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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일이 예술이 되는 순간

김안나 김안나 외 1명
프롤로그: 일이 예술이 되는 순간
PUBLY X 위클리비즈

PUBLY가 멤버십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분야에 관계없이 일을 좋아하고 더 잘하고 싶은 분들에게 필요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가져다줄 콘텐츠를 골라내어,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읽기 좋은 형태로 편집하여 발행할 예정입니다.

 

그 첫 단추로 <조선일보>의 프리미엄 경제·경영 격주간지<위클리비즈>와 협업합니다. 2006년 창간한 위클리비즈는 기업의 의사결정자를 타깃으로 글로벌 및 국내 기업 CEO와 석학 인터뷰, 세계경제 심층분석, 새로운 기술 트렌드 등에 대한 콘텐츠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위클리비즈> 아카이브에 쌓인 약 6,500여 개의 기사 중에서, 새로운 콘텐츠로 선보일 만한 기사들을 PUBLY 김안나 CCO가 선별하고 묶어 제작할 계획입니다. 멤버십 독자분들의 반응을 토대로 위클리비즈 큐레이션 서비스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왜 '예술가의 일'인가?

창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위클리비즈>가 2016년 10월 출간한 <위클리비즈 영인본>에는 0권 가이드북이 있습니다. 기사의 제목과 인물, 기업 등을 인덱스로 정리한 것인데요. 인물 인덱스에는 1644개의 이름이 있습니다. '홍콩 최고 부호' 리카싱李嘉誠, '월가의 전설' 짐 로저스Jim Rogers,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등 글로벌 기업의 회장과 최고경영자CEO부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등 해외 석학들까지 면면이 모두 화려합니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정리한 귀한 인터뷰들을 어떻게 정리하면 의미 있을지 꽤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기업의 CEO들, 해외 유명 석학들,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이리저리 묶어보던 중 2018년 5월 19일 '큐레이션의 마술'을 커버 스토리로 내세운 <위클리비즈>가 발행되었습니다. (제 고민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말이죠.)

 

현대 예술계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진 한스 울리히-오브리스트 서펀타인 갤러리 예술감독의 말에서 제가 무엇을 큐레이션 해야 하는가의 힌트를 얻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놓이는 자잘한 선택의 순간뿐 아니라 과학·경영·예술·음악 등 모든 분야에서 지식을 모아 연결한 다음 가장 좋은 결정을 이끌어내는 게 큐레이션의 핵심입니다.

<위클리비즈>와의 두 번째 콜라보 콘텐츠 '예술가의 일'은 6명의 인터뷰를 담고 있습니다. '000의 일'은 최근 출판계에서 꽤 주목받는 키워드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 혹은 '하고 싶은 일의 실체'를 궁금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이라는 거대한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어떤 일을 정리하고 엮는 게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업 혹은 직군을 경계로 일을 구분하는 것은 어쩐지 재미없게 느껴졌습니다. 그러자 경계가 모호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만한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은 '예술가'라는 단어와 연결이 되었고, 그렇게 '예술가의 일'이라는 주제가 결정되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가는 사전적 정의와 조금 다릅니다. 제가 정의한 예술가는 아래와 같습니다.

'일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여
자신의 일을
예술로 만드는 사람들

또한 제가 정의하는 '일이 예술이 되는 순간'은 예컨대 아래와 같습니다.

나는 원하는 빛이 올 때까지 끝까지 기다리고 끝까지 찍는다. 오늘 안 되면 내일 또 한다. 사흘이고 한 달이고 준비하고 기다린다.

 

- 촬영감독 홍경표

'이제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도전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축적되어 나가는 것이죠. 이런 사고의 축적이야말로 창조를 가능케 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 건축가 안도 다다오

저는 지금도 여전히 바이올린 연습을 합니다. 완벽한 테크닉을 연마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게 연습이란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훈련입니다. 어떤 이들은 베토벤이라든지, 바흐를 연주할 때 '그 곡은 이런 식으로 연주해야 해', '이것이야말로 그 곡을 연주하는 단 하나의 올바른 방식이야'라고 말하죠. 그런데 질quality을 높이는 데 치중하다 보면 결국엔 동일성equality까지 높아집니다.

