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디테일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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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디테일을 찾아서

창가에 앉는 고객을 위한 배려

Editor's Comment 

이번에는 독특한 히스토리를 지닌 쇼핑몰 KITTE로 향합니다. KITTE의 여러 스토어에서 마주친 인상적인 디테일 중 몇 가지를 골라 소개하고, 디테일을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살짝 공개합니다. 생각노트만의 관찰과 제안을 '도쿄의 디테일-고객을 위한 한 끗 차이에 주목하다' 세 번째 미리보기로 먼저 만나보세요.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3월 15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상단 이미지 ©Simone Hutsch
요즘은 카페에서 업무나 공부를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완전한 침묵이 흐르는 조용한 도서관이나 독서실보다는 어느 정도의 백색소음이 있는 공간을 선호하며 이곳에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활동을 하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카페의 창가 좌석은 거의 만석입니다. 중간중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잠깐의 휴식을 즐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창가 자리에서 자주 발생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바로 한 사람이 여러 좌석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앉을 좌석 옆자리에 가져온 짐을 올려두는 식인데요. 그렇다 보니 한 사람이 최소 2개의 좌석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 상황을 두고 불편한 건 카페 주인과 자리를 찾는 다른 소비자 양측 모두입니다.

 

최대한 많은 고객을 수용해 매상을 올리고 싶은 카페 주인에게는 한 사람이 여러 좌석을 차지하는 불편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카페를 이용하고 싶은 다른 소비자는 짐을 치워줄 수 있는지 물어봐야 하는 불편한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죠.

 

이를 지혜롭게 해결한 아이디어를 KITTE 내부의 마루노우치 리딩 스타일(Marunouchi Reading Style)에서 찾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카페와 식당, 그리고 서점까지 함께 운영하는데요.

창가 자리마다
짐을 담을 수 있는 상자가
의자 아래 놓여 있었습니다

카페 창가 자리마다 놓여 있는 짐 보관 상자 ©생각노트이렇게 상자 하나 뒀을 뿐인데, 이곳의 모습은 우리나라 카페의 창가 자리와는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각자 가져온 짐을 자신이 앉은 의자 밑 상자에 넣어두니 한 자리에 한 명씩 앉을 수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는 고객은 내 짐을 어디다 놓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며, 자리를 찾는 고객은 의자에 올려진 짐을 정리해줄 수 있는지 묻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작은 아이디어 하나 덕분에 평온한 카페가 되어 모두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니치(niche) 타깃을 위한 특별한 컨셉 스토어 3곳

KITTE는 개인이 운영하는 상점이 수두룩하다 보니 컨셉추얼 스토어가 많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스토어들이 있기 때문에 '구경할만한 재미'가 존재하죠. KITTE에서 독특한 기획력과 컨셉으로 제 눈에 띄었던 3곳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중장년 남성층을 핵심 고객으로

첫 번째 스토어는 CONFECT입니다. 사실 밖에서 봤을 때는 여타 패션 스토어와 무엇이 다를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면서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가게 문 앞에 붙어있던 화보의 모델이 일반적인 패션 스토어와는 달리 노년의 남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면에서 바라본 CONFECT. 고급스러우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준다. ©생각노트

CONFECT는 린넨 의류를 주제품으로 다루면서 일본의 20~30대 여성에게 잘 알려진 네스트 로브(nest Robe)의 남성 라인 브랜드입니다. 남성 라인의 경우 린넨 의류보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 제품이 많습니다. 또한 브랜드의 모토처럼 자연 소재와 착용감을 중요시하며 심플하면서도 실용적인 옷을 추구합니다. 즉, 입었을 때 편한 옷을 직접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가 선정한 2017 F/W 화보(LOOK BOOK) 모델은 바로 '노년 남성'이었습니다. CONFECT가 메인 모델로 노년의 남성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캐주얼 의류를 좋아하는 일본의 젊은 세대 대다수보다 고령화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장년 남성층을 핵심 소비자로 바라봤기 때문입니다.

노년의 남성이 패션모델로 등장한 화보가 붙어 있는 매장 문 앞 ©생각노트매장을 둘러보면서 관찰한 소비자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었습니다. 하나는 실제 중년 남성이 직접 옷을 고른 후 피팅룸에서 갈아입어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점원은 중년 남성의 코디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젊은 세대가 선물을 고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포스터에 나온 모델을 보며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를 떠올렸을 테고, 신중히 상품을 고른 후 선물용으로 포장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는 결제와 함께 이곳의 명함을 들고 갔습니다.

