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푸즈를 인수한 아마존
Editor's Comment
최저가 상품을 고집하는 아마존은 지금껏 돈을 어떻게 벌어왔을까요? '독점 기업이 돈 버는 방법: 미국 편 - 록펠러부터 아마존까지' 마지막 미리보기에서는 천준범 저자와 함께 공룡 아마존의 생존 전략을 살펴봅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10월 2일(화)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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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아마존은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을 137억 달러(약 15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뉴스는 2017년 M&A 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한국에도 홀푸즈마켓을 벤치마킹해서 많이 알려진 마켓컬리(Market Kurly)가 있지만, 1980년에 시작한 홀푸즈마켓은 미국에서 인지도나 브랜드 가치가 훨씬 높다. 한국의 경우와 비교하자면 전국의 백화점 식품관을 모두 모아 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Amazon agrees to buy Whole Foods for $13.7bn (Financial Times, 2017.06.17)
유기농 전문점이라고 해서 작은 동네 식품 가게를 생각하면 안 된다. 홀푸즈는 매장 하나가 이마트와 같은 대형 마트 크기다. 그 안에는 고기, 야채와 각종 식재료가 가득 차 있는데 모두 유기농으로 인증받은 것들이다. 물론 아주 비싸다. 비슷한 소고기처럼 보여도 가격은 3~4배인 경우가 흔하다. 이런 유기농 식품 마트를 미국 전역에 400개 이상 갖고 있던 홀푸즈를 아마존이 인수한 것이다.
홀푸즈 마켓 내 아마존 락커 ©shutterstock
홀푸즈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유기농 열풍의 승자였다. 남부 텍사스 오스틴에서 처음 가게를 열고 크게 성공한 이후 공격적인 확장과 M&A로 빠르게 미국 전체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썼다. 1988년에는 가까운 뉴올리언즈에 있는 유기농 식품 슈퍼마켓을 인수했고, 1990년대에는 멀리 서부 캘리포니아와 동부 매사추세츠까지 확장해 거의 미국 전역의 유기농 식품 슈퍼마켓을 인수했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전체 매장이 무려 194개였다.
이렇게 시장이 정리되면서 경쟁자 둘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상대방은 1987년 시작해서 역시 똑같은 전략으로 미국 전역의 유기농 마트를 인수를 통해 확장하고 있던 와일드 오츠 마켓(Wild Oats Market)이었다. 와일드 오츠도 1997년에 무려 매장 47개를 새로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계속해서 2000년대 중반에는 미국 전역에서 11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때, 홀푸즈가 와일드 오츠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성사만 된다면 미국 전체 유기농 마트가 1개 브랜드로 정리되는 커다란 M&A였다. 미국에서 M&A 심사를 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가 일단 제동을 걸었다.
법정에선 최근 아마존의 독점 논란과 똑같은 토론이 벌어졌다. M&A가 성사되면, 홀푸즈는 유기농 식품 시장을 100% 장악하는 독점기업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전체 식품 유통 시장에서 작은 기업 두 개가 합병한 것일 뿐인가?
FTC와 홀푸즈의 논쟁은 치열했다. 1심에서는 홀푸즈가 이겼다. 법원은 전체 식품 유통 시장에서 아주 작은 M&A일 뿐이라는 홀푸즈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2심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매일 고기나 야채를 사는 모든 소비자가 아니라, 유기농 식품을 사려는 일부 소비자가 M&A 때문에 나쁜 영향을 받는지 정확히 판단해야 함.
아마 한국에서 같은 사건이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이미 20년 이상 유기농 식품만을 선호하는 두터운 소비자층이 있었고, 법원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홀푸즈는 와일드 오츠의 일부 매장을 매각하고, 일부는 폐업했다. 또한 와일드 오츠라는 브랜드도 매각하는 조건으로 FTC와 합의한 후 소송을 끝낼 수 있었다. 2심 판결은 와일드 오츠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살아날 수 있는 불씨를 살려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와일드 오츠가 되살아나지는 않았고, 홀푸즈는 미국 유기농 마트 시장의 압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이렇게 작은 물고기와 큰 물고기를 모두 삼키며 미국 유기농 식품의 유일한 상징이 된 홀푸즈는 2017년, 결국 아마존이라는 더 큰 물고기의 입으로 들어갔다.
