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이 말하는 스페이스오디티의 음악 브랜딩

Editor's Comment 

스페이스오디티와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을까요?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 음식, 음악, 여행, 그리고 독서'의 두 번째 미리보기 글에서는 음악과 여행을 통해 스페이스오디티와 에어비앤비의 초기 브랜딩 과정을 소개합니다.

전문이 실린 디지털 콘텐츠는 5월 24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정혜윤, 스페이스오디티 브랜드 마케터

저는 업무 특성상 자연스럽게 모든 일에 음악을 중심에 두고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음악은 콘텐츠로서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이라는 다른 콘텐츠와 결합할 수 있고, 다양한 플랫폼에 쉽게 적용 가능한 확장성도 있거든요.

 

다른 콘텐츠는 집중하지 않으면 소화하기 힘든 경우가 많지만 음악은 집중도가 높지 않아도 되고, 동시에 여러 작업이 가능합니다. 음악은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중에서도 가장 반복적인 소비가 가능해요.

100번 이상, 10년 이상 본 영화는 없지만, 음악은 100년 동안 유행하기도 한다. 눈은 새로운 걸 따라가지만, 귀는 익숙한 걸 따라간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나온 문장이라고 합니다. 이 문장 안에 음악의 힘이 함축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음악은 가장 효과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이끌어냅니다. 한 번 생각해보세요. 몰입이 잘 안될 때, 어느 순간 음악이 흘러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지고 감정이 잡힌 경험이 있지 않나요. 음악은 비주얼 요소와 결합할 때 시너지를 냅니다. 또한 고객에게 감성적으로 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합니다.

 

스페이스오디티는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과 브랜딩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요. 2017년 겨울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 멜론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보면 스페이스오디티의 '음악 브랜딩'이 잘 드러납니다.

 

멜론은 점차 개인화된 데이터와 인공 지능을 접목한 새로운 기능을 알리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는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기술적인 내용을 좀 더 감성적으로 풀기 위해, 멜론이 주인공인 브랜드 필름을 만들기로 했어요. 단, 모든 것을 직접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기획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크리에이터와 드림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멜론 1인칭 시점 브랜드 필름 드림팀 구조 &#169;스페이스오디티

멜론의 브랜드 필름은 뮤직비디오 감독이 찍고, 카피는 작사가가 썼습니다. 여기에 멜론 시점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까지 만들었어요. '데이터와 인공지능'이란 차가운 키워드 대신 "언제나 내겐 마음을 읽는 친구가 있었다", "사랑은 떠나도 음악은 남아있다"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따뜻하게 와 닿는 문구를 작사가와 함께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감독의 감성으로 영상에 담아냈어요.

멜론 브랜드 필름을 위해 만든 노래, '정은지 - 마니또' &#169;스페이스오디티

멜론 브랜드 필름을 위해 만든 노래, '곽진언 - 고스란히' &#169;스페이스오디티

 

한편,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여러 가지 포인트를 영상 안에 녹였습니다. 두 번째 브랜드 필름 <우리 지난날의 온도>를 예로 들면, 싸이월드 시절이 등장합니다. 영상에는 Y의 <프리스타일>, 키네틱 플로우의 <몽환의 숲>, 넬의 <멀어지다> 등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유행하던 노래들이 나오는데요. 저희 내부에서, 협업하는 크리에이터와 함께 고민해가며 여러 후보를 논의한 끝에 선택한 노래들입니다. 이 음악만으로도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거기에 데미소다, 스티커 사진, MP3 플레이어, 싸이월드 이벤트 당첨과 하얀 글씨로 숨겨두기 등 당시 싸이월드를 이용했던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 시절의 추억거리를 추가했습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디테일에 강한 송원영 감독은 저희 멤버들 이름으로 된 명찰까지 준비해 왔다고 해요. 영상의 전반적인 초록색 톤, 배우들이 입은 초록색 체육복까지도 멜론의 브랜드 컬러를 의식하며 만들었어요. 그렇게 세세히 디테일까지 신경 써서 나온 작품이 <우리 지난날의 온도>입니다.

