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을 사랑하는 젊은 창업가

OIW에서는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하면 윤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노르웨이는 해안선 길이 2만 5,000km를 자랑하는 해양 강국답게 바다에 대한 책임감이 특히 눈에 띄었다.

 

OIW에 가기 전부터 찜해놨던 세션은 '디지털 다이빙 마스크와 파이오니어 해저 드론으로 바다를 탐험하다' 특집이었다. 해양 분야에서의 혁신 중에서도 해저 드론을 만든 스타트업 블루아이 로보틱스가 눈길을 끌었다. 블루아이 로보틱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유명 메이커(maker)*이기도 한 크리스틴 스파이튼은 진작 인터뷰 위시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 메이커(maker)는 DIY 정신을 이어받아 무언가를 만드는(making) 활동을 하는 이를 가리킨다.

 

하지만 2017년 9월 28일, 이 세션이 예정된 당일 아침에야 OIW 홍보팀이 "다른 인터뷰가 두 개나 잡혀서 안 된다더라"는 피드백을 줬다. 일단 행사가 열리는 '오슬로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으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스파이튼의 자리 옆에는 알록달록한 스케이트보드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당신 거냐고 묻자 스파이튼은 그렇다고 답했다. 스파이튼은 보드를 타고 서핑과 세일링을 즐기는,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 출신의 젊은 여성 창업가였다.

 

블루아이 파이오니어는 6.8㎏짜리 개인용 해저드론이다. 수심 150m 악조건에서도 촬영할 수 있는 고화질(HD)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이용자는 드론이 무선 전송한 해저 영상을 선상에서 스마트폰으로 보고 공유할 수 있다. 드론에 여러 가지 센서를 장착해 각종 IoT 데이터도 모을 수 있다. 이 기기는 인터뷰 당시 대당 3,550달러(약 380만 원, 현재는 대당 6,000달러)의 할인가로 300대 이상 예약 판매된 상태였다. 유러피안 커머셜 마린 어워드 2017, 노르웨이 디자인 어워드 2017에서 수상하는 등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서핑을 사랑하는 젊은 창업가

OIW에서는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하면 윤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노르웨이는 해안선 길이 2만 5,000km를 자랑하는 해양 강국답게 바다에 대한 책임감이 특히 눈에 띄었다.

 

OIW에 가기 전부터 찜해놨던 세션은 '디지털 다이빙 마스크와 파이오니어 해저 드론으로 바다를 탐험하다' 특집이었다. 해양 분야에서의 혁신 중에서도 해저 드론을 만든 스타트업 블루아이 로보틱스가 눈길을 끌었다. 블루아이 로보틱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유명 메이커(maker)*이기도 한 크리스틴 스파이튼은 진작 인터뷰 위시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 메이커(maker)는 DIY 정신을 이어받아 무언가를 만드는(making) 활동을 하는 이를 가리킨다.

 

하지만 2017년 9월 28일, 이 세션이 예정된 당일 아침에야 OIW 홍보팀이 "다른 인터뷰가 두 개나 잡혀서 안 된다더라"는 피드백을 줬다. 일단 행사가 열리는 '오슬로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으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스파이튼의 자리 옆에는 알록달록한 스케이트보드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당신 거냐고 묻자 스파이튼은 그렇다고 답했다. 스파이튼은 보드를 타고 서핑과 세일링을 즐기는,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 출신의 젊은 여성 창업가였다.

 

블루아이 파이오니어는 6.8㎏짜리 개인용 해저드론이다. 수심 150m 악조건에서도 촬영할 수 있는 고화질(HD)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이용자는 드론이 무선 전송한 해저 영상을 선상에서 스마트폰으로 보고 공유할 수 있다. 드론에 여러 가지 센서를 장착해 각종 IoT 데이터도 모을 수 있다. 이 기기는 인터뷰 당시 대당 3,550달러(약 380만 원, 현재는 대당 6,000달러)의 할인가로 300대 이상 예약 판매된 상태였다. 유러피안 커머셜 마린 어워드 2017, 노르웨이 디자인 어워드 2017에서 수상하는 등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 관련 영상 <Presenting the Blueye Pioneer Underwater Drone> ©Blueye Robotics

행사가 시작되기 전, 스파이튼을 붙들고 간단히 몇 가지를 물었다.