유통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가장 극적으로 발휘되는 특징이 있다. 판을 까는 플랫폼 산업이고, 한 번 판을 깔 때 돈이 많이 들지만 그다음부터는 사람들이 많이 올수록 평균 비용은 내려가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다리를 놓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한 번 이 다리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웬만해서 다른 길로 가려고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 이런 경향을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라고 한다.
온라인 마켓이라는 거대한 강줄기에 홀푸즈라는 1급수 작은 강을 연결시킨 아마존. 아마존이 1급수에서만 살던 물고기를 잘 보존하면서 거대한 생태계를 계속 더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아마존이 돈 버는 영역은 따로 있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궁금증이 있다. 상품은 최저가를 고집하고, 전자책은 손해 보고 팔고, 도대체 아마존은 여태껏 어디에서 돈을 벌었을까?
아마존 2017 사업 보고서 ©Amazon
아마존의 경영 수치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리포트는 아니니 아주 빠르게만 보고 넘어가 보자. 하지만 꼭 한 번은 눈으로 보아야 할 표이긴 하다.
North America는 미국과 캐나다, International은 유럽, 일본 등 그 밖의 지역에서의 이커머스 매출과 이익이다. 2017년에 아마존은 미국과 캐나다의 커머스에서 약 1천억 달러(약 110조 원)를 벌었고, 그중 약 3%인 28억 달러(약 3조 원)를 이익으로 남겼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밖에서는 약 542억 달러(약 60조 원)를 벌었지만 그 중 약 6%인 30억 달러(약 3조 3천억 원)의 손해를 봤다.
아마존은 이커머스 회사인데
이커머스에서 이익이 없다그리고 그 아래에 AWS라는 항목이 있다. Amazon Web Services의 약자다. 2017년에 약 175억 달러(약 19조 원)를 벌었는데, 그 중 무려 43억 달러(약 5조 원)를 이익으로 남겼다. 영업이익률 24.5%. 아마존에서 조용히 이익을 담당하고 있는 부문은 AWS인 것이다.
AWS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그러니까 컴퓨터와 스토리지를 빌려주는 서비스다. 2006년에 시작했고, 이후 이 시장의 압도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예전에는 70% 이상 차지하는 압도적인 강자였는데, 시장이 커지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경쟁자가 들어오면서 2017년에는 세계적으로 약 3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 관련 기사: AWS continues to rule the cloud infrastructure market (Tech Crunch, 2017.10.31)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시즌에 소비의 20%부터 많게는 40%까지 집중되는 미국 이커머스의 특성상 평소에 놀고 있는 아마존의 컴퓨터와 스토리지를 활용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말도 있었다. 물론 AWS 부사장이 공식적으로 아니라고 했으니* 아마도 루머였던 것 같다. 아마존이 클라우드 시장을 엄청 빨리 선점했다는 사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때문에 나온 루머는 아니었을까.
* 관련 기사: 아마존 클라우드에 대한 오해 5가지 (블로터, 2011.07.21)
그런데 AWS 외에도 아마존이 조용히 시장을 넓히고 있는 분야가 하나 더 있다. (아마존이 시장을 넓히고 있는 또 다른 분야에 관한 내용은 최종 리포트를 통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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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기업이 돈 버는 방법 - 미국 편: 록펠러부터 아마존까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애플(Apple), 아마존(Amazon) 등 위대한 IT 기업들, 그리고 새로운 기술로 세상을 바꾼 많은 역사 속 회사들은 과연 혁신과 기술만으로 거대한 세계 시장에 우뚝 섰던 것일까? 시장의 공정한 룰이 무엇인지 생각해오며 독점 기업을 꾸준히 공부해 온 천준범 저자가 파헤친 거대 기업들의 경쟁 전략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