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이 남다른 브랜드들

이 재킷은 꼬르넬리아니가 만들었습니다.

몇 년 전 랄프로렌 퍼플 라벨(Ralph Lauren Purple Label)의 재킷에 대해 물으러 매장에 방문했더니, 점원이 자랑스럽게 한 말이다. 럭셔리 웨어를 사러 갔는데, 어느 공장에서 만들었는지를 힘주어 말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브랜드는 더 있다. 수많은 명품회사들은 로로 피아나(Loro Piana)로부터 원단을 공급받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신세계는 2016년 라르디니(Lardini)와의 협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국내 소비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다른 레이블을 위해 옷을 만들어주는 공장으로 시작한 꼬르넬리아니(Corneliani)와 라르디니, 원단을 취급하는 무역업자로 시작한 로로 피아나. 일명 '공장 태생 브랜드'로 통칭할 수 있는 이들은 화려한 마케팅에 의존하는 기존의 럭셔리 브랜드와 완전히 다른 성장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다.

©Casimiro PT

이탈리언 사토리얼리즘, 라르디니

왼쪽 라펠에 천으로 된 꽃 모양의 작은 부토니에를 달고 다니는 남자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 수트 브랜드 라르디니의 상징이다. 세련되고 날렵한 라인의 수트 브랜드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실은 타 브랜드 수트를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er)*하는 것이 그들의 본업이다.

*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과 달리 ODM은 직접 상품 개발과 디자인까지 진행한다.

 

*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설명하는 영상 ⓒLardini

 

1978년, 안드레아 라르디니(Andrea Lardini, 현 CEO) 3남매는 옷을 제조하는 공장을 차렸다. 스무살 안팎이었던 그들은 빠르게 사업을 키웠고 버버리, 돌체 앤 가바나, 살바토레 페레가모, 발렌티노, 베르사체, 에트로 등과 같은 유명 브랜드의 남성 수트를 제작하기 이른다. 여러분이 그동안 버버리 같은 브랜드에서 기성복 수트를 사서 입어본 적이 있다면, 라르디니가 만든 옷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체 브랜드를 만든다는 결심을 한 것은 1992년. 라르디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지 라르디니(Luigi Lardini)는 좋은 소재와 이탈리안 사토리얼리즘(Sartorialism)*이 결합한 남성복 브랜드를 구상한다.

* 의복을 만들거나 입는 방식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 특유의 철학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라르디니가 주목한 것은
기성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