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Editor's Comment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누구나 중요하다고 말하는 교육.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 예술학교인 꿈이룸학교의 정두수 저자가 새로운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혁신을 시도하는 학교들을 찾아 떠났습니다. '어서와, 이런 학교는 처음이지? - 새로운 시대의 교육'의 첫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지 간략히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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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이미지 ©Redd Angelo/Unsplash

교육과 상관없는 스타트업을 하던 제가 대안학교를 시작한 건 3년 전의 일입니다. 설립 준비 기간 2년을 제외하면, 아이들을 본격적으로 만난 지는 이제 1년 정도 된 셈입니다. 제 근황을 지인들에게 말하면, 대부분 이런 질문을 합니다.

갑자기 웬 대안학교?

제가 시작한 학교는 3D 프린팅, ARVR, 코딩처럼 IT기술을 창작 도구로 활용하는 뉴미디어 예술학교를 표방하기에 전에 하던 일과 아주 상관없지는 않다고 대답하지만, 그다음 받는 질문은 참 난감합니다.

그래서 그걸 왜 하는데?

별 의미 없이 던진 질문일 수 있지만, 저에겐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떠오르게 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어서와, 이런 학교는 처음이지?'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왜 학교를 벗어나려 할까

공교육에서 인정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은 아이들을 '학교 밖 청소년*'이라 부릅니다. 2014년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들의 51.2%가 학교 교육에 대한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를 벗어난 아이들의 42%가 학교가 아닌 곳에서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 관련 자료: 학교 밖 청소년의 개념 (출처: 찾기쉬운생활법령정보)

 

아이러니한 사실은 학업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학교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은 왜 학교를 거부하게 되었을까요? 1980년대에 이미 학교붕괴 현상을 경험했던 영국으로 향했습니다.

 

영국의 민주주의 학교 샌즈 스쿨(Sands School)의 설립자인 션 벨라미(Sean Bellamy)는 학생이 학교를 편한 공간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공교육 안에서의 학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딱딱한 의자, 불편한 교복, 과도한 경쟁으로 채워진 환경에서 아이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없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우리의 업무 환경이 그렇다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샌즈 스쿨에서 학생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설립자 션 벨라미 ©정두수

아이들이 머물고 싶은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영국으로 향한 이유 역시 이 질문에 답을 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습니다. 일찌감치 공교육의 실패를 인정한 영국에서 정부 지원을 받지 않은 소규모 대안학교로서는 이례적으로 영국교육표준청(Ofsted)의 아웃스탠딩(outstanding*) 등급을 받은 샌즈 스쿨**에서 보낸 시간은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 영국교육표준청에서는 매년 학교 평가를 하는데, 탁월(outstanding), 우수(good), 보통(satisfactory), 미흡(inadequate) 네 가지로 등급을 구분한다. 영국 학교 전체의 30% 정도만이 우수 이상의 등급을 받는다.

** 관련 기사: "12억 학교예산·수업계획, 아이들이 직접 짠다"(내일신문, 2014.9.29)

학습자 중심의 배움

2014년, IGDFF(I got degree for free)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에 다니지 않고 인터넷이나 도서관을 통해 수집한 무료 정보들을 조합하여 대학 수준의 지식을 체득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던 아주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실험이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학습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중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시작한 실험임에도 습득한 지식을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한 탓에 결국 학습 동기를 잃고 말았습니다.

 

'나는 언제 동기를 갖고 학습했을까?' 돌이켜 보니, 공부하기 싫어하는 제가 동기를 갖고 학습했을 때는 창업 직전이었습니다. 그 당시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만들 수 있는 기술이나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기술 습득을 위한 공부를 해야만 했습니다. 학습 목표가 분명해지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한 것입니다. 

중요하대서 코딩을 배우긴 하는데,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 꿈은 사진작가인데 말이죠

제가 일하고 있는 꿈이룸학교에 개설된 '예술코딩'이란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토요일마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오던 한 아이의 말입니다. 시각예술에 최적화된 '프로세싱(processing)'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뤘기 때문인지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흥미를 갖고 참여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토요일은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업을 들어야 했던 아이는 자신이 왜 코딩 교육을 받는지, 자신이 되고 싶은 사진작가와 코딩 수업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아직도 모릅니다. 그리고 다시는 코딩을 배우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꿈이 사진작가인 아이에게 코딩 교육이 정말 필요했던 걸까요? 학교의 정의가 '학습자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지식을 올바르게 습득할 수 있게 하는 교육 실천 현장'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은 학교의 진정한 의미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학습자 중심의 배움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답을 얻고자 거꾸로 교실(flipped learning)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학습자 중심의 배움을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 거꾸로 교실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의 목소리를 통해 학교는 왜 존재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대, 학교는 정말 필요할까?

