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글을 쓸 수 있을까?

10년 넘게 '글쟁이'로 살다 보니 무엇인가 남기고픈 욕망이 꿈틀거렸습니다. 그렇다고 소설이나 에세이 쓰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지요. 스스로 판단하기에, 제 글은 호흡이 짧고 결론을 똑 떨어지게 내리기보다 오픈 엔딩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휘발성이 강한 페이스북 글에만 만족하기에는 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달콤한 크렘 브륄레를 한 숟가락 먹다가 멈춘 기분이랄까요?

 

참고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본능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표현이 톡톡 튀고, 춤을 추듯 부드러운 글의 흐름이죠. 그에 반해 제 글은 구조적인 편입니다. 일단 틀을 만들고 차츰차츰 살을 붙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메마른 글이 나올 때가 있고, 가끔은 젖과 꿀이 흐르는 촉촉한 글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에서 PUBLY <2017 칸 광고제 리포트>를 접하게 됐습니다. 두산 잡지에서 함께 일했던 우승우 저자와 장원정 저자가 취재하고 쓴 글이었습니다. PUBLY라는 매체가 제 머리에 들어온 건, 그 후 우미령 대표의 '혹시 PUBLY 알아요?'라는 언급 덕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자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모든 시작이 그렇듯 처음은 활기찼습니다. 현실은 예상대로 참담했습니다. 4년 동안 '휴전'했던 마감을 다시 하려니 위가 가장 먼저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주말마다 출근 도장을 찍고, 조용한 사무실에서 창작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글은 나오지 않고 위액만 분출되었습니다. 화산처럼 부글거리는 배 때문에, 연말과 연초에 내과에 들락날락 거리다가 예민+짜증+한숨 3종 세트를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죠.

2017년 네이키드 쇼케이스에서 팀원들과 ©민트/LUSHPUBLY 리포트를 위한 취재는 러쉬 식구들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다채로운 생각들, 간접적으로 표현된 뉘앙스 등을 관찰하고 집중할 수 있는 값진 기회였습니다. 일대일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그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친구는 트레이너 호피였습니다. 제가 물어봐 주기를 기다린 것처럼 깊은 생각들을 샘물처럼 쏟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