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의 힘

Editor's Comment

선댄스에 애정과 관심을 쏟는 모든 사람들은 바람을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그 바람이 모여 선댄스의 풍성함을 완성합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왜 선댄스로 가는가 - 선댄스 영화제 2018' 세 번째 미리보기는 우리가 선댄스에 모여야만 하는 이유에 관한 영화 업계 관계자들의 메시지를 소개합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 및 김종관 감독, 윤가은 감독과 황수진 저자와의 대담 상품은 3월 8일(목) 오후 5시까지 선착순으로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상단 이미지 ©황수진
(중략) 영화제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조지 슈말츠(George Schmalz)를 마주쳤다. 그는 AMC 네트워크 산하의 독립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인 선댄스 나우(Sundance Now)의 영화 큐레이터다.

 

황수진(이하 황): 최근 큐레이터들의 영화제 출장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던데요.

 

조지 슈말츠: 맞아요. 요즘 프로그래머들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작품을 열람해요. 하지만 선댄스는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꼭 와야만 하는 곳이죠.

진정한 2018년의 시작

키스 칼더(Keith Calder)도 선댄스 영화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공포 영화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프로듀서로서,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선댄스에는 개막 작품 중 하나인 <블라인드스파팅(Blindspotting)>*에 이름을 올렸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이메일을 통해 선댄스의 중요성에 대한 좋은 답변을 들려주었다.

* 카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Carlos Lopez Estrada) 감독, 데이비드 딕스(Daveed Diggs) 주연의 코미디 영화

&#60;블라인드스파팅&#62; 스틸컷 &#9426;Oakland Moving Pictures LLC

황: 이번이 몇 번째 선댄스 방문인가요?

 

키스 칼더(이하 칼더): 다섯 번째, 또는 여섯 번째일 거예요.

 

황: 당신 같은 제작자들은 이곳에 초청받아 오는 경우가 많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선댄스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모이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칼더: 선댄스 영화제에 모인 사람들은 영화업계에 있는 사람과 영화를 사랑하는 팬으로 나뉜다고 생각해요. 팬의 입장에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평소에 접하기 힘든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처음이자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에 선댄스로 향하죠.

 

이것뿐만이 아니에요. 팬들은 이 곳이 일 년 동안 영화에 관해 나누게 될 대화를 시작하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선댄스 상영작들이 그 해에 출시될 영화들의 전체적인 색조를 보여주거든요.

모든 것이 새로운 기회의 장

황: 관객이 아닌 사람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키스 칼더, 영화 프로듀서

Keith Calder, Independent Film Producer (©Keith Calder)

칼더: 업계의 사람들은 목적이 뚜렷해요. 그들의 관심 대상은 이 곳에서 새롭게 만나는 새로운 감독, 새로운 배우, 새로운 시나리오들이에요. 서로를 만나고 알아가는 것이죠. 물론, 이 춥고 미끄러운 파크 시티(Park City)에 모인 사람들보다 더 넓은 관객층이 호응할만한 영화를 가져가는 것이 우선이기도 하겠죠.

 

황: 선댄스에 여러 번 왔는데,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칼더: 나는 10년 전 이곳에 처음 왔어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영화나 영화인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생겼어요. 한때 스타 연예인, 화려한 파티, 값비싼 브랜드의 광고로 가득했을 때가 있었죠. 다시 독립영화제로 돌아간 것 같아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황: 다른 거래시장에 비해 선댄스가 영화를 사고팔기에 좋은가요?

 

칼더: 여전히 독립영화 시장으로서는 최고입니다. 작은 영화들도 주목을 받는 특별한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배급사들도 각자의 한 해를 시작하고요.*

* <블라인드스파팅>은 선댄스에서 상영된 이후,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인 라이언스게이트가 전 세계 배급권을 가져갔다. 

다양성의 추구, 영화의 경우

영화제 시작 직전에는 아트 하우스 컨버전스(Art House Convergence)가 열린다. 선댄스 영화제 측이 다양성 영화를 주로 취급하는 작은 영화관, 아트 하우스의 관계자들을 초청한 것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행사다. 현재는 600여 곳에 이르는 극장의 극장주와 영화 배급사의 사람들이 모여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비즈니스 전략을 공유하는 또 하나의 만남의 장이 되었다.

