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hink Food에서 발견한 산업 리더십

이분영 이분영 외 1명
reThink Food에서 발견한 산업 리더십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산다는 것

Editor's Comment 

먹방, 쿡방, 혼밥, 오가닉, 비건... 과거 어느 세대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의 소비 심리에서부터, '푸드 테크(Food Tech)'라는 큰 변화의 물결까지. Google, MIT Media Lab, Stanford d.school, IDEO가 푸드 시장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푸드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 reThink Food 2017' 첫 번째 미리보기를 통해 reThink Food 2017 컨퍼런스를 직접 체험한 이분영 저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리포트는 2018년 1월 18일(목) 오후 5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상단 이미지 ⓒEaters Collective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가령, AI의 등장으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편리해질까 하는 기대와 그로 인해 내 직업이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공존하는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변화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위협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미래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일찍 감지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트렌드 리포트를 참고하고, 선진 시장을 벤치마킹하며,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경영 전략 컨설턴트 시절, 나는 여러 기업의 미래 사업 전략 수립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벤치마킹과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A라는 트렌드가 이 시장에 가져오게 될 주요 변화는 무엇인가?', '이머징 기술 중 향후 시장을 주도하게 될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등… 불확실한 미래를 읽어내기 위해 핵심 질문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일이었다.

 

컨설턴트 시절 나는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좋아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래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힌트의 조각을 찾아 엮어가는 작업은 재미있었다. 또한 이들을 엮어서 논리에 들어맞는 큰 그림이 나왔을 때는 마치 비밀의 방으로 통하는 열쇠를 찾아낸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 있었다.

선도 기업들은
어떻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을까?

그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어떻게 먼저 치고 나올 수 있었을까?

산업을 '리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변화에서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을 찾는 편이다. 컨설팅 업계의 특징인 빠르게 변화하는 업무 환경을 좋아했고, 프로젝트를 통해 접하는 다양한 산업 중에서도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소비재/리테일, 테크 등의 산업에 더 관심이 갔다.

 

이러한 산업들은 내가 실제 또는 잠재 소비자이기 때문에 나의 입장을 대입하여 문제를 보다 보면 더욱 재미있었다. 그래서 '내가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산업'에서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시장을 보고, 전략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로 하였다.

 

내가 커리어 전환을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산업은 패션이었다. 내가 담당한 업무는 패션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R&D 영역으로, 특히 이종 산업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혁신 기회를 발굴하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당시에는 웨어러블(wearable) 기술이 테크 업계의 큰 화두였는데, 이 기술이 미래 패션업의 패러다임도 바꿀 것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학창 시절 경영학 교과서에서 자주 접해왔던 그 표현이 바로 이 순간 내가 일하고 있는 그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컨설턴트로서 하나의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게 아니라, '긴 호흡'으로 전략과 실행을 이끌어 가야 하는 입장이 되니, 비로소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서의 기대와 불안이 절묘하게 조합되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당시 웨어러블 분야는 아직 명확한 산업의 경계도 정의되지 않은 태동기였기 때문에,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선도 시장이나 기업이 존재하지 않았다. 

 

과거의 질문이 꼬리를 물어, 새로운 질문으로 발전했다. 선도 기업이 없는 산업에서는 누가 리드(lead)를 하게 되는 것일까? 

심지어 산업으로
발전되지 않은 시기에는?
'산업을 리드'한다는 것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컨퍼런스에서 발견한 리더와 팔로어의 차이점

산업의 경계도, 뚜렷한 경쟁자도 형성되지 않은 영역에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했던 나에게 큰 의지가 되었던 것은 컨퍼런스였다.