이경희(이하 생략): 블루아이 파이오니어를 만든 이유를 간단하게 말한다면?

"바다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기존의 해저드론은 너무 비싸서 대중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 간단하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심지어 이 드론이 없는 사람들도 물 밖에서 공유된 영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었다. 드론에 여러 가지 센서를 장착해 수심과 수온 등 각종 데이터와 정보를 모을 수 있다. 그것은 바다의 상태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좀 더 많은 기능을 장착할 생각은 안 했나? 가령, 해저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드론은 불가능할까?

"팔이 달린 드론 같은 걸 말하나? 물론 더 큰 모델과 더 작은 모델, 프리미엄 모델도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대형 해저 드론이나 잠수로봇은 대기업 등에서 이미 만들고 있다.* 우리는 개인 레저용 드론이라 성격이 많이 다르다. 물론 침몰한 선체를 수색할 때, 잠수사가 내려가기 전에 우리 드론을 먼저 활용해 상황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해저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얻을 수 있는 HD카메라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배가 고장난 곳을 확인하는 등의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

* 관련 기사: 해저 2만리 '수중드론 전쟁' (한국경제 2017.10.22)

드론을 개발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방수, 온도와 압력에 견디는 능력 등 물리적인 조건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 그러나 나는 도전을 즐기고 극복하는 걸 좋아한다. 무언가를 개발하고 증진시키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가장 쉬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제작 단가를 낮추는 것도 도전 과제였다. 상용화에는 성공했지만 아직은 좀 비싼 편이라 영상을 온라인에 공유하고 라이브 비디오를 볼 수 있게 한 거다. 드론이 없어도 바닷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해양 생물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배울 수 있게 하려는 교육적 목적에서다."

 

이어진 발표에서 스파이튼은 다음과 같은 요지로 말했다.

크리스틴 스파이튼, 블루아이 로보틱스 공동 창업자

Christine Spiten, Co-Founder & Chief Global Strategist at Blueye Robotics (©Christian T Joergensen/EUP-Berlin)


오늘 이 자리에서는 반성을 공유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왔는지 잊어버리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바다에서 왔다. 우리의 몸 80%는 물이고, 우리는 그 일부를 공유한다.

누군가는 왜 너는 다이빙과 서핑을 하고 보트를 타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냐고 의아해한다. 나는 해양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한편으론 바다에 생계가 달린 사람들이 있다.

오늘날 바다는 남획과 공해에 위협받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그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또 속도를 늦추기 위해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존에 각 국가가 개발을 주도한 해저 드론은 군사적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다가 그것들은 개발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우리는 엄청나게 재미있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드론을 만들고 싶었다. 방수 기능을 장착하는 것, 화질을 HD 수준으로 맞추는 것 등 모든 것이 도전적이었다. 우리는 문제점을 찾아 하나하나 개선해나갔다.

이 작은 프로젝트를 위해 학생들도 엄청나게 참여했다. 그리고 마침내 상용화에 성공했다. 팀 결성부터 판매까지, 총 77개월이 걸렸다.

우리는 바다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볼 수 없다. 하지만 블루아이 파이오니어를 활용하면 해저를 라이브 비디오로 볼 수 있다. 다이빙으론 내려갈 수 없던 지점까지 탐험하며 새로운 생물을 만날 수 있다. 이 '디지털 다이빙'을 통해 물고기에 둘러싸이고, 그 영상을 멀리 떨어진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그것 역시 바다를 이용하는 경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도 그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우리는 교육과 관련된 협업에 열광한다. 무비마스크와 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 생각한다.

* 크리스틴 스파이튼의 테드 발표 영상 ©TEDx Talks

무비마스크와 디지털 다이빙

블루아이 파이오니어와 협업하는 무비마스크(MovieMask)는 스마트폰 영상을 마치 영화를 관람하는 듯한 느낌으로 변환해주는 고글이다. 뚜껑에 스마트폰을 고정한 뒤 고무 바디의 접이식 주름을 펼쳐 눈에 대고 보면 특수렌즈 덕분에 평면 영상이 입체적으로 확장되어 보인다.
 

