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아마존은 왜 오디오북 시장에 뛰어들었나

Editor's Comment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은 새로운 기술과 콘텐츠를 통해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요? '지금, 오디오북 - 한국에서 오디오북을 하면 안되는 걸까?' 첫 번째 미리보기를 통해 왜 지금 오디오북에 주목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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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이미지 ©Floris Jan-roelof/Unsplash
2018년 1월, 구글이 오디오북 서비스 론칭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오디오북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던 아마존과의 전면전을 시사했습니다*. 구글과 아마존이 이렇게 오디오북 시장을 두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관련 기사: Google launches audiobook service in a bid to compete with Audible (Los Angeles Times, 2018.1.24)

 

그리고 그보다 더 앞선 2017년 11월, 타임(TIME)이 발행하는 라컨티어(Raconteur)에는 마치 이런 움직임을 예고라도 하는 듯, 이런 제목의 기사가 떴죠.

BATTLE OF THE VOICES

4차 산업 혁명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에서 중요한 영역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음성인식 기술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거물급 글로벌 IT 기업들이 앞다투어 출시한 스마트 스피커 덕에 자연스럽게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디오 콘텐츠 하면 음악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오디오북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오디오북이 출판의 또 하나의 형태로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지속적 성장을 하고 있고, 수익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종이책 출간 시점보다 오디오북을 먼저 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을 정도지요.

 

지난 5월 30일~6월 1일, 뉴욕에서는 북엑스포 아메리카(BookExpo America, BEA) 2018이 열렸습니다. 올해도 많은 출판사에서 저마다의 오디오북을 내세웠고, 세미나마다 오디오북 사례의 언급이 빠지지 않았으며, 오디오북 종사자들만 한 자리에 모여 '인기 작가들이 말하는 오디오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 티타임도 편성되었습니다.

북엑스포 아메리카 2018 중 The Audio Publishers Association Author Tea ©노이영

이번 엑스포에서 나온 질문 중 매우 인상 깊었던, 단순한 문장 하나가 계속 마음에 머뭅니다.

(소리는 듣는 것인데) 오디오북은 왜 읽는다고 표현을 하나요?

대답은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저에게는 그 대답보다 이 질문이 더 많은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오디오북을 이야기하며 'listen'이라는 동사 대신, 'read'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오디오북은 그 형태가 특별할 뿐, 결국 그 본질은 '책'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 아닐까요?

북엑스포 아메리카 2018 ©노이영

스마트 스피커와 오디오북의 붐

비단 외국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2017년 하반기, 통신사들과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투어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하며 한국에서도 오디오북을 비롯한 오디오 콘텐츠 유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들과는 달리, 한국은 오디오북 시장의 규모 자체가 매우 작기에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당장 자사의 스마트 스피커에 다양한 콘텐츠를 채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IT 기업들의 수요, 그리고 갑작스럽게 이 수요를 피부로 느끼게 된 출판사들의 공급 부족. 이러한 불균형으로 인해 업계의 이목은 오디오북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이나 스마트 스피커의 보급과 확산, 그리고 오디오북에 직접적 인과관계를 적용해 시장을 예측하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이 스마트 스피커 시장조차 걸음마 단계이고, 스마트 스피커의 사용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오디오북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 뛰어들 만큼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상을 크게 변화시키는 가운데, 사람의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는 '음성 검색'은 전 분야에 걸쳐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행동이 달라지게 할 것이며, 가까운 미래의 이러한 변화가 굳이 출판계만을 비켜가지는 않을 거란 이야기이죠.

 

스마트 스피커가 오디오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2017년도 에디슨 리서치(Edison 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 스피커를 소유한 사람들은 오디오북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오디오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소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6명 중 1명 꼴로 스마트 스피커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스피커의 표면적인 보급률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의 행동 패턴, 가족 구성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더 눈여겨봐야 합니다.

©Mitchell Hollander/Unsplash

2017년 12월 15일 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의 기사*에 언급된 미국의 요즘 가정의 모습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 관련 기사: Kids and smart speakers: What could go wrong? (San Francisco Chronicle, 2017.12.15)

 

5살 난 콜린 마틴은 눈표범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또는 동물들이 무슨 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부모를 찾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하죠.