커다란 철제 교문으로 들어서면 운동장이 나옵니다. 운동장 옆으로 난 길을 지나면 교실들이 모여있는 건물이 나오고, 건물의 두꺼운 유리문 앞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고 복도를 지나면 교실이 나옵니다. 책상에 앉으면 커다란 칠판과 교탁이 있습니다. 제가 12년 동안 다녔던 학교의 모습을 묘사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학교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 [소셜스토리] 유현준 건축가, "우리는 12년간 교도소에 있었다" ©JTBC News

 

유현준 건축가는 오늘날 학교의 구조가 교도소와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극단적인 표현 같지만 겉모습만 놓고 본다면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학교 모습이 정착하기 시작했던 100여 년 전, 확장(scale)과 효율(efficiency)을 강조하던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100여 년간 유지된 학교의 모습도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이 이어지는 초연결 시대, 인공지능과 암호화폐가 등장하고, 모든 것이 급변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공장형 학교'에서 몇 권의 교과서와 초록색 칠판을 보며 배우는 고정된 지식으로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미네르바스쿨 홈페이지 캡쳐 화면. 미네르바스쿨은 1년마다 나라를 옮기면서 수업을 받는다. ©미네르바스쿨

어떻게 하면 공장형 학교의 모습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자면, 새로운 시대에도 학교는 여전히 필요한 존재일까요? 캠퍼스가 없는 대학, 미네르바스쿨의 사례를 통해 전통적 개념의 학교에서 벗어나 온라인에서 배우고, 세상 속에서 경험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여행

제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혁신적인 교육 기관들이 더 나은 교육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곳을 향하는지', 그 목적 아래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전인적 성장을 지향하고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하며 '미래 교육은 새로운 교수 방법들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스쿨21(School21)의 사례를 통해 영국이 교육 혁신을 위해 어떤 정책적 접근을 시도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PBL(project based learning )워크숍에 참여하여 통합과 인류애를 최고 가치로 두는 스쿨21이 왜 PBL이라는 방법론을 선택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AI 시대에는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하다는데, 도대체 창의성은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요? 이탈리아의 세그니 모시(Segni Mossi)에서는 '창의성은 창의성을 가르치는 것(teaching creativity)이 아니라 창의적인 가르침(creative teaching)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합니다. 움직임과 드로잉이라는 두 가지 예술 활동을 통해 교육자에게 창의적 영감을 주는 세그니 모시의 워크숍에 참여하였습니다.

 

3D 프린팅, VRAR, 코딩 교육 등 교육 현장에 새로운 기술만 접목하면 교육기술(edu-tech*)일까요? 프랑스의 프로그래머 양성학교 에꼴 42(Ecole 42)에서는 교수 방법론, 선발 방법, 학사 시스템까지 모든 것이 에꼴 42의 교육철학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코딩 교육의 목적은 통찰이지 프로그래머 양성이 아니라고 말하는 에꼴 42에서는 교육기술이 추구해야 할 방향과 구체적인 적용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 교육이 당면한 문제를 기술로 풀어보려는 시도 혹은 산업을 가리켜 교육기술(educational technology)이라 부르며, 줄여서 에듀테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에꼴 42의 학사 시스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시보드 ©정두수

이외에도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청소년의 30%가 선택하는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Efterskole),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위한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한국의 꿈이룸학교, 교육기술의 최근 동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영국의 에드스페이스(Edspace)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해답은 배움에 있었습니다

더 나은 교육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떠난 3개월의 여행을 통해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습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듣고, 어떻게 하면 잘 배울 수 있게 할지 고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여행을 통해 제가 찾은 해답은 '교육의 본질은 가르침이 아니라 배움'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행의 끝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얼마 전, 핀란드에서는 과목 개념을 폐지*했다고 합니다. 현상 중심 학습(phenomenon based learning)을 통해 과목 중심이 아닌, 특정 주제를 둘러싼 다양한 내용을 다채로운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실험을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상황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육 강국 핀란드의 파격적인 교육 실험은 대한민국 교육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교육에도 뉴노멀의 시대가 왔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재상, 학교의 모습, 학생과 교사의 역할 그리고 평가 방법까지 학교 교육을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학교 교육에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리포트의 마지막 장에서는 세계 석학들의 이론과 예측들, 그리고 제가 경험한 혁신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뉴노멀 시대의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안건(agenda)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어서와, 이런 학교는 처음이지? - 새로운 시대의 교육]

 

뉴노멀의 시대에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던 정두수 저자가 영국의 민주주의 학교 샌즈 스쿨(Sands School), 프랑스의 프로그래머 양성학교 에꼴 42(Ecole 42), 덴마크의 인생학교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영국의 교육 실험실인 스쿨21(School21), 이탈리아의 통합예술 교육장 세그니 모시(Segni Mossi)를 다녀왔습니다. 끝없이 고민하고 실험하는 시도를 통해 혁신 교육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현장에 함께 참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