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으로 들어온 아마존

몇 년 전부터 아마존이 내놓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사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존이 2014년 처음 출시한 에코(Echo)는 애플의 시리(Siri)와 같이 인공지능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이다. 에코는 출시 직후 블랙프라이데이에 며칠 동안 아마존 전체 상품 중 베스트셀러였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5억 개가 넘는 아마존의 상품 가운데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정말 잘 팔려야 한다.)

 

비슷한 다른 제품에 비해 에코가 특별한 이유는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개인화 추천 기술과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알렉사, 나 세탁 세제 주문해줘.

이 한 마디면 아마존의 수많은 세탁 세제 중, 어떤 상품을 얼마나 주문해야 하는지 알렉사가 알아서 처리해준다. 결제는 아마존에 저장된 카드로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자동으로 배송된다.

 

아마존이 스마트홈 분야로 손을 뻗치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아마존에서 잘 팔리던 상품들은 소형 전자제품과 생활용품 등 회전이 빠른 소비재(FMCG, fast-moving consumer goods) 상품이었다. 음성 명령만으로 아마존에서 바로 구매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상품군이라 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남은 휴지를 다 쓰며 "알렉사, 화장실 휴지 사다 줘."라서 소리치면 몇 시간 뒤 휴지 문제가 해결된다. 이렇게 쇼핑이 간편하고, 가격은 항상 저렴하며 배송도 빨리 되니 굳이 다른 업체를 이용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고객이 편하게 쇼핑을 볼 동안 아마존은 고객 데이터를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얻을 수 있게 됐다. 고객이 좋아하는 음악, 주로 집에 있는 시간, 출근을 위해 교통이 어떻냐고 물어보는 시간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만으로는 알 수 없던 고객의 사사로운 습관과 선호도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집 안으로 들어온 아마존

몇 년 전부터 아마존이 내놓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사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존이 2014년 처음 출시한 에코(Echo)는 애플의 시리(Siri)와 같이 인공지능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이다. 에코는 출시 직후 블랙프라이데이에 며칠 동안 아마존 전체 상품 중 베스트셀러였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5억 개가 넘는 아마존의 상품 가운데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정말 잘 팔려야 한다.)

 

비슷한 다른 제품에 비해 에코가 특별한 이유는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개인화 추천 기술과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알렉사, 나 세탁 세제 주문해줘.

이 한 마디면 아마존의 수많은 세탁 세제 중, 어떤 상품을 얼마나 주문해야 하는지 알렉사가 알아서 처리해준다. 결제는 아마존에 저장된 카드로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자동으로 배송된다.

 

아마존이 스마트홈 분야로 손을 뻗치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아마존에서 잘 팔리던 상품들은 소형 전자제품과 생활용품 등 회전이 빠른 소비재(FMCG, fast-moving consumer goods) 상품이었다. 음성 명령만으로 아마존에서 바로 구매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상품군이라 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남은 휴지를 다 쓰며 "알렉사, 화장실 휴지 사다 줘."라서 소리치면 몇 시간 뒤 휴지 문제가 해결된다. 이렇게 쇼핑이 간편하고, 가격은 항상 저렴하며 배송도 빨리 되니 굳이 다른 업체를 이용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고객이 편하게 쇼핑을 볼 동안 아마존은 고객 데이터를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얻을 수 있게 됐다. 고객이 좋아하는 음악, 주로 집에 있는 시간, 출근을 위해 교통이 어떻냐고 물어보는 시간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만으로는 알 수 없던 고객의 사사로운 습관과 선호도를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에코 스피커가 설치되는 거실과 주방만으로는 부족했는지 2017년에는 에코 룩(Echo Look)이라는 패션 전용 인공지능 카메라 겸 스피커를 출시했다. 매일매일 외출 전 거울 앞에서 하는 고민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에코 룩은 그날의 옷차림을 음성 명령을 통해 촬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신을 360도로 촬영한 사진은 스마트폰 앱에 바로 업로드되고, 앱에서 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거나 소셜 미디어로 공유해서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수도 있다. 업로드된 사진은 고객의 가상 옷장에 저장된다.

 

아마존은 이러한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유형별로 패션 선호도나 최신 유행을 파악할 수 있고, 고객이 아마존 플랫폼에 들어왔을 때 이미 가진 옷과 가장 잘 어울릴 만한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추천할 수도 있다.

©Amazon

아마존이 우리 집에 눈과 귀를 갖춰 나를 속속들이 분석해 데이터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썩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마존 충성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정보를 어느 정도 제공하고 더 편리하고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받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리함에 대한 대가이다.

