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Editor's Comment
현재 한국의 오디오북은 자체 생태계를 갖춘 일부 출판사, 혹은 오디언 같은 전문 제작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전부입니다.
로고만 봐도 익숙한 그 출판사, 다들 아시죠? '지금, 오디오북 - 한국에서 오디오북을 하면 안 되는 걸까?' 세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해외 유명 출판사의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오디오북이 어떤 식으로 제작되는지 그 실마리를 살짝 보여드립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8월 30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또한 '이 콘텐츠가 꼭 발행되었으면', '목표금액 100%를 넘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계신 멤버십 고객을 위해 후원 서비스를 마련하였습니다. 결제가 이루어지는 즉시 후원하신 금액을 멤버십 포인트로 환급해 드립니다. [프로젝트 후원]
* 상단 이미지 ©Jay Ruzesky/Unsplash
그러나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 역시, 외국의 선례처럼 더 세분화된 사업 영역과 새로운 직업군, 오디오북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 분명 도래하리라고 봅니다. 최근 교보문고에서는 오디오북을 이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입니다. 구글이 오디오북 플랫폼을 열었는가 하면, 네이버에서 런칭을 준비한다는 플랫폼 소식도 속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Edgar Chaparro/Unsplash
오디오북 선진국의 현황은 어떨까요? 대형 출판사들은 오디오북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활발히 전개 중이고, 오디오북 전문 잡지를 비롯, 전문 블로거나 리뷰어 등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존재합니다.
오디오북 제작 아웃소싱 전문 업체나 전에 없던 형태의 스타트업도 많이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또한 APA라 불리는 오디오 출판 협회(Audio Publishers Association)를 통해서는 다채로운 이벤트와 세미나가 열리기도 합니다.
지금보다 한 단계 진화한 오디오북의 미래를 꿈꾸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유효한 인사이트가 되기를 바라며, 영어권의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펭귄 랜덤 하우스의 오디오 사업부
사실 출판 분야 종사자로서, 그리고 오디오북 붐이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가장 부러운 건 바로 펭귄 랜덤 하우스(Penguin Random House, 이하 PRH)입니다.
종이책 애독자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는 PRH는 영국과 미국, 각각의 나라에 오디오 사업부를 두고 있습니다. PRH는 어린이, 성인, 픽션, 논픽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동시에, 팟캐스트 및 BBC 오디오 채널도 운영하면서 타 오디오 콘텐츠 전문 출판사와 다를 바 없이 오디오북 사업 영역을 굳건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PRH
이러한 투자 덕분일까요? PRH는 2018년 5월 말 미국에서 개최된 오디오북 시상식 오디 어워즈(Audie Awards)에서 '올해의 오디오북'을 비롯하여 여러 분야에서 수상했습니다. 또한 바로 다음 달인 6월에 열린 뉴욕 페스티벌 라디오 어워즈(New York Festivals Radio Awards)에서도 PRH의 오디오북은 5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활약을 보였습니다.
PRH는 자신들을 소개하며 이렇게 표현합니다.
우리는 지금 출판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오디오, 그리고 규모 면에서 종이책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활용하여, 점점 늘어가는 오디오북 독자들을 대상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PRH에서 도서를 출판한다는 것은 곧 다양한 형태로 2차 디지털 콘텐츠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PRH에서 운영하는 오디오북은 스트리밍, 다운로드, 그리고 실물 CD, 총 3가지 형태로 제공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운로드 혹은 CD 형태의 오디오북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인데, 아직도 독자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는 것은 역시나 대형 글로벌 출판사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부러운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PRH의 오디오북 섹션을 살펴보면 놀라운 부분이 여럿 있습니다. <미 비포 유(Me Before You)>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 조조 모예스(Jojo Moyes)의 최신작 <스틸 미(Still Me)>를 한 번 볼까요?
<스틸 미> 도서 정보 및 주문 페이지 ©PRH
먼저 주목할 점은 출시일입니다. 오디오북의 출간일은 2018년 1월 30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종이책 출간일은? 역시 1월 30일입니다. 종이책과 오디오북 발행일이 같습니다. 심지어 오디오북이 종이책보다 먼저 출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의 출판 시스템은 한국과 확연히 다릅니다. 출간 몇 년 전부터 라인업을 준비하고, 그해의 라인업 도서 표지를 연초에 공개할 만큼, 오랜 시간을 두고 한 권의 책을 만듭니다.
이해를 돕고자 제가 관여하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업무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데이터는 종이책 입고와 동시에 전달받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만, 조판 업체에 따라 최대 1달이라는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디지털 데이터가 완성된 이후에야 전자책이든 오디오북이든 앱이든 2차 저작물의 제작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의 출간일은 한 달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콘텐츠의 생명은 '속도'이지요.
