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획

Editor's Comment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 음식, 음악, 여행, 그리고 독서'는 어떤 고민에서 시작되었을까요? 이번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최우창 PM이 콘텐츠 기획 이야기와 저자 섭외, 저자들과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담은 글을 준비했습니다. 최우창 PM의 특별한 기록, 지금 시작합니다. 

* 상단 이미지 ©Namroud Gorguis/Unsplash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의 초기 기획은 지금과 약간 달랐습니다. 첫 가제는 '젊은 마케팅 실무자들'이었죠. 초기 대상은 3년에서 7년차 정도의 실무자 4~5명을 모아 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세세한 이야기를 담으려 했습니다.

'누가 이 이야기를 가장 잘 풀 수 있을까?'

개인 SNS를 통해 글을 봐 왔던 마케터를 생각해 보았는데, 배달의민족 이승희 마케터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친분은 전혀 없었지만,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이 올라올 때마다 재미있게 읽었고, 언젠가 저자로 섭외해보고 싶었습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습니다. 2017년 11월에 열린 'RE:WORK CONFERENCE 2017'의 세션 중 하나를 이승희 마케터가 맡았는데, 그날 PUBLY 손현 에디터도 발표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손현 에디터에게 컨퍼런스에서 이승희 마케터와 만나면 제 소개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행사가 끝난 뒤 이승희 마케터와 온라인상에서 먼저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승희 저자와 첫인사를 나눈 페이스북 메시지 ⓒ최우창

페이스북 메시지로 간단히 논의를 마친 뒤 미팅을 잡았습니다. PUBLY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이승희 저자는 밝고 힘찬 에너지가 느껴졌고, 미팅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4명의 저자를 찾아서

이승희 저자와의 미팅을 통해 '젊은 마케팅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담자'는 주제를 확정하고, 어떤 사람들을 저자로 섭외할지 또 어떤 세부 내용을 다룰지 논의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몇 가지 저자 섭외 기준이 있었습니다.

  • 글을 많이 써 왔거나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일에 능숙한 사람
  • 큰 기업에서 작은 부분을 맡아 마케팅하는 사람보다는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조직에서 주도적으로 실무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

  • 대외적으로 너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

아주 유명하진 않아도 주관이 뚜렷하며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찾았고, 저와 이승희 저자가 공통으로 생각한 저자 후보는 정혜윤 마케터였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이름이 거론되었으나 글을 재미있게 읽어 온 정혜윤 마케터부터 섭외하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나온 뒤 이승희 마케터가 정혜윤 마케터를 우연히 만나 프로젝트 이야기를 했고, 정혜윤 마케터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정혜윤 마케터가 일하는 을지로 위워크에 갈 일이 있던 저는 저자 섭외 미팅을 진행했죠.

 

이승희 마케터와 정혜윤 마케터를 주축으로 다음 저자를 섭외했습니다. 첫 미팅 때 제가 추천한 이육헌 마케터는 당시에 삼성전자에 다니고 있었는데, 마침 트레바리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육헌 마케터 역시 저자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섭외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육헌 저자에게 보낸 저자 섭외 메일 중 일부 ⓒ최우창

마지막으로 박소령 CEO와 정혜윤 마케터가 추천한 에어비앤비 손하빈 마케터를 저자로 섭외했습니다. 다른 3명의 저자는 기존에 온라인상에서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손하빈 마케터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로 섭외한 이유는 저자와 내부 팀원이 모두 추천한 사람이라 믿을 수 있었고,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는 마케팅 실무자 이야기는 어떨지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리포트 주요 타깃인 마케터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 회사이기도 했고요.

 

그렇게 '젊은 마케팅 실무자' 4명을 섭외해 성수동 카페에서 PM(Project Manager)과 저자가 모두 모이는 첫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초기 기획과는 약간 다르게 3년부터 10년차까지 다양한 실무 경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 좀 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4명 모두 약간의 교집합은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는 대부분 처음이었어요. 그런데 미팅을 진행하다 보니 취향도 비슷했고 이야기가 잘 통했습니다. 합이 잘 맞는 대학교 조 모임 느낌이었달까요?

저자 4명과 처음으로 함께 모여서 진행한 미팅 ⓒ이승희

주제를 더 뾰족하게 좁혀 보자!

