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된다'는 것

Editor's Comment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여기서 '어떻게'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방법이 아닌, 뜨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생각하는지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콘텐츠 기획자들 - 뜨는 콘텐츠, 어떻게 만들죠?' 첫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대중문화 분야를 10년 가까이 취재하며 콘텐츠 너머의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온 박경은 저자가 뜨는 콘텐츠를 만드는 6명의 크리에이터를 만나 던진 질문 일부를 소개합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11월 2일(금)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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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얘기되는 것 없어?20년 넘게 기자로 살면서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얘기되는 것'이란 해당 분야의 현안과 이슈, 사람들의 관심사 등 기자로서 대중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느끼는 모든 것을 말한다.

 

2010년부터 대중문화를 취재 분야로 삼으면서 내 관심의 촉은 대중이 즐기는 콘텐츠를 향해 있었다. TV나 라디오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 뿐 아니라 유튜브, SNS 등 뉴미디어에 이르기까지 홍수처럼 쏟아지는 콘텐츠의 바다를 헤맸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걸 많이 봐서 좋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내 취향보다 대중의 취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앞세워야 한다는 게 이 일의 큰 고통이다.

*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전통'으로 구분되는 포맷의 미디어. 신문이나 지상파 방송 등을 일컫는다.

ⓒMike Ackerman/Unsplash

일반적인 대중문화 기사는 주류 트렌드의 흐름을 살피고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대상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다룬다. 하지만 내 관심과 애정은 주로 신선하고 발랄한 시도를 향했다. 대중의 호응을 받고 인기를 끄는 콘텐츠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선도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큰 재미이자 나름의 보람이었다.

 

내가 대중문화 분야를 취재하던 초기부터 케이블 채널에 주로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만 해도 지상파에 포커스가 맞춰진 시청률 평가 관행 때문에 미디어가 케이블 프로그램을 다루는 빈도는 지상파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현장도 마찬가지다. 톱스타부터 신인 배우, 혹은 아이돌 연습생도 있었고 드라마 작가와 연출자, 현장 스태프와 기획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접했다. 톱스타에게선 그만의 아우라가 있었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도 풍겼다. 그럼에도 내 호기심을 끌었던 이들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얼굴, 주인공보다 더 존재감을 빛내는 조연들이었다.

 

오랜 내공과 실력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 경험은 길지 않더라도 그 안에 내재된 에너지와 열정은 고스란히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사연을 기사로 썼다. 그들의 숨겨진 팬들이 해당 기사에 응원과 호응을 더할 때면 정말 짜릿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내서 진솔한 인터뷰를 했던 배우가 이젠 시간에 쫓겨 라운드 인터뷰*를 할 정도의 스타가 된 것을 보면서 괜히 나 혼자 뿌듯해한 적도 많았다. 저 배우의 성장에 적어도 내가 0.1% 정도는 보탬이 됐으리라 자부하며 말이다.

* 둥근 테이블에 인터뷰이와 여러 명의 기자가 둘러앉아 진행하는 형태의 인터뷰. 보통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하면 기자와 인터뷰이가 일대일로 만나 진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워낙 바쁜 대중문화계 스타들은 많은 매체와 일대일로 인터뷰를 할 시간이 없다. 이 때문에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을 비워 온종일 시간대별로 여러 명과 인터뷰하는 라운드 인터뷰가 정착돼 있다.

밥상 차리는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

대중을 매료시키는 스타들과 매력적인 결과물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비결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서 무대 뒤의 사람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늘 아쉬웠다.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많은 콘텐츠가 있었지만, 대중의 사랑은 대체로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을 향한다.

하지만 그 무대 뒤에는
이를 빛나게 하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이 숨겨져 있다

취재하면서 이들에게 애착을 느꼈고 그들의 삶을 전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스태프들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놨다." 2005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배우 황정민이 했던 말처럼, 밥상을 차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었다. 좀 더 엄밀히 말해 '밥상 메뉴를 정하고 레시피를 만드는 사람들'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면이나 시간의 제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충분하게 다루지는 못했던 것 같다.

ⓒSam McGhee/Unsplash

PUBLY의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해보자는 취지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선택하고 마음을 여는 콘텐츠를 만들어 온 그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매시간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지, 동료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고 싶었다.