헤이 구글(Hey Google)!

콜린의 아빠 마이클 마틴은 자신의 아들이 구글에 모든 것을 물어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다'고 표현합니다.

 

미국 내 아이들이 있는 가정의 경우, 스마트 스피커 사용자들의 80%는 이 똑똑한 스피커가 아이들이 음악을 듣거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도록 해 준다고 긍정적인 답을 했습니다. 이것이 미래의 독자들이 익숙해져 가고 있는 새로운 세상입니다.

 

지난 3월, 뉴욕 타임스는 그들의 북 리뷰 내 월간 섹션을 통해 오디오북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리스트는 그 전 달에 가장 많이 판매된 15개의 픽션과 15개의 논픽션 작품들로 채워집니다.

뉴욕 타임스는
도대체 왜 오디오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까요?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에디터 파멜라 폴(Pamela Paul)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디오북의 활발한 성장은 미국 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오디오북을 파악하고 선정하는, 공정하고 믿을 만한 매체가 필요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뉴욕 타임스는 그 역할을 자신들이 해야 한다고 자신하는 것 같습니다.*

* 관련 기사: The New York Times to Launch Monthly Audiobook Best-Seller Lists (The New York Times, 2018.5.3)

우리는 오디오북 독자들의 관심도가 증가함을 파악했고, 북 리뷰 섹션 내에서도 오디오북에 대한 도서 리뷰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오디오북만의 독립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기대가 큽니다.

오디오북 붐에 대한 또 하나의 예로 오디 어워즈(Audie Awards)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5월이 되면 오디오북 단일 시상식, 오디 어워즈가 열립니다. 2018년 오디 어워즈도 성공적으로 치러져 많은 오디오북 독자들과 제작자, 출판사 관계자들이 함께 기뻐하는 자리가 되었죠.

 

미국 내 오디오북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오디오북의 퀄리티가 매년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어 심사위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출품작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각 온/오프라인 서점 오디오북 코너에서는 오디 어워즈 최종 후보작들의 도서를 별도로 전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면 한국은?

한 가지 힘이 되는 말을 최근 듣게 되었습니다. 올해 미국의 오디 어워즈 최고상의 영예를 얻은 펭귄 랜덤하우스 오디오북 팀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줄리 윌슨(Julie Wilson)은 한 팟캐스트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10년 전엔 아무도 오디오북을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10년 전에 미국도 우리와 비슷한 출발선상에 있었나 봅니다. 물론 한국과 외국의 시장 상황은 매우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외국의 사례를 답습하는 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죠.

 

저는 오디오북 전문 제작사로서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오디언(Audien*)의 1대 PD이자 사업 초기 멤버로,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이 태동하는 그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 (주)오디언소리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2006년 당시, 20여 명으로 구성된 팀이 꾸려졌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었던 영역에 발을 딛고, 기반을 다지고, 전문가를 길러내고, 콘텐츠를 발굴하고, 시장에 적합한 콘텐츠의 형태와 제작 프로세스를 연구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제가 몸담았던 오디언의 사례를 들어, 한국 시장의 특수성과 그동안 한국의 오디오북이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과거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동시에, 오디오북 시장이 활발히 돌아가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도 곧 소리로 책을 읽게 되고, 오디오북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과 새로운 직업군이 만들어질 그날을 꿈꾸면서요.

 

[지금, 오디오북 - 한국에서 오디오북을 하면 안되는 걸까?]

 

우리나라 최초의 오디오북 제작 전문 미디어 기업 '오디언'의 1대 PD 출신인 노이영 저자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한국의 오디오북 시장을 되짚어 봅니다. 오디오북이 어떤 프로세스로 만들어졌고, 어떤 어려움을 헤쳐왔는지, 그리고 어떤 고객을 만났는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상세히 풀어냅니다. 또한 오디오북 강국 미국의 오디오북 관련 제작사, 출판사, 저작권사 등 다양한 사례와 함께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의 동향 및 한국 오디오북 시장에 도움이 될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