 

중년 남성의 옷을 코디해주는 부분에서는 점원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중년 남성은 머리숱이 적은 이유로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소비자를 위해 매장 내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가 준비되어 있고 얼굴형에 어울리는 모자를 함께 매칭해주고 있었습니다.

 

또 나빠지는 시력으로 인해 안경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다 보니 안경집 정도가 들어가는 작은 크로스백을 메고 다니는 어르신이 많은데요. 이 때문에 옷만으로 완성도 있는 패션보다 '일상생활에서 하고 다니는 크로스백에 잘 어울릴 수 있는 옷'을 코디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습니다. 한순간의 멋진 옷보다, 실생활에서 꾸준히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코디해주는 배려가 보기 좋았습니다.

 

* 매장 내에 구비되어 있는 중년 소비자를 위한 모자 ©CONFECT KITTE/Twitter

이 모습을 보고
'시니어를 위한 럭셔리 패션 스토어'를
오픈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입는 옷은 당연히 시장 한구석에 있을 거라고 여기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 보는 시도가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럭셔리한 인테리어로 고급스러우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고, 해당 매장의 옷을 입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어 단골로 끌어오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시니어를 위한 디테일 포인트도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젊은 남녀가 아닌 실제 중장년의 모습을 본뜬 마네킹이 세워져 있다면 신선한 풍경이 될 것 같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지만 옷만큼은 잘 입고 싶은 시니어를 위해 매달 정기적으로 옷을 받아볼 수 있는 정기 구독(subscription) 제품도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효도하고자 하는 많은 자녀들이 선물용으로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과 한국 모두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경제적 능력을 갖춘 중장년층이 소비의 핵심층으로 부상하면서 중장년을 겨냥한 비즈니스도 날개를 달았습니다. 일본의 츠타야(TSUTAYA) 서점도 지금은 젊은 세대의 방문율이 높아지며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서점이 되었지만 원래의 타깃은 중장년층이었습니다. 중장년이 머물러도 어색하지 않은 문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츠타야 서점이 탄생한 것이었죠.

 

한국에서도 중장년을 위한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요? 주목받지 못한 타깃이나 카테고리를 염두에 두고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였을 때 가장 큰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사용 가능성의 범주를 넓혀야 하는 점도 존재하지만요.

 

(이후 제 시선이 머문 두 번째 가게부터는 최종 리포트에서 이어집니다.)

 

목차 안내

'KITTE에서 발견한 디테일'의 전체 목차를 미리 공개합니다.

  • 우체국에서 멋진 상업시설로, KITTE
  • '커뮤터 비즈니스'가 뜨는 이유는 뭘까?
  • 선물하기 애매했던 것들의 반항
    - 당신을 위한 날에 어울리는 책
    - 쌀도 선물이 되나요
    - 선물 고민을 해결해드립니다
  • 카페 창가에 앉는 고객을 위한 배려
  • 니치(niche) 타깃을 위한 특별한 컨셉 스토어 3곳
    - 중장년 남성층을 핵심 고객으로
    - 원목의 세계는 무한하다
    - 우리는 양말만 공략한다

[도쿄의 디테일 - 고객을 위한 한 끗 차이에 주목하다]

 

의미 있지만 지나치기 쉬운 브랜드와 트렌드를 찾아 분석하는 글을 써온 '생각노트'가 도쿄에서 만난 디테일을 공개합니다. 고객을 위한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낸 사례에 대한 단순한 감상이나 정보 전달이 아닌, 일과 서비스에 실제 적용할 만한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녹여내고자 합니다. 새로운 관점을 갖는 일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생각노트
생각노트

IT회사에 입사해 마케터로 일하면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최근에는 커리어를 전환해 서비스 기획자 및 운영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생각노트는 2016년 5월, 흘러가고 잊혀지는 여러 생각들을 부여잡기 위해 시작한 개인 블로그입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브랜드와 트렌드 이야기를 약 1만 명의 구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있으며, '왜'와 '어떻게'에 집중하며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박혜강
박혜강 에디터

법학과를 졸업했으나 읽을거리와 관련된 일을 쭉 해왔고 앞으로도 할 예정입니다. 질문의 힘을 믿으며, 진심이 담긴 문장에 끌립니다. 호기심 가득한 산책자의 시선으로 글과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