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Editor's Comment

다른 국가에 진출한 한 회사의 상품 혹은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컬리제이션에도 전략이 있는 것인지,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되는 작업인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지에서 통할까? - 그들이 사용하는 로컬리제이션 매뉴얼' 두 번째 미리보기를 통해 니베아, 메리어트, 구글 지도의 '독도' 표기, 이케아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8월 14일(화)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간혹 네트워킹 자리에서 로컬리제이션을 언급하면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소비재 회사예요. 콘텐츠 회사가 아니라서 로컬리제이션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다. 지난 미리보기 1화 '로컬리제이션은 왜 필요할까?'에서 "로컬리제이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서는 없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로컬리제이션이 필요 없는 비즈니스는 없다. 

 

대표적인 소비재 브랜드, 니베아를 보자. 먼저 니베아 한국 웹사이트다. 

니베아의 한국 웹사이트 ©Nivea

상단 메뉴의 '제품들', '조언'과 같이 어색하게 직역한 메뉴명을 보면 얼굴을 찡그릴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번역이 아니다. 

 

니베아 케냐 웹사이트 ©Nivea

두 웹사이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모델이다. 수많은 기업이 웹사이트의 텍스트를 번역한 뒤 현지화를 다 했다고 착각하는데, 니베아는 국가별로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모델을 배치했다. 글로벌 서비스를 사용할 때 백인만 잔뜩 나오는 마케팅 이미지만큼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없다.

 

현지화를 고려하더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 본사 마케팅팀에서 호스트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영상을 제작한 적이 있다. 문제는 한국용 영상에 일본인 호스트를 등장시킨 후 현지화를 했다고 굳게 믿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당연히 한국팀에서 항의하자 "한국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아?"라고 말해 모두 어이없어했다.

 

서양인의 눈에 비슷해 보이더라도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이 동양인의 눈에는 확실히 구분된다. 많은 글로벌 기업이 에어비앤비 사례처럼 아시아를 하나의 문화권으로 보고, 다른 문화와 역사를 지닌 아주 별개의 시장이라는 점을 놓치곤 한다.

 

니베아가 현지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일본어 사이트와 비교하면 더 확연히 드러난다. 니베아는 한국, 일본, 중국 등 각 나라의 사이트에 모두 다른 모델을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니베아 일본 웹사이트 ©Nivea

사회, 문화, 역사를 고려한 현지화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아 비즈니스에 손해가 생긴 사례는 너무 많다. 최근에는 메리어트 호텔이 한 고객 설문조사에서 티베트, 홍콩, 마카오, 대만을 국가로 표기하여 논란이 일었다. 중국에서는 일주일간 메리어트 호텔 웹사이트가 폐쇄되었고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메리어트 호텔 관계자가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메리어트의 공식 사과 트윗 ©Marriott/Twitter

비슷한 시기에 메리어트 호텔의 SNS 담당 책임자가 티베트 독립운동 세력의 트윗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일도 있었다. 중국 당국이 주시하는 상황에서 담당자가 단순 실수로 희생양이 되었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그만큼 어떤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든 로컬리제이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 일화다. 

 

에어비앤비는 로컬리제이션팀의 주도로 정책팀, 커뮤니케이션팀, 법무팀의 승인을 거친 '중국 영토 표기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두고 엄격하게 따르고 있다.

독도는 우리 땅

독도와 동해가 잘못 표기되었을 때 한국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해 보면, 로컬리제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바로 느낄 수 있다. 

 

구글 지도의 한국어 버전에서 '독도', '다케시마', '리앙쿠르암(Liancourt Rocks*)' 중 어떤 검색어를 사용해도 검색결과는 '독도'로 나온다.

* 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 및 지명위원회(BGN)와 유럽 등에서 일본식 표기 '다케시마'와 함께 표기하고 있는 독도의 명칭

로컬리제이션은
외교적인 문제와
민감한 국민 정서까지도
고려한다

구글 지도에서 '다케시마'라고 검색해도 검색 결과는 '독도'로 나온다. ©Google

구글 지도의 영어 버전에서 'Liancourt Rocks'라고 검색해도 검색 결과는 'Dokdo'로 나온다. ©Google

사실 독도 로컬리제이션 때문에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뻔했다. 이 이슈가 불거진 2009년은 내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뒤 구글에서 코리안 랭귀지 스페셜리스트(Language Specialist*)로 일한 지 2년 반 정도가 되던 해였다. 통역사가 되려다 우연한 기회에 로컬리제이션 일을 하게 되었지만,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는 수천만 명의 한국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며 신나게 일할 때였다. 

* 로컬리제이션팀에서 언어 현지화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해당 언어와 문화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이해가 필수다. 

 

지금도 물론이지만 그때도 독도와 동해 표기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었고, 한국은 독도와 동해를, 일본은 다케시마와 일본해를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구글은 고민 끝에 제3의 이름인 '리앙쿠르암'을 추가하기로 결정했고, 그 요청이 한국어 로컬리제이션을 담당하는 나에게 떨어졌다.

 

나라를 팔아먹는 기분이었다. 내 손으로 도저히 '리앙쿠르암'이라는 명칭을 입력할 수 없어,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내려졌는지를 따지며 일주일 넘게 시간을 끌었다. 내가 해당 요청을 처리하지 않는다고 디렉터 급으로 이 문제가 확대되었다. 

 

결국 한국 도메인에서는 '독도'로 표기될 것이라는 확답을 들은 후에야 일을 마무리했지만 매국노가 된 기분은 떨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구글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중립을 지키며 각국의 사용자를 고려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지만, 한국인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현지화는 균형을 찾는 것

현지 문화를 반영한다고 애써 손을 댄 게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는 2012년 마케팅 카탈로그 현지화에 큰 실수를 하며 언론과 소비자의 비난을 받았다. 이케아는 카탈로그를 주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며, 전 세계 40개국, 27개 언어(2012년도 기준)로 된 카탈로그를 선보이는데, 사우디아라비아 판 카탈로그에 수록한 사진에서 여성을 모두 지운 게 문제가 됐다. 

2012년 이케아 카탈로그. 왼쪽이 기본 판이고 오른쪽이 문제가 된 사우디아라비아 판 사진이다. ©장혜림

스웨덴 언론은 이것을 두고 '남녀평등'이라는 스웨덴과 이케아의 가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이케아 대변인은 공식 사과*하였다. 

* 관련 기사: Ikea apologises over removal of women from Saudi Arabia catalogue (The Guardian, 2012.10.2)

 

사우디아라비아는 보수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로 여성이 보호자 없이 외출하거나, 운전하거나, 창업하는 등의 사회 활동을 할 수 없고, 이케아는 이런 문화를 반영해 카탈로그 사진에서 여성을 없앤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 사진에 여성이 등장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현지 문화를 고려하겠다는 의도였으나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이런 실수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제 슬슬 머리가 아파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현지화를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로컬리제이션은 장기적인 계획과
제대로 된 시장 조사가 필요하다

로컬리제이션은 한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높일 수도, 추락시킬 수도 있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인데, 안 쓸 수 없는 어렵고 어려운 과제다. (이어지는 내용은 최종 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 통할까? - 그들이 사용하는 로컬리제이션 매뉴얼]

 

구글에서 로컬리제이션을 담당했고, 현재는 에어비앤비의 로컬리제이션 매니저인 장혜림 저자가 '로컬리제이션도 체계적인 프로세스 구축을 통해 이루어져야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라는 명제 아래 실질적인 로컬리제이션 매뉴얼을 제공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