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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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버클리, 소설가 로빈 슬로언은(Robin Sloan)*은 신작 집필을 도울 어시스턴트를 구했다. 바로 컴퓨터다.

* 2012년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이란 추리소설로 국내에 소개되었다.

 

소설가는 홀로 방안에 앉아 의지와 영감으로 고군분투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 슬로언은 탭(tab)만 누르면 문장을 완성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글을 쓴다.

 

AI의 발전으로 사라질 직업군에 '소설가'를 추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슬로언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컴퓨터가 창의력의 정의를 바꿔놓을 수 있음이 분명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로빈 슬로언 ⓒNew York Times데뷔작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으로 찬사를 받은 슬로언은 짤막한 문구를 먼저 적고 나중에 살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그의 신작은 자연이 되살아나는 가까운 미래의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한다. 제목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들소가 돌아왔다. 50마일 넘게 줄지어 있다.

며칠 전 슬로언이 끼적인 문구다. 이제 공업단지에 있는 어질러진 작업실에서 살을 붙이는 작업을 할 차례다.

비손은 협곡으로 모여들었다.

그다음은? 탭을 누른다. 컴퓨터에서 '뿅'하는 소리가 나더니 다음 문장을 제시한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마음에 들었다. "좋은데? 나라면 그렇게 썼을까? 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슬로언은 계속 써 내려갔다.

비손은 2년째 왔다갔다하고 있다.

탭을 누르자 컴퓨터가 제안했다. '뿅'

도시 전체가 활동 지역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문장이지만 재미있네"라고 말한 슬로언은 "좋은 문구가 나오면 바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의 한 비평가는 슬로언의 데뷔작을 두고 '기술과 그에 대한 불만에 관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은 24시간 운영하는 서점의 주인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면서 주인공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내용이다. 2012년 국내에 소개되었다. ⓒPatricia Wall/The New York Times그의 소프트웨어를 AI라고 명명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다만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슬로언의 어휘와 상상력을 촉진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어떻게 보면 햇병아리 작가가 예전부터 하던, 모방하고 싶은 작품을 습득하는 작업을 도울 뿐이다. 마치 헌터 톰슨(Hunter Thompson)*이 스콧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문체를 닮고자 <위대한 개츠비(원제: The Great Gatsby)>를 수차례 옮겨적은 것처럼.

* 조니 뎁 주연의 영화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와 <럼 다이어리>의 원작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