 

스마트폰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나의 위치를 계속 추적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 때문에 그 정도는 감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의 경계도 넘고 있다. 새 프로젝트인 아마존 고(Amazon Go) 오프라인 매장은 2018년 리테일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됐다.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 시내에 올해 1월 오픈한 편의점인 아마존 고 매장은 바쁜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의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간단한 간식, 점심용 샌드위치와 샐러드, 저녁용 도시락 등을 판매한다. 흥미로운 건 매장에 계산대가 없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있지만 주로 고객의 쇼핑을 돕거나 상품을 준비하는 일을 한다. 고객은 그저 원하는 상품을 집어 들고 출구로 나오기만 하면 된다.

©VDB Photos

Shoptalk 2018의 키노트에서 만난 아마존 고의 총괄사장 지아나 퓨어리니(Gianna Puerini)에 의하면 오픈 첫 달에는 고객들이 물건을 집어 들고나가려다 멈칫하며 직원에게 "정말 그냥 나가는 게 맞느냐"라고 물어보는 일이 허다했다고 한다.

 

물론 아마존이 공짜 편의점을 운영할 리 없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매장에 입장한 아마존 고객들을 인식한다. 고객이 물건을 선택하면 상품 진열대의 센서와 카메라가 누가 어떤 상품을 들고 매장을 떠나는지 정확히 파악한다. 고객이 매장을 빠져나가는 순간 아마존 계정에 등록된 해당 고객의 결제정보로 바로 상품이 결제된다.

 

여러 사람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오렌지나 자몽 같이 비슷한 상품이 비슷한 자리에 진열된 상황을 상상해보자. 계산대에 바코드를 찍는 일 없이, 개별 상품에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와 같은 전자태그를 붙이지 않고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만을 이용한 정교한 인식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아마존이 얼마나 첨단 기술의 선두에 있는지 보여준다.

아마존 고 총괄사장 지아나 퓨어리니의 Shoptalk 2018 키노트 ©김수영

다음 아마존 고 매장은 어디에 여나요?

Shoptalk 2018에서 퓨어리니에게 쏟아진 질문이다. 아직 계획이 없다는 것이 공식 답변이었지만 행사에 참가한 사람 중 그 말을 믿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존의 온라인 플랫폼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더 자세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기술을 활용해 '상품 선택 → 계산 → 상품소유'라고 당연하게 여기는 쇼핑의 개념을 '상품 선택 → 상품소유'라는 식으로 재정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먼 훗날 "옛날에는 계산대에 지겹게 줄 서서 돈을 냈었다"라는 말을 누군가 한다면 아마도 그 불씨는 아마존 고부터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마존의 고가 오프라인 매장이 아마존의 눈으로 해석하고 얼리 어답터를 타깃으로 했다면, 좀 더 대중적이고 친근한 것으로는 트레져 트럭(Treasure Truck)이 있다. 아마존의 트레져 트럭은 도시의 출퇴근 시간 및 점심시간에 주로 출몰해 하루에 딱 한 상품만 골라 깜짝 세일을 한다. 휴대폰 번호를 등록하면 트레져 트럭의 깜짝 세일 알람을 신청할 수 있다.

©Amazon

구매는 아마존 웹사이트나 스마트폰에서 하고, 트럭을 따라가 상품을 픽업하면 된다. 보스턴에서는 사시미용 연어를 판 적도 있는데 주로 직장인들이 점심 및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가볍게 충동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 위주로 판매한다.

 

트레져 트럭의 장점은 충동구매한 물품을 집으로 배송 오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트레져 트럭은 바쁘고 조급한 도시의 고객들에게 최단시간에 최대한의 즐거움(instant gratification)을 배달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고객이 사고 싶은 건 쉽고 간편하게 살 수 있게 하겠다는 아마존의 일관된 목표의식을 여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거대한 아마존, 기회는 없는가

아마존은 이렇게
전방위적이고 치열하다

온/오프라인과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리테일 사업을 한다면 아마존으로부터의 안전지대는 없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편리함을 무기로 아마존과 정면승부로 경쟁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 와서 아마존을 능가하거나 혹은 그만큼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을까. 좀 더 넓은 시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리테일 시장 규모는 연간 3조 5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놀랍게도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아마존이 온라인 시장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이긴 하지만 아직 이 시장에서 리테일 업체가 꿈꿀 수 있는 기회는 있다.

 

고객은 아마존이 제공하는 것들, 그러니까 절대적으로 많은 상품 수, 필요한 상품을 찾는 데 걸리는 클릭 수, 배송에 걸리는 시간 등 편리함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로서 편리함이 유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쇼핑을 하다가 왠지 브랜드가 맘에 들어서 혹은 점원이 추천을 잘 해줘서, 특별한 가치를 느껴서 지갑을 연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아마존의 시대라고 불리는 2018년의 미국 리테일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희망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최첨단 기술로 필요한 상품을 최대한 빠르게 사고 빨리 품에 안을 수 있는 편리함은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아마존의 강점이다.

하지만 편리함 이외에도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는 희망론자들이 있다

무서울 만큼 빠른 속도로 편리함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아마존의 뒤에서 기회를 찾은 리테일 업체들을 Shoptalk 2018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