 

 

* 멜론의 두 번째 브랜드 필름 <우리 지난날의 온도> ©멜론

 

 

이 영상이 공개되고 난 뒤, 반응이 좋아 뿌듯했습니다. 30대 초반의 남자를 주인공으로 생각하며 만든 영상인데요. 신기하게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내 얘기'라며 공감해주었어요. 영상은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되었고, 통합 700만 뷰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브랜드 필름과 노래, 뮤직비디오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해석 콘텐츠와 팬 아트로도 파생되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고 멜론의 팬이 되었다는 얘기를 접했을 때, 가장 뿌듯했어요.

 

스페이스오디티의 음악 브랜딩은 단편적인 광고에 그치지 않고 멜론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브랜드 필름, 음악, 뮤직비디오, 마케팅 콘텐츠로 입체적으로 묶여 있습니다. 브랜드 필름을 통해 멜론을 경험하고, 멜론의 이야기를 직접 멜론 앱에서 노래로 찾아 들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다시 한번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 라이브(Instagram Live), 리릭 비디오(lylic video)*등 마케팅 콘텐츠로도 확장시킵니다. 음악을 통해 다양한 접점에서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한 프로젝트입니다.

* 가사 전달을 주목적으로 하는 뮤직 비디오. 뮤직 비디오 제작비도 줄이고 노래방처럼 가사 전달을 확실히 합니다.

스페이스오디티 브랜드 마케터의 덕업일치

저는 이곳에서 '스페이스오디티'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모든 일을 담당합니다.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관리를 하고, 뉴스레터를 보내고, 오프라인 행사도 진행합니다. 아직 작은 조직이기에 1인 팀으로 일하며 고민인 부분과 쉽지 않은 점도 있지만, 스스로 권한과 자율성을 갖고 일할 수 있어서 성취감과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니 신사업에서 일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래서 이미 완성된 것을 담당하기보다 0에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1인 마케터인 제가 했던 고민과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는 최종 리포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가끔 스페이스오디티의 브랜드 전략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저는 조금 고민해본 후, 솔직하게 아직 그런 건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대단한 브랜드 전략은 없을지 몰라도, 제가 브랜딩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향점은 있습니다. 복잡한 전략이나 경쟁사 분석 없이도 이런 방향이 결국은 커다란 그림 안에서 브랜드 전략이 될 수도 있겠지요. 브랜드 마케팅을 할 때, 브랜드만의 키워드를 뽑아보면 도움이 됩니다. 스페이스오디티의 경우, 그 키워드가 매우 명확합니다. 

음악,
우주,
그리고 오디티(괴짜)

이렇게 키워드가 있으면, 디자인 작업부터 온라인 마케팅, 오프라인 행사까지 연관성을 갖고 일을 확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름을 짓거나 디자인을 할 때도 키워드를 모티브로 가져갈 수 있고, 자연스럽게 방향이 잡힙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볼게요. 2017년 저희의 개업식 겸 컨퍼런스는 우주선 발사를 뜻하는 <리프트 오프(Lift Off)>였습니다. 최근에 시작한 뉴스레터의 이름은 라디오 방송국과 우주 정거장을 뜻하는 스테이션의 이중적 의미를 담아 <오디티 스테이션(oddity station)>으로 지었습니다.

리프트 오프 포스터 &#169;스페이스오디티

 

또 다른 지향은 우리에게 집중하기보다, 흩어져 있는 크리에이터 개개인, 즉 '오디티를 브랜딩'하는 겁니다. 스페이스오디티에 와서 느낀 점은, 업계에서는 유명하지만 외부인은 잘 모르는 숨은 고수가 많다는 사실이에요.

 

우리는 오디티와 협업해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오디티를 연사로 섭외해 그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어보는 '오디티 토크'도 진행합니다. '오디티'를 조명하는 일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이런 작업이 차곡차곡 쌓이면, 결국은 스페이스오디티의 브랜딩이 되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스페이스오디티 개업식 겸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컨퍼런스 &#60;리프트 오프&#62; &#169;스페이스오디티

저는 예전에 열린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전시와 대림미술관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 슈타이들 展>을 보며, 음반사 ECM의 설립자인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와 출판의 거장 슈타이들(Steidl)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두 사람은 대중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아티스트들의 친한 친구이자 최고의 파트너인데요.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할 때, "왜 ECM과 슈타이들의 손을 거치면 특별한 결과물이 나오는가?"라는 질문에 두 사람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게 답변합니다. 지시하지 않고
함께 고민해볼 뿐
그들의 겸손한 대답에서 최고의 파트너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미래를 고민해봅니다. 스페이스오디티 역시 시너지를 내는 좋은 친구이자 파트너로서, 크리에이터와 음악 시장에 좋은 의미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중략)