 

TV 시대가 도래하면서 도태될 것이라 예상했던 '올드 미디어' 라디오임에도 지금 가장 뜨거운 뉴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김현정 앵커,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광고 영상을 차단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에 굳이 찾아보는 광고를 만들어 낸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 새로운 세대와 형식에 맞는 신선한 서사를 우직하게 빚어내는 <스튜디오 드래곤> 박준화 PD, 올드미디어·뉴미디어를 통틀어 레드 오션이 된 먹방계에서 생생한 카메라 워킹과 정보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장르를 연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박희연 PD, 영상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준 <와썹맨> 김학준 감독, 드라마제작사의 브랜드화를 꿈꾸며 끊임없이 관성을 깨뜨리는 시도를 하는 <히든 시퀀스> 이재문 대표.

왼쪽부터 김현정 앵커, 신우석 감독, 박준화 PD, 박희연 PD, 김학준 CP, 이재문 대표 &#9426;PUBLY

한 달 가까이 신중한 논의 끝에 선정한 6명의 인터뷰이들이다. 이들은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씩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다. 때로는 '영업 비밀'을 빼내 보자는 염탐꾼이 된 심정으로 이것저것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물었다. 그때마다 내 인터뷰이들은 의미와 깊이, 재미를 포함한 답변을 들려줬다.

 

그들에게도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미래는 놓여있다. 그래서 고민하고 시도하고 해법을 찾으며 하루하루를 쌓아간다.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다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을 빌어 말해 보자면, 뜨는 콘텐츠를 만들어 온 그들에겐 비슷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만들죠?

프로젝트 제목을 정하면서 '콘텐츠 기획자들', '뜨는 콘텐츠', '어떻게 만들죠'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둘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미생>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을 위한 기사나 인터뷰는 많지만, <미생> 같은 드라마를 누가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만들 수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와썹맨>이 석 달 만에 100만 구독자를 모았다는 기사는 많지만, 그 성취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시작했는지에 관한 이야기 역시 없었다. <김현정의 뉴스쇼>는 어떻게 10년간 매일 방송을 유지하면서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는지,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회의를 거쳐 만들었기에 그토록 독특한 먹방이 되었는지 말해주는 콘텐츠는 없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 자체에 대한 설명서를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1단계에서 무엇을 하고(가령 아이템을 잡는다거나), 2단계에서는 또 무엇을 하면(가령 섭외를 한다거나) 대강 어떤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지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기획과 제작은
늘 설명서 너머의 일이 관건이다
왜 박준형이었는지, 편집은 누가 했는지, 촬영은 어떤 장비를 사용한 것인지. 우리는 6명의 크리에이터에게 이 1단계와 2단계 사이를 채우는, 일의 일상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묻기로 했다.

 

6명의 크리에이터에게 던진 질문들

김현정 앵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진행

  • 올해로 10년째다. 팀 구성이 계속 바뀌고, PD들의 기피 프로그램 1위라고도 평가받는데, 그럼에도 내공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는가?
  • 가장 이슈가 되는 뉴스를 매일 생방송으로 다루는 일에 대한 부담은 어떠한가? 팩트에 관한 예민함과 '이슈가 된다'는 것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생활 패턴을 갖고 있는가?
  • 아이를 둘 가진 엄마다. 여자에게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어떤 엄마인지 궁금증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엄마로서의 삶과 직업인 김현정으로서의 삶, 그리고 (직업인이 아닌) 자연인 김현정으로서의 삶은 어떤 균형을 이루는가?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

최현석과 안정환의 캐논 광고, 웹드라마 <고래먼지> 기획 및 제작

  • 돌고래유괴단 채용공고에 '레퍼런스 찾기 금지' 항목이 있다. 그렇다면 제작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찾는가? 또한 레퍼런스를 근거로 의사소통하지 않는다면,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공유하고 구체화하는가?
  • 몇몇 인터뷰에서 작업 방식을 소개한 적이 있다. 각자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채택된 안에 따라 일한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새로운 기획안이나 독특한 작업물을 놓고 팀원 혹은 광고주가 반대할 때 어떻게 설득하는가? 끝내 설득하지 못하고 내놓았던 결과물도 있었나?
  • 빚을 내서 팀원들에게 월급을 줬던 시간이 7년이라고 들었다. 그동안 본인을 버티게 했던 힘은 무엇이었나? 함께한 이들에게 단순한 월급 이상으로 동기를 부여한 신우석만의 '한 방'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스튜디오 드래곤 박준화 PD

