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시스턴트 에디터의 일

포스트 프로덕션 슈퍼바이저와 코디네이터, 어시스턴트의 일

VFX 에디터의 일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미드를 만드는 사람들(2)

문성환

저자

권해정

편집

이번에는 어시스턴트 에디터의 일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크게 흥행한 영화 &lt;블랙 팬서(Black Panther)&gt;의 어시스턴트 에디터 스티브 프리스틴(Steven Pristin)과 오랜 기간 팬들과 만나온 TV 드라마 &lt;스타트렉: 디스커버리(Star Trek: Discovery)&gt;를 담당한 존 멀린(John Mullin)을 만났습니다.<h3>스티브 프리스틴, &lt;블랙 팬서&gt; 어시스턴트 에디터</h3>스티브 프리스틴과는 AFI를 함께 다녔습니다. 전공별 정원이 최대 14명뿐이어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친하게 지낼 기회가 많았습니다.&nbsp;졸업 후 어느 날 스티브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인디 영화에서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하는데, 잠시 가족 일로 뉴욕에 다녀올 동안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12살 천재 댄서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lt;브레이킹 브루클린(Breaking Brooklyn)&gt;이란 작품이었습니다.&nbsp;당시 에디터는 클라우디아 카스텔로(Claudia Castello)였는데, 그는 라이언 쿠글러(Ryan Coogler) 감독과 여러 편 작업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때의 인연으로 스티브는 라이언 쿠글러가 연출한 &lt;블랙 팬서&gt;에 참여했습니다. 일 년여 동안 영화 작업을 마친 스티브를 만나, 그가 느낀 영화와 TV 작업에 대해 물었습니다.* &lt;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Fruitvale&nbsp;Station)&gt;와 &lt;크리드(Creed)&gt;에서 감독과 에디터로 함께 일했다. &lt;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gt;는 지하철 역에서 경찰관의 총에&nbsp;맞아 숨진 흑인 청년의 실제 이야기를, &lt;크리드&gt;는 복싱 선수의 투혼을 담은 영화다.&nbsp;<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8/05/10/1525948772_oduY3YnweuQwGucUvtx0tPlcc0JOXqyAapjBv94z.jpeg"></figure>스티브 프리스틴, &lt;블랙 팬서&gt; 어시스턴트 에디터Steven Pristin, Assistant Editor at &lt;Black Panther&gt;<blockquote>TV 드라마 &lt;틴 울프(Teen Wolf)&gt;와 영화 &lt;블랙 팬서&gt;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와 TV의 작업 방식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blockquote>

