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콜키지를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Editor's Comment
저는 와인 리스트가 너무 적거나 적절한 와인이 없으면, 재방문 시 와인을 반입할 수 있는지 문의하고는 합니다. 원칙적으로 레스토랑에 외부에서 가져온 와인을 반입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관례상으로나 맞지 않습니다.
손님들의 레스토랑 평가는 분위기, 음식으로 시작하고 와인에서 끝납니다. 레스토랑 창업을 구상할 때 와인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마시기 위한' 와인이 아니라, '팔기 위한' 와인에 관한 조언은 찾기 어렵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와인리스트는 없다'의 두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와인 콜키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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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이미지 ©Ingrid Hofstra
한편 와인 반입을 허용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호주에서는 BYOB(bring your own bottle)가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호주에서 와인 반입은 합리적인 소비로 인식됩니다.
일부 레스토랑은 와인 반입을 허용하되, 와인을 개봉하고 잔에 따라주는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는 '와인 콜키지(wine corkage)'를 시행합니다. 그런데 최근 주변에서 와인 콜키지 때문에 얼굴을 붉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고객, 레스토랑 어느 한쪽 입장만 들어서는 와인 콜키지 문제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제 다양한 관점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볼까 합니다.
법률적 관점
미국은 주마다 주류에 대한 법규가 다릅니다. 대개 레스토랑에서 와인이나 기타 주류를 취급할 때,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레스토랑에 주류 취급 라이선스가 없으면, 고객은 자신의 주류를 반입해도 됩니다. 레스토랑은 주류를 즐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와인잔만 제공하는 것이지요.
주류의 반입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뉴욕의 많은 레스토랑은 주류의 반입을 원천적으로 허가하지 않습니다. 한국도 엄밀히 말하면 레스토랑에 주류를 반입하는 것이 규정에 위배됩니다. 와인의 뒷면을 보면, 이 주류가 업소용인지 가정용인지 명확하게 쓰여 있습니다. 지금은 사용처를 구분하는 규정이 없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구분이 필요했을까요? 그 이유는 세금입니다. 가정용은 세금이 낮은 반면, 업소용은 세금이 높습니다. 즉, 우리가 집에서 마시는 와인을 업장에 가져가는 것은 규정에 맞지 않으며, 법적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류의 사용처가 명확하게 구분된 적은 없으며 국세청에서도 명확한 해석을 내리고 있지 않습니다.
매출의 관점
당연하게도 고객은 상품 및 서비스를 저렴하게 즐기고 싶어 하고, 업장은 매출을 많이 올리려고 합니다. 그러나 업장은 기본 유지비와 인건비, 식자재비 등 많은 지출 항목을 감당해야 합니다.
집에서 요리하는 것에 비해 레스토랑의 비용이 비싼 이유는 하나의 레스토랑을 유지 및 관리하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지출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스토랑은 콜키지를 내고 자신의 와인을 가지고 오는 고객보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구매하는 고객을 선호합니다. 레스토랑의 매출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잔 하나에 적게는 수천 원에서 많게는 수만 원에 이르기까지 와인 종류만큼이나 천차만별입니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잔을 관리하는 데만 생각보다 많은 인력이 들어갑니다. 작은 레스토랑은 와인을 많이 구비하자니 자금이 묶이고, 줄이자니 매출이 줄어듭니다.
와인잔에 와인만큼이나
자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콜키지를 허용하되, 고객들도 되도록 업장의 와인을 구매하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레스토랑과 고객의 입장에는 간극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은 와인을 가져가면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레스토랑의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매출 기준은 식사와 약간의 주류 혹은 음료 비용이 기본적인 객단가*입니다. 삼겹살집에 가도 삼겹살 2인분에 소주 1병, 맥주 1병, 된장찌개 1~2인분이 기본 객단가인 것처럼 레스토랑도 비슷합니다.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공감대는 필요할 것입니다.
* 고객의 1인당 평균 매출액
도덕적 관점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레스토랑은 와인 1병에 콜키지 3만 원을 받고 잔을 서비스합니다. 와인을 한 병 가지고 가니 친구인 업장 주인이 "다음에 손님 좀 끌어주기다!"하며 콜키지 비용을 받지 않았다고 해 봅시다. 친구 사이기 때문에 모두가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음식이 맛있어서 발이 닳도록 가는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 봅시다. 그래서 레스토랑에 가서 콜키지도 지불하고 와인을 자주 가져가 마셨습니다. 어느 날, 제가 "오늘 제가 생일인데 한 병 정도는 콜키지 좀 깎아주면 안 될까요?"라고 했습니다. 업주는 '자주 오는 고객이니 그 정도는 가능하지'라는 생각에 "오늘은 1병 깎아드릴게요"라고 답했습니다. 고객도 "다음에 비싼 와인 주문할게요"라고 말하며 즐겁게 거래를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간에 적절한 수준의 고객당 매출이 보장된다면, 업장도 고객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해당 업장에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고객이 무턱대고 와인을 가지고 온 다음, "여기 콜키지 얼마예요, 너무 비싸지 않아요?"라고 불평하는 것은 큰 실례입니다. 고객이 레스토랑의 콜키지 금액을 먼저 전화로 확인하여 레스토랑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업장에서도 콜키지는 감정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포함된 부분이라 조심스러운 사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법률, 매출, 도덕
세 관점을 고려하면,
다양한 콜키지 정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고객과 업장의 권리 중 어느 하나를 버려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순간 그곳은 업장이고, 그 업장 내의 영업 권리 및 결정권은 업주에 있습니다. 고객은 금액을 지불하고 합당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부여받습니다.