* 무비마스크 영상 ©MovieMask

 

이날 현장에선 참가자들이 블루아이 파이오니어로 촬영한 해저 영상을 무비마스크로 관람해봤다. 잠수부가 물속에서 볼록렌즈로 바다를 보는 듯한 느낌이 전달됐다. 마스크 소재도 잠수복 느낌의 검은 고무라 더욱 맞춤형이라는 인상이었다.

 

처음엔 무비마스크가 블루아이 파이오니어 전용 고글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에릭 월스트롬 무비마스크 공동창업자 겸 CEO는 "모든 스마트폰 영상에 다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노르웨이에서 3,000개 이상 판매됐다는 부연 설명도 뒤따랐다. 그는 나에게 "기자냐"면서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월스트롬 대표는 노르웨이 통신회사 텔레노에서 나와 무비마스크를 창업했다. 스파이튼 대표와 같은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 출신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한다.

에릭 월스트롬, 무비마스크 CEO

Eirik Wahlstrøm, CEO of MovieMask (©Christian T Joergensen/EUP-Berlin)

블루아이 로보틱스와 협업을 한 계기는?

 

"노르웨이 스타트업 모임에서 우연히 스파이튼을 만났다.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다가 협업을 하게 됐다."

 

무비마스크를 만든 목적은?

 

"기본적으로 교육용이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모든 화면에 영화적인 효과를 더해 볼 수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어떤 어플로 영상을 보든, 안방에서 극장에 온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요즘엔 VR용 헤드셋이 대세인데, 그런 종류의 제품과는 어떻게 다른가?

 

"VR 고글은 3D 효과를 준다면, 무비마스크는 2D 시네마틱 효과를 준다. 가령 삼성 기어 헤드셋은 VR 영상 전용이지만 무비마스크는 일반 영상의 시각적 효과를 배가시키는 아날로그 장치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무비마스크는 VR 고글과는 달리 광학 솔루션을 사용한다. 화면을 분할할 필요도, 전용 영상도, 전기도 필요 없다. 그러면서도 고화질을 구현한다."

 

해외 진출도 했나?

 

"2016년 9월 론칭한 뒤 노르웨이에서만 3,000세트 이상 판매했다. 아직은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에서만 판매 중이다. 그 밖의 해외 시장도 개척하고 싶다."

무비마스크 ©Christian T Joergensen/EUP-Berlin GbR

무비마스크는 OIW가 끝난 뒤인 2017년 11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인디고고에서 펀딩과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일반형은 59달러, 고급형은 129달러다. 2017년 12월 29일 기준 목표액의 1200%를 넘긴 약 12만 5,000달러어치 판매한 상태다.

 

인터뷰에서는 '교육적 목적'이라는 걸 강조했지만 그저 귀차니스트를 위한 상품으로 제격인 듯했다. 오래전 반짝 유행했던, 종이상자로 1인용 영화관 만들기 프로젝트, 이국주의 '메가빡스' 럭셔리 버전이랄까.

고래 소리를 듣는 녹색 여행

이들 외에도 인상적이었던 건 녹색 여행 스타트업 노스 세일링 노르웨이였다. 이 여행 기업은 야생동물을 엔진 소음으로 방해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 범선을 도입했다. 지난해부터 조용히 고래의 소리를 감상하는 프로그램, 오로라 관찰 투어를 시작했다.

노스 세일링 노르웨이 홈페이지 일부 ©North Sailing Norway

아그네스 아나도티 노스 세일링 노르웨이 단장은 북부 아이슬란드 출신이다. 그는 3대에 걸쳐 이어온 가업의 변화상을 다음과 같은 요지로 차분하게 소개했다.

할아버지는 고래잡이 어부였다. 낡은 낚싯배를 타고 먹고살기 위해 고래를 잡았다. 그때 아이슬란드에서 고래잡이는 나라를 잘 살게 만드는 수산 산업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3년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고래잡이를 보는 시선은 완전히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아이슬란드는 헌팅(hunting) 대신 워칭(watching)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경이 금지되면 모두가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포경을 금지하는 전 세계적 분위기와 전문가들의 권고를 따라 고래를 잡는 대신 보는 관광업으로 전환했다. 이후 엄청나게 많은 게 바뀌었다. 고래 관광은 아이슬란드 관광객에게 가장 큰 액티비티가 됐다. 흥미롭게도 우리 가족은 고래를 잡던 시절보다 더 잘 살게 됐다.