손하빈이 말하는 에어비앤비와 잘 맞는 타겟 찾기

손하빈, 에어비앤비 코리아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

'어떻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까?' 2014년 에어비앤비에 입사한 후, 가장 많이 했던 고민입니다. 어떻게 하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나아가 주변 친구나 지인에게 에어비앤비를 화두로 던질 수 있을지 집중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당시 에어비앤비는 생소한 브랜드였기 때문에 어찌 보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것이 당연했지만, 마케터로서 제가 풀어야 할 숙제는 그보다 컸습니다. 에어비앤비 브랜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에어비앤비가 사용하는 용어(호스트, 숙박 공유 플랫폼, 사용자 인증)도 한국인에게 친숙하지 않았어요. 예약 과정도 기존에 숙박 플랫폼에서 하는 예약 시스템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서로 후기를 남기는 쌍방향 후기 시스템도 생소했지요.

 

처음 에어비앤비가 한국 시장에 들어왔을 때, 호스트(host)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았고, 부정적인 느낌마저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호스트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참 신기한 광경입니다.

 

 

또 다른 장벽은 외국계 브랜드라는 점인데요. 외국계 브랜드가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는 한국 브랜드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와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이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 문화를 잘 알면 흐뭇하지 않나요? 외국인이 된장찌개를 한국인보다 잘 먹고, 한국어로 척척 농담도 잘 하면 호감이 가지요. 반대로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기 나라 스타일로만 커뮤니케이션하면 건방진 브랜드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에어비앤비는 '한국어도 잘하고, 한국 문화도 잘 이해하는 쿨한 브랜드'란 인식을 쌓아가야 했습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입니다. 미국에서 온 에어비앤비 용어를 한국인도 잘 이해할 수 있고, 입에 달라붙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우리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공감하고 좋아하면, 사람들은 소문을 내기 시작하니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렇듯 브랜드와 사람도 잘 통하고, 궁합이 맞는 관계가 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진출한 2014년부터 2015년, 초기 2년간은 에어비앤비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에어비앤비와 가장 잘 맞는 특정 커뮤니티를 찾았습니다. 우리는 커뮤니티와 먼저 소통하고, 그들이 에어비앤비의 팬이 되도록 만드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에어비앤비를 이미 사용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해보았습니다. 한국에서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에어비앤비에 열광하는 타겟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요.

 

에어비앤비는 공간과 경험의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이고, 프로덕트 디자인이나 웹 경험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디자인, 아트, 건축 분야 종사자, 공간이나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 외국 생활이나 여행 경험이 많은 교포, 유학생, 여행 작가들이 에어비앤비의 대표적인 초기 사용자였습니다.

&#169;Nick Hillier/Unsplash

또한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에어비앤비는 유명한 유니콘*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나 경험을 미리 접해보는 얼리어답터와 스타트업 종사자들도 에어비앤비의 초기 사용자 그룹 중 하나였습니다. 그중에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도 있었어요. 우리는 그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이들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 채널, 오프라인 행사 그리고 좋아하는 브랜드, 장소, 공간을 찾아보고, 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상했습니다.

*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은 유니콘이라고 부른다. 이는 많은 스타트업 중 크게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드물어 상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 같다는 의미이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거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이더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아낼 수 있지만, 저희는 직접 타겟층이 갈 만한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해 그들을 관찰했습니다. 그때는 전체가 10명 남짓한 팀이었기 때문에 마케팅팀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주말도 없이 에어비앤비 관련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했어요.

 

하나의 예시로, 낮 시간에 힙스터와 얼리어답터가 선호하는 카페에 가서 앉아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인 카페 앤트러사이트(anthracite)는 지금은 누구나 알지만, 그 당시엔 홍대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숨어 있는 카페였습니다. 우리가
타게팅하고 싶은 사람이
그곳에 모두 모여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맥북으로 혼자 일을 하고,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개인 작업에 집중하는 사람들, 무엇보다 그 공간과 커피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취향이 명확하고, 공간 경험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장소였어요.