 

당시 'Wearable USA 2014'라는 행사에 참석했는데, 컨퍼런스 참가자 목록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타트업부터, 웨어러블 관련 소재 및 부품, 알고리듬 회사, 글로벌 IT 기업의 R&D/Innovation Team 관계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컨퍼런스 아젠다도 내가 매일 고민하고 있던 내용들이었는데, 가장 큰 질문은 "웨어러블 시장이 과연 열릴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 컨퍼런스를 가치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컨퍼런스도 - 혹은 그 어떤 유능한 전문가나 컨설팅 회사도 - 그러한 질문에 답을 내려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체감한 컨퍼런스의 진정한 가치는,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공통된 고민을 화두로 던지고, 각자의 경험과 의견을 나눔으로써, 미래의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 기대를 서로 확인하고, 불안감을 서로 다독여 주는 장(場)을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컨퍼런스가 나에게는 '산업 리더십(Industry Leadership)'이 형성되는 출발점으로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산업 리더십은 단순한 시장 점유율이 아니다. 시장 점유율 1위의 기업은 업계의 선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는 뉘앙스가 다르다.

 

2013년 Forbes에 실린 John Hall의 기고문 '당신의 회사는 산업 리더십을 가지고 있습니까?(Is your company an industry leader?)'를 보면 업계의 리더인지 판단하는 10가지 질문이 제시되어 있다. 그중 아래 3가지의 항목은 내가 컨퍼런스에서 목격한 산업 리더십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임원들은 (시장의) 선구자인가?
Are your executives thought leaders? 

핵심 직원들은 (외부에) 잘 알려진 전문가인가?
Are your key employees known experts?

업계의 중요한 행사에서 존재감이 있는가? 
Do you have a presence at major industry events?

아직 업계 리더가 가려지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서, '퍼스트 무버(first-mover)'라는, 매력적이지만 불안한 포지션을 가진 회사들은 컨퍼런스를 통해 기대와 불안을 함께 나눈다.

 

컨퍼런스를 통해 서로가 기대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그들의 생각은 곧 '트렌드'가 된다. 나아가 서로의 불안감을 "괜찮다, 우리 모두 겪는 것이니 크게 걱정하지 말자."고 다독이며 트렌드를 만드는 일, 핵심에 집중할 수 있게 서로 돕는 구조를 만든다.

 

이런 교류의 장을 통해 '산업'으로 발전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이러한 커뮤니티가 산업의 리더층으로 발전하는 것을 컨퍼런스에서 발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대다수의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과정의 중요성을, 그리고 산업 리더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흔히 시장 선점 우위(First-mover's advantage), 블루오션(Blue Ocean) 등 기회 요인은 강조하면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불안한 과정은 피하고 싶어 한다. 결국 많은 기업들이 '벤치마킹'이라는 명목 하에 업계 리더로서 고민하는 과정은 건너뛰고, 이미 만들어진 결과를 가지고 성공과 실패의 '답'을 찾아내려 한다. 퍼스트 무버보다는 패스트 팔로어(fast-follower)가 되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많은 한국의 기업들은 답을 찾기 위해 컨퍼런스에 온다. 하지만 컨퍼런스는 답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참석자들은 '별로 들을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컨퍼런스에서 퇴장한다. 관련 업체의 전시회가 함께 열리는 컨퍼런스의 경우 국내 출장자들의 주요 업무는 컨퍼런스 참석이 아니라 전시 참가 업체들의 샘플을 받거나, 사진을 열심히 찍어 가는 것에 집중되기도 한다.

 

내가 본 한국 푸드 업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제품 기획과 R&D 전략의 상당 부분이 '선진시장' 히트 상품의 '현지화'에서 '답'을 찾았고, 뉴욕, 런던, 도쿄 등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도시의 핫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신규사업 아이템 선정의 주요 기준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 간의 트렌드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식음료와 조리법에 대한 해외 시장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밀레니얼이라는 새로운 소비 계층은 음식 트렌드에 열광하면서도 개인만의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어 '답'을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푸드 업계도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는 시장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reThink Food 2017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

패션업계를 떠나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하는 중에 푸드 산업과 관련된 컨설팅 프로젝트에 프리랜서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 역시도 벤치마킹 프로젝트였는데, 이 과정에서 '푸드 테크'라는 트렌드와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푸드 테크'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자연스레 '웨어러블 테크'가 함께 떠올랐다.