&lt;블랙 팬서&gt;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자세히 이야기하지 못해도 이해해주길 바란다.&nbsp;&nbsp;* 스티브는 보안상의 이유로 &lt;블랙 팬서&gt;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상당 기간 발설하지 말 것을 지시받았다.<blockquote>영화 작업을 하는 동안 하루 일과가 어땠는가? TV 드라마를 할 때와 많이 달랐나?&nbsp;</blockquote>촬영하는 동안엔 두 작품 모두 일과가 비슷하다. 에디터는 대개 오전 10시면 출근했다. 나는 빠르면 8시까지 편집실에 도착하려고 노력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날 밤에 온 데일리스 하우스 데이터를 카피하는 거다. 카피가 끝나면 클립 수를 확인하고, 아비드로 데이터를 불러내 번 인(burn-in)*이 정확한지 확인한다. 이후 슈퍼바이저, 촬영팀 그리고 녹음팀에서 보내온 메타데이터를 아비드에 입력한다.* 데일리스 하우스에서 보낸 데이터의 각 클립당 첫 몇 프레임에 적힌 파일 이름, 촬영 날짜 등의 정보&nbsp;&lt;틴 울프&gt;는 늑대인간이 된 소년의 이야기다. 이 작품과 &lt;블랙 팬서&gt; 모두 두 개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했고 슬로 모션 촬영이 많았다.&nbsp;메타데이터 입력이 끝나면 슬로 모션으로 촬영한 클립을 24프레임으로 변환한 후 이를 사운드와 싱크하고, 같은 테이크인 두 개 이상의 클립을 그룹으로 묶어준다. 그다음엔 액션과 리셋이 언제인지 표시해 에디터가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에디터가 일할 빈(bin)*을 에디터가 원하는 방식으로 준비한다. 이게 다 끝나면 데일리스 리뷰 준비를 시작한다.* 편집 프로그램인 아비드에서 클립을 모아두는 곳. 파일을 넣어두는 폴더와 같다.&nbsp;&lt;블랙 팬서&gt;의 경우, 전날 촬영분을 씬별 시퀀스(sequence*)로 정리해 감독이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프로듀서를 위해 이 시퀀스를 클립으로 만들어 보냈다.* 특정 상황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묘사하는 영상 단락 구분으로, 씬이 모여 시퀀스를 이룬다.&nbsp;여기까지 1차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lt;블랙 팬서&gt;에서는 점심 전에 이 일을 모두 끝내려고 노력했다.&nbsp;물론 오후까지 이 일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목표는 늘 점심 전이었다. 점심 후엔 콘티뉴이티와 월 보드(wall boards*)를 정리하고, 각 씬을 스크립팅했다.* 씬 설명과 이미지를 각 씬 별로 한 장의 종이에 프린트해 이를 벽에 붙여 놓는다.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nbsp;&nbsp;영화와 TV의 일과가 가장 달라지는 때는 에디터스 컷 다음, 그러니까 디렉터스 컷부터 최종 딜리버리까지 기간이다. 이 기간 동안 영화에서는 배우의 연기와 스토리 구조를 다듬는 등 전체적인 스토리를 정비한다. TV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서 말이다. 테스트 시사회도 여러 번 한다. 이 시사회는 우리에게 선물일 수도, 고통일 수도 있다. 결과에 따라 보충 촬영이 이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blockquote>&lt;블랙 팬서&gt;는 어땠나? 테스트 시사회 반응을 보고 보충 촬영을 했나?</blockquote>내가 공식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만, 설마 &lt;블랙 팬서&gt; 정도의 블록버스터가 테스트 시사회 이후에 아무 작업도 안 하고 바로 개봉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nbsp;<blockquote>알겠다. (웃음) 영화와 TV의 차이에 대해 계속 얘기해 달라.</blockquote>영화 작업이 TV보다 씬을 직접 편집할 기회가 더 많았다. 그렇지만 내가 일한 감독과 에디터가 어시스턴트 에디터의 역할에 대해 '더 열린'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언제나 그렇지는 않다.<blockquote>영화에서 편집할 기회가 더 많았다고 했는데, 어시스턴트 에디터가 에디터의 자리로 올라갈 기회는 오히려 영화보다 TV가 많다.</blockquote>TV 드라마는 시즌 당 에피소드 수가 많게는 22개부터 적게는 13개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이 숫자는 더 다양해지고 있다. 에피소드 수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편집 양도 늘어난다. 따라서 에디터도 더 필요하다. 영화에서 에디터는 주로 한 명이지만(&lt;블랙 팬서&gt;는 두 명이었다.) TV는 서너 명이다. 결국 콘텐츠의 양에 따라 기회가 많아진다.&nbsp;&nbsp;게다가 TV 드라마에서 한 에피소드는 대개 여섯 개의 액트다. &lt;틴 울프&gt;의 경우 어시스턴트 에디터에게 두 개에서 다섯 개의 액트를 편집하게 하고 공동 편집 크레딧을 주곤 했다. 어시스턴트 에디터 입장에선 이를 통해 쇼러너, 포스트 슈퍼바이저 그리고 감독에게 에디터의 자질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blockquote>&lt;블랙 팬서&gt;의 편집팀 구성은 어땠나?</blockquote>꽤 많은 인원으로 구성된 포스트 프로덕션팀이 일 년 넘게 일했다. 촬영 초반엔 촬영지인 애틀란타에서 일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는 LA에 있었다.<blockquote>어시스턴트 에디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TV와 영화에서 역할 차이가 있나?</blockquote>TV와 비교했을 때 영화는 연출, 촬영, 편집까지의 워크플로우 정립이 덜 되어있다. 그래서 어시스턴트 에디터가 종종 포스트 슈퍼바이저의 역할을 해야 했다.&nbsp;반면 TV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lt;틴 울프&gt;에서 함께 일한 에디터는 이 작품에 수년째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케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나로서는 데드라인이 언제인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점이 언제인지 등을 에디터에게 확인시켜 줄 필요가 없었다.