데이터 자체가 늦게 전달되는 도서의 경우,
디지털 콘텐츠로 수익을 내거나
홍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집니다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PRH의 속도감은 놀랍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만 해도 긴 시간과 전문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완독 형태로 오디오북을 제작하는 미국의 특성상, 오디오북이 종이책과 거의 동시에 출시된다는 사실은 이미 몇 달 전에 추후 수정 가능성이 거의 없는 '완벽한' 데이터가 오디오 팀으로 넘어왔음을 의미합니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인쇄 매체보다 수정은 용이하지만, 추후 수정 역시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독자 입장에서도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가 거의 동시에 출간된다는 건 편리하고 고마운 일이고요. 이런 시스템을 갖춘 PRH가 새삼 대단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건 역량이 출중한 내레이터들의 활약입니다. <스틸 미>의 러닝타임은 13시간이 넘습니다. 긴 러닝타임 중에도 흐트러짐 없이 일정한 톤과 성량, 발화 속도, 그리고 또렷한 발음은 내레이터의 실력을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조건들입니다. 이 오디오북의 내레이션은 배우인 안나 액톤(Anna Acton)이 담당했습니다.
해외 오디오북 업계에는 여러 직업을 가진 수많은 내레이터들이 있는데, 그 수준이 전문 성우 못지않습니다. 단순히 목소리가 어떻다 하는 문제가 아닌 발음, 연기력, 그리고 오디오북에 적합한 발성과 호흡법을 지녀야만 활동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결국 전문 성우가 아닌 이들도 성우 같은 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조건은 어릴 때부터 적극적인 토론과 발표가 가능한 문화, 오디오북 내레이션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색깔을 가진 전문 내레이터가 발굴될 수 있는 교육 환경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또한 PRH는 자체 플랫폼도 가지고 있습니다. 에이햅(Ahab)이라는 이름인데요. 에이햅은 PRH 미국의 오디오 팀이 런칭한 내레이터 오디션 플랫폼입니다. 아무래도 다민족 국가이기에, 미국에는 가지각색의 특징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다양한 배경을 그려내는 도서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PRH는 세분화되고 다양한 내레이터의 리스트를 보유/관리하고 각각의 도서에 최적화된 캐스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디오북의 내레이터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이 플랫폼에 계정을 만들면 됩니다. 자신의 오디오 파일을 최대 10개까지 업로드한 후 개인 SNS 계정과 프로필, 사진을 등록하면 PRH 내레이터 인재 풀에 등록이 완료됩니다.
PRH의 오디오북 프로듀서들은 한 번에 최고 11~12개 작품까지 동시에 작업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매번 작품에 적합한 내레이터를 찾기란 쉽지 않은 과제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그렇지만 에이햅이 생긴 이후로는 캐스팅에 소요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에이햅 사례까지 살펴보고 나니 PRH가 오디오 분야에 얼마나 공을 들여 가며 독자들을 만나고자 하는지 짐작이 가시나요?
PRH의 오디오북 사업에서 마지막으로 놀랄 부분이 남았다면, 앞서 언급한 오디오북 미리 듣기 파일조차도 다운로드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PRH 외 다른 해외 출판 업체들에 대해서는 최종 리포트에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출판사들이 오디오 콘텐츠의 비중을 늘리는 이유
현시점에서 오디오북을 비롯한 오디오 콘텐츠는 비교적 새로운 시도입니다. 하지만 유행을 타는 단발성 콘텐츠로 잘못 판단하고 뛰어들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오디오북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과 비전을 요합니다.
PRH의 경우 하나의 콘텐츠를 가지고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문고판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생산해 냅니다. 독자와의 만남을 위해 서비스의 저변을 넓히는 셈입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존재하므로, 독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독서법을 찾고 독서 자체를 즐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정보가 분산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신간 관련 소식과 미리 보기, 미리 듣기, 작가와의 만남, 이벤트 정보 수집 등 독서와 관련된 모든 과정/활동을 한 출판사의 홈페이지에서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매력적입니다.
때로 오디오를 통한 소통은 영상을 통한 소통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최근 출판사들이 오디오 콘텐츠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데, 이는 비단 그로 인한 수익만을 염두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디오북 제작은 도서 한 권에 그치지 않는 브랜드 마케팅의 수단으로, 꾸준히 독자와 소통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미리 읽어볼 수 있고, 오디오북을 듣거나 작가를 만나볼 수 있도록 해주는 이런 출판사라면, 독자로서 절로 애정이 샘솟지 않을까요?
ㅡ
[지금, 오디오북 - 한국에서 오디오북을 하면 안 되는 걸까?]
우리나라 최초의 오디오북 제작 전문 미디어 기업 '오디언'의 1대 PD 출신인 노이영 저자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을 되짚어 봅니다. 오디오북이 어떤 프로세스로 만들어졌고, 어떤 어려움을 헤쳐왔는지, 그리고 어떤 고객을 만났는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세히 풀어냅니다. 또한 오디오북 강국 미국의 오디오북 관련 제작사, 출판사, 저작권사 등 다양한 사례와 함께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의 동향 및 한국 오디오북 시장에 도움이 될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