 

정확히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인지 그 정의도 명확하지 않고 이 영역에서 누가 선도 기업인지 아직 규정할 수 없지만, 뭔가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상황이 겹쳐진다.

 

특히 음식이나 옷과 같이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산업은 인류의 역사에 걸쳐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아날로그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테크'라는 단어와의 조합이 더욱 생소하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생소한 조합의 정체를 조금 더 이해해 보기 위해 reThink Food 2017이라는 컨퍼런스로 향했고, 그곳에서 나는 또 한 번 산업 리더십의 장을 목격했다. 그것은 참여 회사들이 '테크'를 비롯한 다양한 시장의 변화를 맞이하며, 기대와 불안에 대한 시각을 서로 나누고, 미래의 리더십을 준비 혹은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컨퍼런스에 다녀와서 CIA*의 reThink Food에 대한 소개 내용을 다시 보니, 이 행사의 기획 의도가 더욱 명확히 보였다.

* 미국 일류 요리학교,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reThink Food, a unique collaboration between 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and MIT Media Lab, brings together a diverse group of thought leaders and innovators at the intersection of technology, behavior, design, and food.

첫 번째, 푸드뿐만 아니라 기술, 디자인, (소비자) 행동 등 다양한 영역의 선구자(thought leaders)들이 모인다. 아직 '푸드 테크'라는 영역이 정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푸드 업계 리더'로 대상을 한정하지 않았다.

Our mission: to explore how areas such as big data, social networking, mobile computing, behavioral economics, marketing, neuroscience, agriculture, and culinary insight and strategy are radically changing food markets, systems, and our understanding of consumer choices.

두 번째, 이 행사의 미션은 변화의 동인과 방향을 '탐험'하는 것이다. 답을 찾자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기대와 불안을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다.

We are designing our future.

세 번째, 이 행사의 참가자들은 푸드의 미래를 직접 '디자인'하고자 한다. 즉, 트렌드를 직접 만들며, 미래의 리더십을 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PUBLY에서 reThink Food 2017을 주제로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 또한 비슷하다. 나는 푸드 업계의 미래에 대한 답을 줄 수는 없다. 다만 미국의 푸드 및 유관 업계 리더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는 현장의 모습을 전하고 한국 푸드 업계에, 혹은 보다 광범위한 소비재 관련 산업 전반에 산업 리더십에 대한 화두를 던져 보고 싶다.

 

이 컨퍼런스의 부제인 "Innovation, Technology, Behavior, Design"의 관점에서 컨퍼런스 참가자들이 업계 리더로서 가지는 고민은 비단 푸드 업계뿐만 아니라, 밀레니얼 소비자를 상대하는 유관 산업군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이 비단 푸드 산업뿐만 아니라 변화를 목전에 둔 다양한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reThink'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푸드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 reThink Food 2017]

 

Google, MIT Media Lab, Stanford d.school, IDEO 등 다양한 업계 '리더'들이 모여 푸드(food)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미국의 전통적 식품 회사뿐만 아니라 푸드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다양한 산업의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푸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reThink Food 2017에 다녀왔습니다.

이분영
이분영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NYU MBA를 졸업하였고, 커리어의 2/3 이상을 T-Plus와 The Boston Consulting Group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근무하였습니다. 컨설턴트 시절 식품, 유통, 테크 산업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그 후 패션 회사에서 IT융합 신사업 개발을 리드하면서 아직 규정되지 않은 미래 시장과 혁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커리어 선택에 있어 업종보다는 업무를 중시하지만,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과 경험을 살려 '언젠가는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 중입니다.

김안나
김안나 PUBLY CCO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PUBLY에서 콘텐츠 총괄로 일하고 있습니다. CCO의 가운데 C는 Content, Community, Creativity를 뜻합니다. 말과 글로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을 해온 것으로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정의하며, 좋은 콘텐츠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