식은 무엇보다도 독특했다. 냉정하고 빨랐다. 절대 아무에게나 볼을 주지 않았다. 모든 건 팀을 위해. 그게 이 형의 모토였다.

슈터에서 포인트가드가 된 윤대협처럼

공을 돌리는 건 쉽다. 문제는 공을 받는 선수가 패스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경기력은 가지고 있는지, 그날의 컨디션은 어떤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어떤지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가 아마추어 리그였다면 한없이 마음 좋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선수의 기량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볼을 배급하고 눈높이에 맞춰 하나하나 지도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방송이라는 것은 프로 리그다. 한없이 마음 좋게 기다려주는 곳이 아니다. 게다가 시즌 중에 들어온 새 선수들도 있다. 정석보다는 빠른 길을 택해야 한다. 얼른 제 몫을 해내는 선수로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형은 경기 당일 아침, 늘 선수들의 경기력을 체크하는 시간을 갖는다. 바로 오프닝 시간. 오프닝이 긴 것에는 또다른 숨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프닝을 진행하다보면 누가 오늘 컨디션이 좋은지, 누가 어시스트를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보인다. 그중에 가장 좋은 기량을 보이는 선수를 지목한다. 그리고 그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볼을 배급한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말을 걸어주고 리액션을 해주고 상황을 만들어준다.

 

당연히 컨디션이 좋은 그 선수는 공을 받는 족족 골로 연결시킨다. 방송은 재미있게 풀리고 덩달아 그 사람에 대한 집중도가 생기고, 그와 함께 캐릭터도 만들어진다. 시간 날 때마다 지원이를 무릎에 앉히고 '잘한다~ 잘한다~' 얼러주다보면 은초딩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하는 식이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 어쩌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원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왜 저 형은 저 친구만 좋아할까. 나에게는 왜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나를 싫어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오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형은 하나하나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빠른 패스를 받아낼 수 있는지, 패스를 받아 그날의 경기를 승리로 가져갈 수 있는지, 그 정도 기량이 있음을 증명해내는 그 순간을. 증명하기만 하면 여지없이 패스는 꽂히고 슛 찬스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공정함'이다.

집중과 편애는 한 끗 차이다
공정함을 잃는 순간
오해가 만들어지고
팀워크는 깨진다

누군가를 편애해서 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받을 기량이 있기 때문에 주는 것이다. 너도 저 기회가 탐이 난다면 최소한 패스를 받을 기량 정도는 스스로 터득해서 갖춰야 한다. 그것만 갖춰진다면 언제라도 너에게 공을 주겠다, 이런 식인 것이다.

 

어쩌면 야박해 보일 수 있는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었던 것은 호동이 형이 철저하게 유지했던 그 기회에 대한 '공정함' 때문이다. 멤버들은 누군가를 질투하기보단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이 빠른 길임을 알게 된다.

 

한 예로, <1박 2일>에서 가장 늦게 꽃을 피운 사람은 이수근이다. <준비됐어요> 시절부터 함께한 원년멤버였으나 <1박 2일>이 시작되고 나서 반년이 넘도록 그는 별다른 활약이 없는 멤버였다. 그러나 특이한 사실 하나. 호동이 형은 수근 씨를 처음부터 굉장히 아꼈다. 장래성이 보인다며 수근 씨를 처음에 멤버로 추천한 것도 호동이 형이었다. 녹화 시작 전이나 끝난 후에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람도, 따로 개인적인 만남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도 수근 씨였다.

 

그러나 녹화만 시작되면 달랐다. 호동이 형은 야박하리만치 수근 씨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사랑하되 편애하지는 않는 것이다. 대신 그가 기량이 쌓일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 반년이 지나 서서히 '취침개그' 등으로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호동이 형은 수근 씨에게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수근은 곧 버라이어티 쇼에서 가장 웃기는 개그맨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다. 수근 씨에게 부여된 기회는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고, 결국 시작은 달랐을지언정 어느 순간 멤버들은 모두 고른 활약을 보이는 슈터로 성장해 있었다.

 

이젠 멤버 중 누구에게 공을 돌려도 슛을 성공시키는 분위기. 프로그램은 그와 함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멤버들의 기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던 호동이 형도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쉬지 않았다. 멤버들에게서 눈을 돌려 다른 누군가 볼을 줄 사람이 없는지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카메라 뒤에서 사람 좋게 웃고 있는 양반, 이명한 피디가 보이기 시작했다.

#7 강호동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던 이유 마침.

독자 평가

현재까지 772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조**

    퍼블리 글을 읽으면서 눈물맺히는 감정이 생기는 글은 처음이었어요..
    빽빽한 자기계발서들 사이에 소설책같은 느낌이랄까.. 지식의 전달이라기 보다는
    개인의 삶의 경험속에 많은 공감대를 얻고 울며 웃으며 읽었네요. 잘봤습니다 너무 좋아요.

  • 강**

    나영석 PD님의 '일'과 '나'에 대한 성찰 과정, 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진솔한 글이 마치 PD님과 커피숍에 앉아서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피디의 등장, 그리고 사라진 명한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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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5개의 챕터 125분 분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