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상하이로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출장자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사소하지만 미리 준비해두면 든든한 것들, 출장 중에도 찾아오는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이 글을 읽고 미리 상상해본다면 출장이 훨씬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요? '호텔 밖 진짜 상하이를 권하다 - 출장도 여행도 괜찮아요' 리포트의 두 번째 미리보기는 작은 골목에서 찾은 어느 헌책방의 이야기입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2018년 1월 25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상단 이미지 ©김송은

중국어를 배우면서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니 내가 느낄 수 있는 세계가 하루가 다르게 열렸다.

읽어낼 수 있는 문장의 수만큼
새로운 감수성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중국어로 쓰인 책 읽기는 버거웠으나 책 속의 몇 문장이라도 읽을 수 있어 기뻤다. 살 빼고 입을 것이라며 맞지 않는 바지를 샀던 것처럼, 언젠가는 읽을 것이라 믿으며 책을 사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책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지도 앱에 무작정 '서점'이라고 검색했다. 근처에 대형 서점과 작은 서점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유난히 별점이 높은 서점이 있었다. 시뉴(犀牛, xi niu, 코뿔소)라는 이름의 서점이었다.

 

서점이라 큰 길가에 있을 줄 알았는데 지도 앱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 보니 도착한 곳은 농탕(弄堂, long tang)* 안이었다. 간판 하나 없는 평범한 가정집이 헌책방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이곳이 서점이라는 단서를 찾고 싶어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똑똑 문을 두드렸다.

* 스쿠먼(石库门, shi ku men), 화원(花园, hua yuan) 등 상하이의 전통적인 주택이 몰려 있는 곳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작은 골목을 말한다. 이웃이 함께 어울리는 휴식과 교류의 공간이기도 하며, 상하이 도시 문화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다. 스쿠먼은 19세기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널리 지어진 상하이의 대표적인 건축 형태다. 외관은 유럽식 주택 같지만 내부는 중국 남부 지방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큰 돌로 문틀을 만든 형태 때문에 '돌로 만든 문이라는 뜻'의 스쿠먼(石库门)이라 불리게 되었다. 화원은 독립적인 정원이 있는 건축 형태를 말한다. 오래된 화원(老式花园, 해방 전 지어진 양옥)과 새로 지은 화원(新建花园, 아파트)으로 나뉜다.

시뉴 서점 앞 농탕 풍경 ⓒ김송은

"저기… 여기 서점 맞나요?"

(请问一下. 这边是书店, 对吧?)

"네, 들어오세요."

(对的, 进来吧.)

시뉴 서점 현관에서 전시 중인 일러스트 ⓒ김송은

현관 벽면에는 일러스트 작품이 여러 점 걸려 있었고, 책방으로 들어가는 복도 바닥에는 여기저기 책이 쌓여 있었다. 짧은 복도 끝에 서점으로 들어가는 작은 문이 있었다.

자그마한 방 하나가 전부인
헌책'방'이었다
문을 열어준 청년은 다시 자리에 앉아 자기 할 일을 했다. 나는 음악 소리 하나 나지 않는 조그마한 방에서 책 구경을 시작했다. 작은 방을 둘러싼 책장에 빼곡히 책이 꽂혀 있었다. 문학과 철학, 전통 예술을 다룬 책에서 사진집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새 책은 거의 없고 시간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오래된 책이 대부분이었다.

가지런하게 꽂힌 문고판 책들 ⓒ김송은

한 손에 쏙 들어갈 법한 크기의 얇은 문고판 책이 특히 많았다. 어떤 소설책은 첫 장에 저자의 서명이 적힌 사인본이었다. 그러고 보니 현관 한편에는 문을 열어주는 청년과 작가로 보이는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현관에서 본 시뉴 서점, 점장의 뒷모습 ⓒ김송은

서점 한가운데 찻잔과 화병이 놓여 더욱 '방' 같은 느낌을 주었다. ⓒ김송은

한참을 둘러보다가 문고판 중국 산문 선집*을 한 권 집어 들었다. 계산을 하고 서점을 나서는 길에 책이 너저분하게 쌓인 현관을 다시 한번 찬찬히 둘러보았다.

*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작품 가운데서 어떤 기준에 따라 몇 작품을 모아 엮은 책

오래된 책은 비닐로 꼼꼼하게 포장해두었다. ⓒ김송은

책더미 뒤에 붓글씨로 서점의 이름을 쓴 커다란 액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려 있어야 할 저 액자가 바닥 한편에 처박힌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밟혔다.

현관 바닥 한편에 놓인 액자, 시뉴 서점이라고 쓰여 있다. ⓒ김송은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이 서점이 더 궁금해졌다

내가 몰랐던 세계에 쑥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시뉴 서점은 도대체 어떤 곳인지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개업한 지 일 년이 안 되어 문을 닫다'는 제목의 기사*를 찾았다. 이 서점은 꽤 오랜, 그리고 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2007년에 상하이 민항(闵行区)에 200평형 규모로 '시뉴 서점'이 문을 열었다. 당시 열일곱 살이던 좡지엔궈(庄见果)는 우연히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여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유동 인구가 적은 위치 탓에 서점은 경영 악화를 겪었고, 일 년 뒤 문을 닫았다.

 

서점은 문을 닫았으나 좡지엔궈와 동료들은 서로 삶을 지지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기사 속 독서 모임 사진에는 서점에서 만난 그 청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2009년, 좡지엔궈는 동료 몇 명과 함께 영화관 안에 '열고 닫고 열고, 시 전문 중고 서점(开关开诗歌书店)'을 열었다. 서점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 낮에는 서점을 열고, 밤에는 경비 일을 하며 부족한 돈을 메꿨다. 그래도 일 년을 버티지 못했다.

 

그렇게 서점을 열고 닫기를 여러 번, 2015년에 좡지엔궈는 자신이 일한 첫 서점과 같은 이름으로 '시뉴 서점'이라는 헌책방을 혼자 운영하기 시작했다. 헌책방은 책을 싸게 사는 곳이라는 편견을 벗기 위해 상하이 곳곳에서 책을 엄선해 서가를 꾸렸다.

 

기사의 끝머리에는 짤막한 인터뷰도 실려 있었다. 상황이 어려운데도 서점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청년은 이렇게 대답한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계속하는 거죠. 여전히 서점이 필요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수입이 많지 않지만 저는 원래 사치하는 사람도 아니고, 세련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아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 달갑지 않은 일은 일어날 수 없어요. 

기사를 읽는 내내 시뉴 서점 현관 곳곳에 여기저기 쌓여 있던 책과 바닥에 놓여 있던 커다란 액자가 떠올랐다. 방금 서점에 책들이 도착한 듯한,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는 듯한 책방의 모습도 그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상하이의 헌책방이
궁금해졌다

이제는 가보고 싶은 서점을 찾으면 어떤 곳인지 미리 충분히 알아보고 가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서점을 더 잘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시뉴 서점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메피스토(Mephisto)'라는 서점을 알게 되었다. (이후 내용은 본 리포트에서 이어집니다.)

시뉴 서점(犀牛书店)
주소: 上海市黄浦区复兴中路553弄37号
연락처: 136-5168-5843
영업 시간: 10:00~20:00

 

[호텔 밖 진짜 상하이를 권하다 - 출장도 여행도 괜찮아요]

 

상하이에 단기 출장을 가게 된 회사원, 호텔 밖 상하이가 궁금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한 장/단기 출장자 중국어를 몰라서 중국에 가는 것이 걱정되는 예비 출장자 또는 여행자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상하이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