 

- 바이올리니스트 기틀리스

본 콘텐츠에 담은 예술가 6명의 인터뷰가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분들의 생각 여정에 좋은 파트너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인터뷰 콘텐츠를 읽을 때 인터뷰어가 던지는 질문을 내가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를 상상하며 읽기도 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좋은 질문만큼 도움이 되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본 글에는 담겨있지 않지만, '예술가의 일'이라는 주제에 공감하는 분들께는 아래 두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두 권 모두 요즘 제 머리맡에 있는 책들이고, 아무 페이지나 펼치기보다 처음부터 읽어야 더 좋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어지는 콘텐츠도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라며,

 

- PUBLY CCO 김안나 드림

<환상의 빛>은 매우 작은 영화지만 그래도 40명 정도의 제작진이 촬영 현장에 있었습니다. 큰 영화라면 100명은 가뿐히 넘습니다. (중략) 어쨌거나 40명이라는 인원수도 제게는 매우 많아서 모두에게 눈길을 주기가 어려웠습니다. 촬영팀과 조명팀의 기술이 압도적으로 높았기에 그 부분은 전면적으로 신뢰했지만, 촬영 현장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을 작품에서 살리지 못하는 등 제가 그때까지 텔레비전에서 다져 온 가벼운 발놀림을 활용할 수 없다는 데는 약간 조바심이 났습니다. (물론 이는 제 능력의 문제입니다.)

또 <환상의 빛>은 원작이 있어서 대사를 마음대로 고칠 수 없었습니다. (중략)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는 점, 원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제게는 괴로운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괴로웠던 점은, 직접 열심히 결정하며 그린 300장의 그림 콘티에 스스로 얽매여 있었던 것입니다. 콘티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콘티를 버리면 되었을 텐데, 당시 저는 그런 것조차 몰랐습니다. 주위는 모두 베테랑인데 저만 현장이 처음이니 불안도 컸겠지요. 능력 있는 제작진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목표점까지 겨우 이르렀지만, 현장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은 영화 속에 그다지 반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중략)

제가 콘티에 얽매여 있었다는 사실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으로부터 지적을 받고 깨달았습니다.

"테크닉은 훌륭해요. 다만 당신은 촬영하기 전에 콘티를 전부 그렸겠지."

도쿄 국제영화제 참석차 일본에 와 있던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만났을 때 이렇게 정곡을 찔려서, "그렸습니다. 자신이 없어서요."라고 대답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어디에 카메라를 둘지는 그 사람의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뒤에 비로소 정해지는 게 아닌가. 당신은 다큐멘터리를 찍었으니 알겠지?"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25~27p

피아노에는 총 88개의 건반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를 누르면 해머가 작동해서 일정한 속도로 현을 때립니다. 속도가 빠르면 센 소리가 나고 속도가 느릴수록 여린 소리가 나죠. 이제 우리는 열 손가락을 상대한다고 상상해봅시다. 각 손가락은 저마다 성격이 있겠죠. 이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합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 열 손가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열 손가락이 모여 생겨나는 하나의 개념이 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실제로 이를 생각하면서 연주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 과정이 어땠는지 나중에 생각한 것을 정리해서 말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를 알게 되면 신체적으로 관여해야 합니다. 건반을 누르고 당신이 감정과 사고를 통합한 것에 어울리는 정확한 속도로 해머가 움직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연습을 하는 이유입니다.

- 시모어 번스타인,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284~285p

#1 프롤로그: 일이 예술이 되는 순간 마침.

때를 기다려야 한다: 촬영감독 홍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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