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재미있는 이유
Editor's Comment
명품의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채수빈 저자가 생각하는 명품 역시, 누군가는 당연히 명품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누군가는 의아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명품이라는 개념을 이뤄내는 조각들은 비슷할 것입니다. 첫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명품의 조건 - 그들은 왜 명품이라 불리나'의 채수빈 저자가 명품에 빠진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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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이미지 ©Hyun Son
지난 2017년 3월 말, 조선일보에서 20대 이상 성인 여성 314명을 대상으로 명품에 대한 인식과 소비에 관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명품'은 물질적 소비재라기보다는 '정신적 만족'이 더 컸다는 결과가 나왔다. "진짜 명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인격, 품격, 개성, 가치, 나만을 위한 단 하나,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것, 지적 재산 등이라고 대답했다.
* 관련 기사: '명품은 럭셔리가 아닙니다' (조선일보, 2017.4.4)
이처럼 우리는 '명품'을 생각할 때 옷이나 시계 등의 패션산업을 생각하기 쉽지만, 명품은 사실 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이다. 그래서 내게는 명품이라는 개념이 더욱 재미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명품이다.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야 명품을 알아볼 수 있다. 양산형 독일 자동차의 자존심인 BMW와 비즈니스용 워크스테이션으로 잘 알려진 ThinkPad의 경우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명품으로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BMW나 ThinkPad는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자와 다른 길을 걸으며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명품이라고 부를 수 있다.
빨간 색 트랙포인트(TrackPoint)로도 유명한 ThinkPad
단지 호화스러운, 겉이 화려한 물건만이 명품은 아니다.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고야드의 쇼퍼백은 명품이란 개념의 일부일 뿐, 그 전부를 대변하지 않는다.
명품의 참 의미는 브랜드와 함께 호흡하며 잘 다듬어진 제품의 만듦새와 그에 맞는 역사를 들춰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직접 이런 브랜드와 교류하고, 만져보고, 사용하고, 공부하고 대화해보았다. 그렇게 접촉하면 접촉할수록, 시장에서 성공하는 명품 브랜드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시장에서 실패하는 브랜드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가 제품을 판매한다고 명품 브랜드가 되는 것도 아니며, 호화스러운 허영심을 판매한다고 명품이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명품 브랜드란 무엇일까?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들
IBM 시카고 사무소에서 리테일/소비재(Consumer Products, CP) 산업군 파트너*가 내게 물었다.
* 컨설팅 업계에서 파트너는 대개 상무 혹은 전무급 임원이다.
왜 IBM에서 전략 컨설팅을 하고 싶나요? 그중에서도 왜 리테일과 소비재인가요?
입사 당시 내가 속한 산업군은 다양한 산업(cross-sector)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매니저에게 리테일/소비재 산업을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고 싶다고 얘기했고, 산업군 파트너가 직접 나에게 물어온 것이다. 완전히 리테일과 소비재 산업 팀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IBM에서 있으면서 리테일링의 미래는 기업들이 얼마만큼 빨리 디지털과 물리적 역량을 통합하고 강화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리테일/소비재 전략 컨설팅 팀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이 산업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큰 역할을 해내고 싶습니다.
리테일과 소비재 산업 안에서도 가장 관심이 갔던 분야는 명품을 만들어내는 브랜드들이었다. 그들이야말로 변화를 주도해가고 있는 기업들이었다.
명품 산업에 속한 기업은 제품의 제작부터 유통, 그리고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방법까지 일반적인 소비재 기업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운영된다. 명품의 진가를 알아보는 감정가(connoisseur)와 같은 안목을 갖춘 고객에게 물건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명품 브랜드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회사로서의 형태가 아닌, 고객과 함께 공존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제품 이상의 감성을
전하는 것(deliver)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때로는 꿈과 허상을, 또 어떻게 보면 실용적인 것을 초월한 그 무언가의 가치를 파는 이 브랜드들의 면모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리고 명품 산업의 조각들 하나하나를 연구하면 할수록 더 깊은 흥미를 갖게 되었다.
소비자는 왜 명품에 여전히 지갑을 여는 걸까
경영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가 발표한 「Global Powers of Luxury Goods 2017」에 따르면, 2015년에 세계 100대 럭셔리 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자그마치 2,120억 달러(한화로 약 237조 원)였다. 이 기업들은 전년 대비 총합 6.8%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 세계 11개국의 소비자 1,300명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 명품(luxury products)을 구매하려는 의지가 증가했는가?"라는 설문에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그렇다(Increased)"라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도대체 무엇에 홀렸길래 불황이든 호황이든 지갑을 여는 것일까. 이것에 대한 답은 여러 종류로, 또 여러 경로로 구해볼 수 있겠지만, 본 리포트가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색다른 관점과 통찰(unconventional insight)이다.
진정한 명품 브랜드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회사로서의 형태가 아닌, 고객과 함께 공존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Louis Vuitton Foundation) ©Gilles Paire/Shutterstock
나는 그동안 진정한 감성을 전하는 물건을 찾아다녀왔다. 그리고 내가 소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 물건에서 명품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명품을 찾고,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명품 기업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관점, 그들이 고객에게 제품 이상의 감성을 어떻게 전하는지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본 리포트에서는 나만의 관점과 내가 이해하는 명품 업계의 특성을 정리하고자 한다. 그저 밸류체인과 SWOT을 분석하고 데이터 및 파이낸셜 모델링을 통해 종합한 인사이트가 아닌, 숙련된 컨설턴트와는 다른 시선을 제공하려고 한다.
비록 이제 막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주니어 컨설턴트이지만, 내가 직접 명품을 소유하고 사용하며 발견한 관점과 IBM이라는 컨설팅 회사에서 배우는 넓고 다양한 업계의 면모를 종합한다면 그 관점 역시 신선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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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조건 - 그들은 왜 명품이라 불리나]
당신이 정의하는 명품은 무엇인가요? 명품의 정의는 사람들마다 다르지만, 명품이라는 개념을 이루는 조각들은 비슷합니다. 제품 완성도, 브랜드 역사, 희소성과 높은 가격.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은 어떻게 잘 살아남아 왔고, 어떻게 명품이라 불리게 되었는지 미국 시카고에서 IBM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채수빈 저자가 정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