<막돼먹은 영애씨> <식샤를 합시다> <이번생은 처음이라> <김비서가 왜 그럴까> 연출

  • <막돼먹은 영애씨> <이번생은 처음이라> 등의 작품을 보면 한국의 30대 여성에 대한 이해도가 탁월하다. 드라마 연출가이자 콘텐츠 기획자로서 경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감각 혹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이 있는가?
  • 첫 연출작 <막돼먹은 영애씨>는 한국형 시즌제의 문을 연 작품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예능 연출자가 만드는 드라마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CJ E&M 박희연 PD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연출

  •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기획과 제작의 전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순간부터 스태핑, 섭외, 구성, 리서치, 촬영, 방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알려달라.
  •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의 제목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프로그램 제목을 짓는 본인만의 노하우나 참고하는 풀(pool), 혹은 징크스가 있는가?
  • 현지인들과의 소통, 자연스러운 출연도 흥미로운 대목인데, 어디까지가 섭외된 부분인가? 현지에서의 식당 리스트업, 그리고 출연자 섭외 기준과 노하우가 궁금하다.
  • '다큐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음식 예능이라는 점이 신선했다. 특히 사운드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다큐적 요소들을 음식 예능과 결합한 의도는 무엇인가?
  • 제작진의 개입을 최대한 배제하는 촬영과 편집이 인상적이었다. 이 룰을 지키기 위해 출연자(백종원)와 스태프 모두 특히 신경 쓰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는가?

룰루랄라 스튜디오 김학준 CP

<와썹맨> <사서고생> 기획 및 제작

  • 룰루랄라 스튜디오 이전에는 딩고에서 일했고, 그전에는 방송국 예능PD였다고 들었다. 모바일 콘텐츠로 커리어를 옮긴 이유가 있나? 딩고와 룰루랄라 스튜디오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
  • 방송사 예능국과 독립 스튜디오에서 각각 작업하는 환경과 과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 룰루랄라 스튜디오팀은 어떻게 꾸려졌나? 채용할 때 중요하게 보는 점이 궁금하다.
  • 결과물의 퀄리티 유지를 비롯해 뉴미디어에 맞는 인재 채용을 위해 어떤 부분을 고려하는가?

히든시퀀스 이재문 대표

<미생> <시그널> 기획

    • 연출보다 기획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드라마 연출과 드라마 기획PD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업무의 차이뿐만 아니라 자질이나 관심사, 생활 패턴 등의 차이가 있는가?
    • 제작 프로덕션을 창업한 후 작업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채널 소속 기획PD와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되는가?
    • 콘텐츠를 소비할 때와 콘텐츠를 만들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달라져야 할까? 대중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대중의 호기심과 나의 재미 중 어떤 것이 우선인가?

    6명의 크리에이터에게
    13시간 50분에 걸쳐
    215개의 질문을 했다

    그중 18개의 질문을 먼저 공개한다. 위 질문들을 뽑아내기 위해 6명의 크리에이터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찾아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팔리고, 선택받고, 사랑받는 콘텐츠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재생산하려면, 이미 공개된 내용 외에 숨겨져 있는 일상적인 일의 면면을 물어야 했다. 그 너머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들의 일상과 일, 양쪽 모두의 패턴을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과 삶,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질문지를 추렸다. 일과 삶이 분리돼 있으면 분리된 대로, 일치하면 일치하는 대로 영감을 주는 부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고르고 고른 질문이었음에도 그들의 답변은 몇 번이나 질문을 넘어서 펼쳐졌다.

     

    6명 모두 각기 다른 방식과 과정으로 다른 형태의 결과물을 냈다. 그럼에도 215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모두 모아놓고 보니 공통된 무언가가 있었다. 이 '무언가'를 담은 본 리포트가 '좋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또한 팔리고, 선택받고, 사랑받는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주길 바란다.

     

    [콘텐츠 기획자들 - 뜨는 콘텐츠, 어떻게 만들죠?]

     

    뜨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일할까요? 어떤 자료를 참고하고, 어떻게 조직을 만들고 이끌까요? 20년 넘는 기자 생활 중 10년 가까이 대중문화 분야를 취재하며, 재기발랄한 '새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심 가져온 박경은 저자는 그들에게서 나름의 공통점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6명의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너머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