아트 하우스 컨버전스 행사 사진 &#9426;IndieWire.com

나는 2016년에 이 행사에 참석했다. 극장이 영화 상영 기능을 넘어서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 사례에 관한 발표가 정말 인상 깊었다. 도시, 건축, 커뮤니티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만났던 리처드 패러다이스(Richard Paradise)를 이번 선댄스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마서스 비니어드(Martha's Vineyard)*에서 아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극장주이자, 동시에 마서스 비니어드 국제 영화제의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306 할리우드(306 Hollywood)>**가 시작되기 전, 선댄스 영화제의 의미에 관해 짧은 대화를 나눴다.

*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섬. 미국 대통령들의 휴양지로 유명

** 일란 보거린(Elan Bogarin), 조너선 보거린(Jonathan Bogarin)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남매의 할머니의 삶을 몽환적으로 담아냈다. 2018년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 부문(Best of Next!) 후보

리처드 패러다이스, 마서스 비니어드 국제 영화제의 프로그래머

Richard Paradise, Film and Event Entrepreneur (©Jeanna Shepard, Vineyard Gazette)

황: 영화제의 명성을 감안하더라도, 물가가 정말 비싼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들은 항상 빠짐없이 선댄스에 모이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리처드 패러다이스(이하 패러다이스):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할리우드에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업계 사람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죠.

 

황: 이 영화가 끝난 뒤에 다른 영화를 볼 계획이 있나요?

 

패러다이스: <부의 세대(Generation Wealth)>*가 9시에 상영하니까, 서두르면 이어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로렌 그린필드(Lauren Greenfield)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2018년 SXSW(South by Southwest) 영화제 특별상 부문(Chicken & Egg) 후보작

&#60;부의 세대&#62; 티저 &#9426;Lauren Greenfield

황: 특별히 다큐멘터리만 찾아보는 거예요?

 

패러다이스: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 극장에 오는 관객들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오는 여름에 독 위크(DOC WEEK)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리즈를 프로그래밍해야 하는 임무도 있어서 눈여겨보는 중입니다.

특별함의 여정, 그 끝에

황: 당신의 영화관에 오는 관객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패러다이스: 전형적인 아트 하우스 관객이에요. 45세 이상, 여성, 고등교육을 받았고, 경제적 여유가 있어요. 휴가를 보내러 마서스 비니어드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내 영화관에 많이 와요. 그들은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다양하게 소비하죠.

 

황: 외국영화도 좋아하나요? 흔히 미국인은 자막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패러다이스: 아트 하우스에 오는 사람들은 조금 달라요. 1960~70년대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만든 영화를 소비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외국어가 나오는 영화에도 익숙하죠.

 

황: 뭔가 특별한 것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군요.

 

패러다이스: 모든 것은 아직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지 않나요?

 

황: 그렇다면, 언제 특별해지는 것일까요?

 

패러다이스: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순간이요.

 

'특별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나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른 것과 구별된다는 의미에서, 그 자체로 특별한 어떤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패러다이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는 순간, 모든 존재는 특별해진다고 생각했다.

그 모든 특별함을 찾아서,
사람들은 선댄스 영화제에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곧 2018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내가 본 첫 영화, <306 할리우드>가 시작되었다.

* 최종 리포트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영화제, 선댄스에 대해 더욱 자세히 기술할 예정입니다. 영화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의 김종관 감독, 영화 <콩나물>,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과의 대담 행사도 각각 준비되어 있으니, 저자의 더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해주세요. [자세히 보기]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왜 선댄스로 가는가 - 선댄스 영화제 2018]

 

할리우드를 비롯한 미국 영화 산업 현장을 2010년부터 누벼온 영화진흥위원회의 미국사무소장인 황수진 저자가 선댄스 영화제 2018 현장에 직접 다녀옵니다.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2018년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플랫폼을 만나보고자 합니다. 어떻게 작은 독립 영화제가 산업을 이끄는 힘을 갖추게 되었는지 현장에서 느낀 힘을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