이런 방식으로 타겟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공간과 디자인이 주는 경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에어비앤비의 초기 사용자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브랜드 부스로, 그 해 겨울에는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했습니다. (중략)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브랜드 캠페인

우리가 생각했던 초기 타겟 그룹을 모두 사로잡았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브랜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한국 팀에서 2년 동안 진행한 마케팅 활동이 특정 타겟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고, 무엇보다 얼리어답터 커뮤니티가 생겨났습니다.

 

에어비앤비의 가치를 우리 대신 전달하는 커뮤니티와 허브가 있었는데요. 그들이 에어비앤비를 화제로 이야기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6년부터는 타겟을 넓히기 위한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캠페인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미디어 전략을 포함한, 통합 마케팅 활동을 말합니다. TV 채널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와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브랜드 광고를 집행했어요. 매스미디어에 해당하는 채널과 인플루언서(influencer)*, 일반 여행자의 참여를 통해 에어비앤비의 실제 유저가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 스토리(UGC, User-generated content)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유했습니다.

* SNS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

 

에어비앤비 브랜드 호감도가 높더라도, 에어비앤비를 실제로 사용하기까지는 심리적 장벽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렸습니다. 2016년에는 첫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슬로건으로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슬로건은 단순히 브랜드 캠페인 슬로건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여행 슬로건'으로 퍼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광고에서 전달한 메시지는 브랜드 가치인 '소속감(Belong Anywhere)'과도 일관성 있게 연결되는데요. 처음에는 이 영상이 한국인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의 문화에 친숙하고 한국어를 잘 하는 에어비앤비'로 다가가기 위해 단순히 언어적 접근이 아니라, 문화와 감성을 고려해 다시 카피를 창조하는 것이 브랜드를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는
로컬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글로벌 회사에 비해 로컬 팀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매우 존중하는 조직 문화를 지녔습니다. 글로벌 영상을 제작할 당시,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과 느낌을 고려해서 촬영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유럽에서 사용한 버전과는 다른 한국인만을 위한 광고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광고 영상 ©Airbnb

 

로컬라이제이션 팀(localization team),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creative agency), 그리고 저희 에어비앤비 직원들의 피드백을 모두 고려해 한국인이 들었을 때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카피를 창작했습니다. 영어를 한국어로 현지화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영어가 전달하는 캐주얼하고 친밀한 느낌을 한국어 스타일로 살리는 건데요. 존댓말을 쓰면 너무 무거워지고 반말을 쓰면 건방져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고려해서 스토리를 제작했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캠페인 슬로건인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가 탄생했습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카피의 영어 버전은 'Live there, even if just for a night'입니다. '살아 봐, 하룻밤이라도'가 가장 정확한 번역이었고, 본사에서도 이를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과 한국어의 특성, 그리고 슬로건의 전파력을 고려해 한국 팀은 강력하게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를 주장했습니다.

 

 

그 당시 CMO(Chief Marketing Officer)였던 조나단은 재번역된 'Travel is to live'를 보고 원래 의미와 다르지 않냐며 완강히 반대했습니다. 언어적 차이와 한국인의 정서를 잘 모른다고 생각해 로컬라이제이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한 시간 동안 언어 구조의 차이와 뉘앙스의 차이를 설명했어요. 글로벌 버전을 그대로 번역하면, '조금 더 오래 살아 봐'로 잘못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영어가 가진 뉘앙스와 영감을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다소 공격적인 설득 과정을 거친 후,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 중 한국이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로컬 인사이트(local insight)의 좋은 사례로 선정되어 글로벌 팀 전체와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에어비앤비 브랜드 캠페인 옥외광고 &#169;에어비앤비

한편, 광고 스타일 또한 한국인이 좋아할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광고의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가 에어비앤비가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와 잘 어울렸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광고 스타일이었지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어요.

광고 어디에도
에어비앤비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대신 감성적이고 자연스러운 광고 메시지는 현지인의 집에 머무는 여행을 꿈꾸게 하고, 여행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생소하지만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의 가치에 공감하는 여행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또한 실제로 브랜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중략)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위해, 마케터는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전체 맥락과 함께 브랜드를 볼 수 있어야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지가 더 선명해지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가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는 최종 리포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 음식, 음악, 여행, 그리고 독서]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일들을 꾸려나가는지 궁금하시다면, 두루뭉술한 이론 대신 손에 잡히는 실무 이야기들을 듣고 싶으시다면, 이 글을 주목해주세요. 네 명의 마케터들이 마케팅과 브랜딩, 그리고 '마케터의 일'에 대해 함께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