우리는 바다 덕분에 살아왔다. 바다의 환경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선박이 태우는 기름은 환경오염의 원인이고, 엔진 소리는 야생 동물을 두렵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하이브리드 범선을 도입했다.

2016년 노스 세일링 노르웨이를 설립한 뒤 내 첫 여행 손님은 미국인 단체였다. 고래가 뛰어오르는 걸 보곤 손님들이 '돌고래가 점핑하네!'라고 말했다. 나는 '저건 돌고래가 아니라 돌고래를 잡아먹는 범고래(Killer Whale)'이라고 정정해줬다. 그러자 관광객들이 화를 냈다. 왜 돌고래를 안 도와주고 킬러 웨일을 내버려두냐고.

하지만 이것도 자연이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법칙이다. 만약 23년 전이었다면 모든 사람들이 킬러 웨일 사냥에 동의했을 것이다. 오늘날의 관광객들은 20년 전과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이제는 여행자의 영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바다와 생물, 자연을 교육해야 한다.

보는 게 믿는 것이다. 무언가를 보면 믿게 된다. 우리는 고래 '워칭'에서 나아가 '청취'를 한다. 엔진을 끄고 조용히 고래의 소리를 감상한다. 인간과 공존하는 고래의 삶을 이해하고, 자연을 배운다.

이렇듯 바다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갖고 있는 젊은 창업가들을 만나는 건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하지만 북유럽식 환경에 대한 책임감은 비단 스타트업에게만 있는 건 아니었다.

 

* 고래 청취 여행 영상 ©North Sailing Norway 

'바다의 테슬라' 야라 비르셸란

OIW의 연사 소개 팸플릿에는 '농화학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한다'라고 돼 있어 무심코 넘겼던 야라 인터내셔널(Yara International)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25일 OIW 공식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이 회사 관계자가 간단히 브리핑하는 걸 보고는 '아차!' 싶었다.

바다의 테슬라내년 운항을 목표로 개발 중인 세계 최초 자율항해 전기 컨테이너선 '야라 비르셸란(Yara Birkeland)'의 애칭이다. 노르웨이의 글로벌 농화학 기업 야라 인터내셔널(이하 야라)과 방위산업체 콩스베르그 그루펜(이하 콩스베르그)이 함께 개발 중이다. 그런데 1905년에 설립된 100년 역사의 비료 회사가 왜 전기 선박 제조에 뛰어들었을까.

테리예 크누셴, 야라 인터내셔널 전무

Terje Knutsen, EVP, Crop Nutrition at Yara International (©Christian T Joergensen/EUP-Berlin)

우리에겐 전 세계의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농부들을 도와 농업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환경오염을 줄이고, 동시에 사업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미션이 있다. 이를 실행하는 방법의 하나가 운송의 효율성을 높이는 무인 전기선이었다.

야라는 연간 컨테이너 2만 개 분량의 물품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한다. 이를 위해 디젤 트럭이 매년 4만 차례 운행한다. 육로 운송 및 기존의 디젤 선박에서 나오는 매연과 소음을 줄이고 무인 청정 해상 운송으로 물류 혁신을 한다는 게 야라의 구상이다.

 

* 관련 영상: <The world's first autonomous, zero emission container feeder> ©KONGSBERG Gruppen

 

기자회견에 이어서 열린 공식 오프닝 행사에서는 야라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프로세스 매니저(업무 과정 관리자)인 메르테 오스트비가 발표를 맡았다.

 

오스트비가 맨 처음 전기 컨테이너선을 떠올린 뒤 한 일은 구글에서 '자율 항해 전기 컨테이너선'을 검색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런 상품이 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이미 구상해 실행에 옮겼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검색 결과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콩스베르그 그루펜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당신들 전기 컨테이너선도 만들 수 있겠어?'라고 묻자 '안 만들어봤지만 할 수 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콩스베르그가 원격, 자율 운항을 위한 센서와 모니터링 기술, 전기 구동 시스템, 제어 시스템 등 선박 관련 전반적인 작업을 한다. 야라 인터내셔널은 자금 지원과 자문을 맡는다.

