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빌이라면, 채식

한국에서 채식은 뭔가 특별하고 신경 쓰이며 대단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매 끼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김치에 이미 젓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힙니다. 된장찌개를 끓여 먹어도 멸치육수를 우려야 합니다. 김치찌개는 돼지고기를 넣고 끓입니다. 멸치와 돼지고기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의 핵심 재료이기 때문에 빼고 요리한다면, 감칠맛을 포기해야 합니다.

 

채식요리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감칠맛 나는 맛있는 찌개요리도 충분히 가능한데 무슨 소리야,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 막 채식을 시도하려는 사람에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사 먹기는 해 먹기보다 힘듭니다. 채식 식당에 가려해도, 일부러 인터넷을 검색해 찾아가야 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찾고, 먹기엔 쉽지 않습니다.

오로빌 채식 한 끼 ⓒ김지수무엇보다 저는 채식하면, 양배추 가득한 샐러드와 마요네즈 드레싱이 떠오릅니다. 과연 양배추 무더기와 마요네즈로 균형 잡힌 식사가 가능할까요? 무조건 채식을 한다고 그게 곧 건강한 식습관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또한 급식이나 식당 밥을 매번 먹어야 하거나, 집에 늘 함께 식사하는 가족이 있을 경우, 채식은 혼자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유럽 여행 중, 홈스테이 경험이 있습니다. 비건vegan* 식사를 하는 가족이 사는 집이었지요. 그들은 호밀빵에 비건 땅콩버터, 비건 초콜릿 스프레드만 바른 생당근 한쪽을 곁들인 식사를 아침,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위 식단은 성장기인 초등학생 남자아이의 점심 도시락 메뉴였습니다.

* 채식 단계 중 가장 엄격한 단계로, 육류뿐만 아니라 계란, 유제품, 꿀도 먹지 않습니다.

 

부모는 비건을 실천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적당한 레시피를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끼니를 호밀빵과 초콜릿 스프레드로 때웠습니다. 채식이든 육식이던 '잘' 먹어야 합니다. 육식이냐 채식이냐를 따지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즐겁게 맛있게 골고루 잘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로빌 채식 한 끼 1 ⓒ김지수저는 오로빌에 살면서 약 반년 이상 채식을 했습니다. 제가 오로빌에서 채식을 계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장 편하고 맛있어서입니다. 물론 그 이후에 '탄소 발자국', <육식의 종말> 등의 텍스트와 개념을 접하며 환경과 생태계를 위해 채식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로빌에서는 일부러 채식 식단을 짜거나 외식할 때도 채식 메뉴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기본 메뉴가 모두 채식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육식 메뉴가 따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