PUBLY에서 콘텐츠를 기획할 때 신경 쓰는 부분은 저자가 가진 경험과 주관을 바탕으로 주제와 타깃을 뾰족하게 좁히는 것입니다. 미팅 중에 발견한 4명의 공통점은 모두가 '라이프스타일' 관련 브랜드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음식을, 스페이스오디티는 음악을, 에어비앤비는 여행을, 트레바리는 독서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키워가는 브랜드라, 이번 리포트 주제에 그 부분을 녹이기로 했습니다.

1차 저자 미팅 후 정리한 메일 내용 일부 ⓒ최우창

그리하여 기존 주제였던 '젊은 마케팅 실무자들의 이야기'가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로 바뀌었고, 그중에서도 저자들과 관련이 깊은 '음식, 음악, 여행, 독서'를 다루는 브랜드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4명 모두 4가지 주제에 관심이 있었죠.

영 프로페셔널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

2015년 말~2016년 초 즈음, PUBLY가 설립된 지 1년이 채 안 되었을 시절에 카우앤독 캔틴에서 박소령 대표가 신문을 보다가 말한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요즘도 신문 논평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10년 전, 20년 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말. 그리고 책 서평 추천사를 써주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아직도 대부분 나이 많은 남성 스피커라는 말. 그러면서 이 시대의 영 프로페셔널들이 더 많이 밖으로 나와야 하며, 그들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말은 PUBLY에서 일하면서, 특히 PM으로서 저자를 섭외할 때마다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영 프로페셔널,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져야 한다

20년, 30년 일하며 전문성을 기른 C 레벨이나 관록 있는 교수들의 이야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많습니다. 또한, 언론이나 강연 등을 통해 나온 이야기는 거시적인 내용이 많으며 실무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서 누락되거나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기업이 어떻게 마케팅했는지를 두고 한 기업의 CEO가 마케팅 실무자보다 더 잘 알 수 있을까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사람들, 그리고 달라진 시대와 환경에 적응하며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일을 실행하는 젊은 실무자들의 이야기가 더 필요하고 와 닿습니다. 그들과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했고 시행착오를 미리 겪었으며 실질적으로 업무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젊은 실무자들의 이야기가 더 많아져서 비슷한 또래나 사회 초년생들이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리포트가 브랜딩, 마케팅 영역에서 그 역할을 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랍니다.

핵심 타깃을 만나다

이번 프로젝트 진행 기간에 이전 직장 동료를 만났습니다. 그는 최근 마케팅 포지션으로 이직을 했는데, 처음 일하는 분야다 보니 고민이 많아져서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PUBLY에서 PM을 하기 전에는 마케터로 일했고, 이전 직장에서도 마케팅 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같이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고민과 질문을 나눴습니다.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독자들이 궁금할 만한 내용과도 맞닿아 있었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 PUBLY에서는 초기에 어떻게 마케팅해서 신규 사용자를 모았나요?

  • 채널별 운영 전략이 따로 있나요? 채널마다 어떻게 운영하나요?

  • 카피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요? 문장 하나하나 쓰는 일도 많은 고민과 시간이 들어가는 데, 내가 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 대부분의 회사 페이스북은 포스팅이나 광고할 때 짧게 핵심만 쓰는데, PUBLY는 글이 긴 편이더라요. 포스팅이나 광고할 때 의도적으로 길게 쓰는 건가요?

  • 마케팅을 전부터 해보고 싶었고 기회가 닿아서 하게 됐는데 막상 1달 정도 일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렵고 막막했어요. 처음에 마케터로 일할 때 안 힘들었나요?

이런 고민들은 이제 막 마케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많이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마케터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요령이나 개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시도를 했고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각 회사나 시기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많아서 '정답'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리포트 역시 모든 사람들에게 브랜드 마케팅의 정답을 알려주는 콘텐츠는 아닙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브랜드 마케팅을 한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제 막 마케팅 일을 시작하거나 앞으로 브랜드 마케터를 꿈꾸는 사람들, 혹은 비슷한 또래 마케터의 경험과 생각이 궁금한 사람들이 읽고, 각자의 영역에서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고, 영감도 얻으면서 말이죠.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일들을 꾸려나가는지 궁금하시다면, 두루뭉술한 이론 대신 손에 잡히는 실무 이야기들을 듣고 싶으시다면, 이 글을 주목해주세요. 네 명의 마케터들이 마케팅과 브랜딩, 그리고 '마케터의 일'에 대해 함께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