<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8/05/10/1525949318_IAhqWULqMBA7DbisGPrdDz3w634yZTfpo4z6llWz.jpeg"><figcaption>2011년 첫 방송을 시작해 2017년까지 6개 시즌이 제작된 &lt;틴 울프&gt; ⓒMTV</figcaption></figure>TV에서 일할 땐 마치 테크니션(technician)이 된 기분이었다. 쇼는 기계이고, 난 그 기계를 잘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물론 영화에서도 테크니션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에디터의 심리치료사도 되어야 했다. 작업 기간이 긴 영화에서 에디터는 종종 자기가 잘하고 있는지 의심을 품기 때문이다.&nbsp;<blockquote>TV가 워크플로우 정립이 잘 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nbsp;</blockquote>영화는 작품에 따라 감독부터 촬영감독, 그리고 VFX팀까지 모두 새로운 사람이 모인다. 그러니 워크플로우 역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에 반해 TV는 두 번째 시즌 정도 되면 워크플로우나 스케줄은 이미 정립된 상태다.&nbsp;&nbsp;그리고 영화에서 포스트 슈퍼바이저는 기술적인 부분과 관련된 일이 얼마나 어려운 건지, 또는 얼마나 걸리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모두 어시스턴트 에디터의 책임이 된다. 그래서 워크플로우나 스케줄에 관련한 이슈가 포스트 프로덕션에 오갈 때 어시스턴트 에디터의 일이 더 많아진다.<blockquote>&lt;블랙 팬서&gt;에서 일하면서 이런 점은 TV 작업에도 적용하면 좋겠다고 느낀 것이 있었나? 혹은 그 반대 경우는?</blockquote>그런 걸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 다만 TV의 경우 편집하는 동안 스토리에 대해서 고민할 시간이 많았으면 한다. 알다시피 TV는 스케줄이 빠르게 돌아가니까.&nbsp;<h3>존 멀린, &lt;스타트렉: 디스커버리&gt; 어시스턴트 에디터</h3>존 멀린은 오랫동안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했습니다. 제 주변인 중 어시스턴트 에디터 경력이 가장 오래된 사람입니다. 영화 일을 위해 스물두 살 때 시카고에서 LA로 온 그는 지금까지 &lt;매드 맨(Mad Men)&gt;, &lt;워킹 데드(The Walking Dead)&gt;, &lt;베터 콜 사울(Better Call Saul)&gt;, &lt;웨스트월드(Westworld)&gt;* 등의 작품에 참여했습니다.&nbsp;&lt;매드 맨&gt;은 2007년 시작한 작품으로, 무자비하지만 화려한 1960년대 뉴욕의 광고업계를 다룹니다. &lt;워킹 데드&gt;는 좀비의 습격으로 폐허가 된 세상을 배경으로 하며, 2010년 첫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2015년 시작한 &lt;베터 콜 사울&gt;은 &lt;브레이킹 배드&gt;의 스핀 오프 시리즈로 삼류 변호사가 악덕 변호사가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마지막으로 &lt;웨스트월드&gt;는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인조인간이 인간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다는 SF 드라마입니다.&nbsp;&nbsp;이 모두 하나하나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라 종종 부러움을 느끼곤 합니다. 최근 &lt;스타트렉: 디스커버리&gt; 시리즈를 마친 존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nbsp;<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8/04/16/1523884277_4eonXGhL3s3CDZ95I8RsrN8XY1nrRhlvXVeJLqiv.jpeg"></figure>존 멀린, &lt;스타트렉: 디스커버리&gt; 어시스턴트 에디터John Mullin, Assistant Editor at &lt;Star Trek: Discovery&gt;&nbsp;<blockquote>어시스턴트 에디터의 역할은 무엇인가?</blockquote>먼저 촬영한 데이터에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하고, 에디터의 방식에 맞게 정리한다. 이건 기본적인 거고, 정말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티브한 측면에서 에디터를 돕는 일이다. 그래서 난 어시스턴트 에디터를 에디터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 정의한다. 시나리오와 스토리&nbsp;전개에 대해 토론하고, 어떻게 편집하는 게 좋을지 이야기하고, 템프 뮤직(temp music)*과 사운드 디자인(sound design)**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정식으로 음악을 의뢰하기 전에 사용하는 임시 음악** 음향에 대한 모든 작업 배가 제대로 가도록 조종하는 기술자이면서, 크리에이티브한 사서라고나 할까? 그러면서 마스터로부터 배우는 수습생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작품에서 이런 역할을 항상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게 내가 바라는 최상의 역할이다.<blockquote>공감한다. 지금 나와 일하는 에디터는 크리에이티브한 측면에서 함께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이전 작품에서 만난 에디터는 쇼의 전체적인 편집과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수시로 논의하곤 했다. 에디터가 나를 단순히 '도구'로 보는 게 아니라 '파트너'로 대한다고 느낄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nbsp;어시스턴트 에디터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blockquote>여러 개의 접시를 한꺼번에 돌리면서 미치지 말아야 하는 것. 작품마다 그만의 어려움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하는 점이 어렵다. 또 쇼러너나 프로듀서를 편집실로 데려와 승인을 받는 일도 까다롭다.<blockquote>맞다. 그 사람들은 너무 바빠서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다. 알아서 확인하겠지, 하고 기다리다 문제가 생기면 어시스턴트 에디터가 책임져야 한다.&nbsp;오랫동안 TV 드라마에 참여했다.