업주는 와인을 매출의 관점뿐만 아니라, 고객을 서비스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고객은 업장의 불가피한 입장을 헤아려 업장이 기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법률적으로는 상호 간의 유연성으로 서로가 양해해야 합니다.
©Mervyn Chan/Unsplash
그러나 레스토랑을 실제 운영하게 되면 이러한 요인들 이외의 수많은 요인들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칙을 지키다 보니 매출이 떨어질 것 같고 허용하자니 그 한계를 정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콜키지는 매우 어려운 정책임에 틀림없습니다.와인과 음식의 적정한 비중
우리나라에서 영업이 잘 되는 와인 레스토랑은 대개 와인과 음식 매출 비중이 1:9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매우 적지요. 이마저도 적극적인 판매 전략을 쓸 때 가능하다고 합니다. 해외는 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약 3:7 정도의 매출 비중을 잡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 소주나 맥주를 파는 베테랑 주인들은 그 매출 비중을 3:7 정도로 잡는다고 말합니다. 해외에서 와인을 잘 파는 레스토랑의 경우 4:6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나 매우 이례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매출을 잡기 어려우니 식당이 목표로 하는 매출 기여도를 10% 정도로 잡아야겠지요. 물론 와인에만 국한한 것이므로 다른 술을 다루게 된다면 그 비율은 변할 것입니다.
늘 명심해야 할 사실은 와인이 단가가 높다는 것입니다. 한국인 1인당 1년에 소비하는 알코올음료는 2016년 국세청 신고 기준, 약 78리터입니다. 이중 와인은 얼마나 될까요? 저의 분석으로는 0.77리터가 나오고 있으며 일부 분석으로는 0.86리터라고 합니다. 1리터가 채 되지 않지요. 병 기준으로 본다면 750밀리리터가 담기는 와인 1병을 마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와인은 아무리 저렴하다 하더라도 소주보다 단가가 높습니다. 국내의 전체 알코올음료 시장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4%입니다. 제품 용량으로는 1%가 채 되지 않는 주종이 금액으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만큼 와인은 한국에서 싼 술은 아닙니다.
금액이 크기 때문에,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서는
와인 판매가 중요합니다
레스토랑 입장에서 가장 행복한 경우는 고객이 1인당 1병의 와인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가령 피자나 파스타를 판매하는 식당에서 와인 가격을 5만 원으로 책정한다면, 두 명의 고객이 방문 시 약 10만 원의 와인 매출과 5~6만 원의 식사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객단가가 7~8만 원 나오는 셈이지요.
콜키지를 허용한 레스토랑은 어떨까요? 일단 주류 매출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레스토랑 콜키지 정책이 종류 구분 없이 1병당 3만 원이고, 고객 2명이 와인 1병을 가지고 왔고, 5만 원짜리 와인을 추가적으로 구매해서 마신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경우에는 와인 매출이 8만 원, 음식이 5~6만 원, 총 매출은 13~14만 원이 되어 객단가가 6~7만 원입니다.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두 사람이 가지고 온 와인만 마시고 간다면? 총 매출은 8~9만 원이 되어 객단가가 확연히 떨어지게 됩니다. 레스토랑이 콜키지 정책을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콜키지 원칙 정하기
레스토랑은 매출 형태, 손님들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콜키지 전략을 만들어야 합니다. 콜키지 원칙에 따라 유의할 점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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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비용만 받는 방법: 이 경우에는 잔 1개당 일정 비용을 산정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잔 1개에 5천 원에서 3천 원 수준의 비용을 받습니다. 잔은 적정 금액의 잔을 사용해야 합니다. 비싼 잔은 그만큼 단가가 높고 파손 시에 손해도 크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잔도 분명히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이므로 이 관리비용을 적절히 감안하여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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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입을 처음부터 금지하는 방법: 레스토랑에서 관리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아예 와인 반입을 금지하는 방법입니다. 이때 고객들의 주류 선택과 다양성 측면에서 많은 부분이 제약되므로, 고급 고객들이 오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레스토랑이 다양한 주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1병만 허용하는 방법: 1병만 허용한다는 것은 2명이 왔을 때 주류가 더 필요하면 돈을 내고 구매해서 마시라는 의미입니다. 만약 레스토랑의 테이블이 2인이 많고 규모가 작다면 이러한 방법을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고객들은 1병의 와인을 가지고 와서 일정 금액을 내고 가볍게 즐기다 갈 수도 있고, 주류가 더 필요하면 추가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친한 단골 고객이라면 유연하게 정책을 반영할 수도 있겠지요. 고객도 서비스를 받는 느낌과 레스토랑에서 배려받는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후 내용은 최종 리포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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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똑같은 와인리스트는 없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호웅 저자는 레스토랑에 판매하는 와인은 접근법부터 달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와인 컨설팅 전문가인 저자의 조언을 통해, 레스토랑 사업의 밑그림을 그려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