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속 경험을 디자인하려면

앞서 VR이 무엇인지, 어떻게 VR 내부 환경을 제작하는지, 어떤 분야에서 응용하는지 등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려보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이번 장에서는 VR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며 경험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지각심리학적 원리와, 더 나은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 생각해야 할 지점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시지각(visual perception): 매직 아이, 3D 안경, 그리고 VR

이전에도 얘기했지만, 3D 그래픽은 사실 오늘날 VR의 전신이나 다름없다. 실제로는 2D 평면인 영상에서 깊이감을 느끼도록 자극을 ‘조작’하는 게 핵심이다. 사람은 두 눈을 모두 활용하여 사물을 본다. 이를 일컬어 양안시(binocular vision)라 한다.

 

각 눈에 맺히는 상은 조금씩 다른데(번갈아 가며 윙크를 하면 그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다), 뒤통수 아래쪽, 즉 후두엽의 '시각 센터'에서 서로 다른 두 이미지를 통합하여 눈에 비치는 사물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달리 생각하면, 살짝 어긋나는 이미지를 두 장 만들어 양 눈에 따로따로 쏴주면 우리 뇌는 자연스럽게 겹쳐진 이미지에서 깊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입체시(stereotopsis)가 가능해진다.

 

이처럼 두 눈이 보는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 양안불일치(binocular disparity)는 매직 아이, 3D 안경, 그리고 VR을 관통하는 지각 원리다.

 

한편 VR 헤드셋의 경우 영화 장면이나 매직 아이와는 달리 바로 눈 앞에 위치하기 때문에, 상이 지나치게 가까워져 초점을 흐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프레넬 렌즈(Frenel Lens)'를 사용하여 빛을 조절한다. 또한 헤드셋을 착용하여 좁아지는 주변 시야를 가능한 한 넓히기 위해 볼록렌즈를 사용한다.

실제 두 눈에 쏘아지는 이미지는 이런 형태를 띠고 있지만, 헤드셋을 끼고 보는 풍경은 전혀 다르다.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