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사람이 있습니다
2018년 9월 17일, 70회 에미상(Emmy Awards )시상식이 열립니다. 에미상 개막을 5개월가량 앞둔 지금 LA는 에미상의 계절, 정확히는 에미상 작품 제출과 후보작으로 선정 받기 위한 프로모션의 계절을 맞았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볼드 타입>의 편집실은 파라마운트 영화사 건너편 롤리 스튜디오(Raleigh Studios)에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넷플릭스는 이 스튜디오에 공간을 빌려 FYSEE라는 에미상 출품작 프로모션을 시작했습니다. 행사는 한 달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데요. 넷플릭스뿐 아니라 모든 주요 방송사가 에미상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거리 곳곳에 'FYC(for your consideration)'라는 문구와 함께 자사 프로그램 광고판이 가득 찼습니다.
에미상과 같은 시상식은 단순히 화려한 무대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사회자의 농담에 웃는 시간이 아닙니다. 이런 자리는 그동안 작품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바친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자리이고,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입니다. 또 그래야만 합니다.
새벽 두 시. 건물 복도에는 청소원이 지나가면서 내는 소리만이 가끔 공기를 흔들 뿐, 아무도 없이 고요합니다. 텅 빈 새벽 도로를 빠르게 지나가는 차의 소리는 마치 바닷가의 파도 소리 같습니다. 창문 밖에 보이는 길 건너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불빛은 모두 꺼져 있습니다.
디렉터스 컷 마지막 날.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부끄럽지 않은 편집본을 만들기 위해 편집실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편집본은 프로듀서를 거치고, 스튜디오와 방송사를 거쳐, 여름이면 시청자와 만납니다. 그때쯤이면 이 새벽 두 시의 기억은 희미하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미드 비하인드 더 씬'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적던 글에서 시작했습니다. 미국으로 건너와 일을 배우고 경험한 과정을 물에 흘리듯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저의 이야기를 적다 보니, 이 이야기를 미국의 TV 제작 과정에 관심 있는 분과 나눈다면 더 값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