야라는 이를 통해 운송료를 절감하고 육상 컨테이너 화물 트럭 수요를 상당수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통 혼잡, 배기가스는 물론 소음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본다. 선박 건조비는 여느 화물선의 몇 배가 들지만 인건비와 기름값 등의 유지비는 훨씬 저렴해서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이 높다는 게 야라 측의 계산이다.

야라는 OIW 마지막 날인 29일 전기선의 최종 디자인을 반영한 6m짜리 모형의 첫 수조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정부 기관인 에노바(ENOVA)*는 건조 비용의 3분의 1에 달하는 1억 3360만 크로네(약 192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녹색 에너지와 이를 위한 기술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노르웨이 석유·에너지자원부가 2001년 설립한 기관이다. 녹색 기술과 산업에 연간 20억 크로네(약 2,850억 원)를 지원한다.

 

* 관련 영상: <Testing the YARA Birkeland> ©KONGSBERG Gruppen

노르웨이 정부가 금전적 투자를 비롯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는 신호인 셈이다. 무인항해 선박에 대한 국제 규정은 아직 없다. 야라 앞에는 전기 컨테이너선 개발과 함께 관련 해상 운송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있다. 야라는 일단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듯하다.

오스트비는 OIW 무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메르테 오스트비, 야라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프로세스 매니저

Merete Østby, Business Process Manager at Yara International (©Christian T Joergensen/EUP-Berlin)

우리는 선박 회사가 아니라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곡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비료를 만드는 회사다. 우리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비료를 나르고 싶었다. 해양 규제는 아직 이런 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일단은 짧은 거리만 나르자는 것이었다.

이렇듯 혁신을 할 때엔 장애물에 부딪히게 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 디테일이 부족해. 불가능해.' 맞다. 디테일이 부족하다. 인정한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한 상태만을 원한다면 혁신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전혀 없었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큰 회사라서 이런 도전이 가능한 걸까? 우리는 최첨단 기술을 믿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맨 처음 콩스베르그에 전화를 한지 이제 겨우 1년이 됐을 뿐이다. 그럼에도 크게 진전했다. 2018년에는 유인 전기 컨테이너 화물선을 선보이고, 2019년엔 원격 운항 테스트를 한다. 그리고 2020년엔 완전 자율 운항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운송과 환경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야라 비르셸란은 120TEU*의 소형 화물선이다. 3000TEU급 이하는 소형으로 분류되는 해상 물류 세계에서 야라 비르셸란은 초소형이라 할 만한 작은 체급이다. 선박이 완성되면 공장이 있는 포르스그룬에서 비료를 싣고 57.5km 거리의 라르비크 항구까지 운항할 예정이다. 국내 연안 간 해상 운송으로 첫발을 내딛는다는 의미다.

* Twenty Feet Equivalent Unit. 120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20개를 적재할 수 있는 규모를 가리킨다.

야라와 콩스베르그의 꿈은 단순히 작은 화물선 하나 만드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화물 운송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포부로 이어진다.

 

야라의 포부는 허황된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공공의 가치에 먼저 투자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은 야라와 노르웨이 정부 입장에선 익숙한 그림이다.

 

야라는 아프리카에 비료를 보내기 위해 도로를 건설한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CVS)의 사례로도 유명하다. 아프리카의 낮은 곡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료가 필수적이었지만 이를 수송할 인프라가 없었다. 야라는 지역 정부와 노르웨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클러스터 개발 사업을 진행했고, 항만과 도로 설비 개선에 투자해 아프리카의 농업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그 결과 모잠비크에서만 영세 농부 20만 명 이상이 개발로 인한 혜택을 받았고, 일자리 35만 개가 창출됐다. 클러스터 개발로 신시장을 확보한 덕분에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야라의 아프리카 지역 수익은 연평균 2.3% 증가*했다.

* 관련 글: 사례로 이해하는 CSV전략(3) - 클러스터 구축 (CSV포럼, 2015.2.6)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국제 화물운송선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2%를 차지*한다. 해상 수송이 다른 운송 방식에 비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긴 하지만 오염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향해 전 세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제외하고, 달려가는 와중이다. 야라의 혁신이 성공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