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하지 않는 미국 IT 업계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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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라인 여론조사기관 퀄트릭스(Qualtrics)의 창업자 겸 CEO 라이언 스미스(Ryan Smith)는 몇 년에 걸쳐 기업공개를 준비했다. 은행가를 만나고 꼼꼼하게 재무제표를 살폈으며, 금융가에서 좋아할 만한 홍보 메시지를 만들었다. 2주 전, 나스닥 상장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퀄트릭스 임직원에게 기업공개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회의가 열리기 조금 전, 글로벌 1위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의 CEO 빌 맥더멋(Bill McDermott)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합시다" 맥더멋이 말했다.

 

스미스는 회의실에서 기업공개에 관한 결정을 기다리던 직원들에게 전혀 다른 소식으로 놀라움을 선사했다. SAP가 80억 달러(한화 약 8조 9960억 원)의 현금을 들여 퀄트릭스를 인수한 것이다.* 80억 달러면 은행에서 제시한 퀄트릭스 기업가치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조금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며 스미스는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SAP, 퀄트릭스 80억 달러에 인수 (전자신문, 2018.11.12)

상장 직전 선매수가
IT 업계에 자주 일어나면서
미국 금융계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사라지면서 상장기업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작은 기업은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급증하는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비상장기업으로 남는 쪽을 택한다. 상장기업에 따라오는 규제와 변동성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닷컴 붕괴 직전 최고를 기록한 미국 상장기업 수는 2016년까지 52% 감소했다.

 

이로써 대기업은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 막대한 실적을 기록하며 한창 주가지수를 끌어올렸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등 거대 IT 기업이 2018년 11월 셋째 주 주요 주가지수 동반 하락을 가져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관련 기사: Amazon, Apple and Facebook Once Led the Market. Now They Are Driving It Down (The New York Times, 2018.11.19)

 

경제학자들은 대기업의 초기 스타트업 인수가 최근 미국 경제의 활력이 여러 방면에서 줄어든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이 줄어들면 기업가 정신, 사업 개발, 임금과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