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신드롬, 그 시작의 시작
2014년 10월부터 12월까지 tvN에서 방송됐던 20부작 드라마 <미생>은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완성도도 높았고, 사회적 파급효과도 컸다. 특히 주인공 장그래는 특정 콘텐츠의 주인공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하는 현상적 존재로 남았다.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좋은 대본과 연출, 연기 등 많은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드라마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미생>의 강점은 디테일과 현실감에서 빛을 발했다. 제작의 전반적인 공정 관리와 기획을 맡은 이재문 프로듀서는 무대 위에 드러난 인물은 아니지만, 드라마 성공의 발판을 놓았던 숨은 인사다.
이재문 PD, 히든시퀀스
박경은(이하 생략): <미생>은 누적 조회 수 10억 건을 넘길 만큼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웹툰인데, 어떻게 드라마로 만들게 되었나요?
이재문(이하 생략): <미생>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이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는 반대했고요. <미생>이 굉장히 좋은 만화인 건 맞는데, 영상으로 옮겼을 때 한 회 분량은커녕 10분이면 끝날 얘기를 만화에선 몇 회에 걸쳐서 하거든요. 그러니 영상으로 정밀 묘사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어요. 이 정도로 인기 있는 작품을 자칫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원작에 누를 끼칠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이야기의 치밀한 전개가 드라마 <미생>에서도 큰 장점이었는데요. 마음을 바꾸고 드라마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혼자서 웹툰 <미생>을 40회 언저리까지 봤어요. 그즈음 선 차장이라는 인물이 등장하죠. 아이를 어린이집에 내려주고 전화하느라 휙 돌아서는 장면에서요.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자기를 계속 쳐다보는 모습이 거울에 비치는데, 돌아서서 무릎 꿇고 아이를 안아주면서 울어요. 그때 갑자기 탈탈 무너지더라고요. 제 아이가 딱 그만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