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 환경에서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blockquote>아내에게 늘 이런 말을 한다. "일하는 시간이 좀 짧으면,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이 일을 사랑한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데드라인에 치여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처리하느라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 정말 참기 힘들다. 뭐… 이 일이 원래 그렇지만.<blockquote>'말도 안 되는 데드라인'에 대한 얘기를 더 듣고 싶다.</blockquote>&lt;스타트렉: 디스커버리&gt;를 작업할 때, 일이 끝나면 집에서 예전에 방영한 &lt;스타트렉&gt;을 보곤 했다. 여전히 훌륭한 작품이다. 지금과 비교하자면 촬영 분량이나 VFX 장면이 적다. 편집 스타일도 지금보다 복잡하지 않았고.&nbsp;&nbsp;요즘 TV 드라마는 영화만큼, 혹은 영화보다 비주얼이 좋다.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작업 시간도 늘어났지만, 요구하는 스케줄은 예전 그대로다. &lt;스타트렉&gt; 같은 유명한 작품은 기대치 때문에 더 공을 들여야 하는데 효과음 작업, 음악 작업, 임시 VFX 작업을 하다 보면 시간이 늘 부족하다.&nbsp;<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8/04/16/1523885130_ntVC6vcAbVkMWquePz9LNSumggrOtFclccRfcWSp.jpeg"><figcaption>&lt;스타트렉: 디스커버리&gt;는 &lt;스타트렉&gt;의 6번째 시리즈로 2017년 첫 방송을 해, 15화로 마무리했다. ⓒCBS</figcaption></figure><blockquote>포스트 프로덕션의 중요성은 종종 간과되는 듯하다. 말이 나온 김에 포스트 프로덕션과 프로덕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프로덕션은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언뜻 보기에 뭔가 더 큰일처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건 종사자건 포스트 프로덕션보다 프로덕션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그 관심만큼 대우도 달라지나?</blockquote>대우가 공평하지 않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러나 관심은 차이가 난다. 촬영장에선 많은 사람이 함께 일한다. 촬영장은 마치 전쟁터와 같다. 프로덕션은 많은 사람을 촬영장에 모이게 하고, 촬영 동안 모두가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잘 먹을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현장에서는 지금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해야지, 저 멀리 사무실에서 촬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은 신경 쓰지 않는다.&nbsp;&nbsp;시청자도 마찬가지다. 편집에 대해선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에디터는 영상과 음향이 최대의 효과를 내도록 뜯어고치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이렇게 편집했다는 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big>시청자는 편집에 문제만 없다면&nbsp;그걸로 만족한다 설령 문제가 없어도 그게 편집 덕분이라는 걸 알지 못하면서</big>드라마 DVD 부록으로 들어가는 '비하인드 더 씬'에 포스트 프로덕션과 에디터의 일을 소개해도 별 재미가 없을 거다. 나는 거기에 나오려면 일단 추리닝을 벗고 면도를 해야 한다. (웃음)<blockquote>그래서 편집을 보이지 않는 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시청자가 편집을 인식하지 못해도 불만은 없다. 로저 디킨스(Roger Deakins)*도 "촬영감독의 가장 큰 성취는 관객이 촬영에 대해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촬영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하기 시작하면 관객은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관객은 종종 '예쁜 장면'과 '좋은 촬영'을 혼동한다."고 했다. 이건 편집에도 정확히 적용된다.* 거장으로 불리는 촬영감독. 영화 &lt;블레이드 러너 2049&gt;로 2018년 제9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받았다.</blockquote>맞는 말이다. 관객은 어디가 헷갈리고, 어디가 지루한지 플롯(plot)에 대해 이야기하지, 편집을 따지진 않는다.&nbsp;<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8/05/16/1526496896_b2n1YocKgiMyLPbHhDhFLn9pML5gv2cZzcQXl7rF.jpeg"><figcaption>©ShareGrid/Unsplash</figcaption></figure><blockquote>TV 드라마 편집과 영화 편집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 TV 드라마 편집은 영화 편집보다 대우를 받지 못하는 듯하다.</blockquote>편집이라는 역할 자체가 무시당하지는 않는다. 훌륭한 편집은 어느 분야에서나 훌륭하다.&nbsp;내가 어릴 땐 더 좋은, 더 창조적인 이야기는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했다. TV 드라마는 제약이 많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제 이 말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진짜 보고 싶은 이야기가 TV 속에서 펼쳐지는 것을 경험했다.&nbsp;기존 시즌이 20화 이상의 에피소드였다면 지금은 8화에서 12화 정도로 구성된, 보다 짧은 시즌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90분에서 120분 사이의 영화보다 등장인물의 변화, 이야기의 꼬임과 풀림을 보여주는 일이 쉬워졌다.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nbsp;확실한 것은 지금 TV에는 '미치도록 흥미로운' 쇼가 아주 많다는 사실이다.&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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