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 작가도 자비 출판으로 데뷔?

Editor's Comment 

'책 위기의 시대'라고 하지만, 반대로 지금은 독립 또는 자비 출판이 가장 빛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만드는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되는 일본의 자비 출판 ZINE에서 정재혁 저자가 찾아낸 종이책의 새로움, '쓰는 시대의 도래 - 일본의 자비 출판과 ZINE' 리포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11월 7일(화)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 상단 이미지 ©Joseph Chan

자비 출판은 자기만족입니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일부 서점에서 판매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비 출판은 자기만족을 위한 행위입니다. 그러니까 크게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기 위해서 벌이는 행동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왕 내는 책이니
독자 한 사람이라도 더 
닿았으면 좋겠다

조금 욕심을 내봤자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는 수준입니다. 중개업자를 통해 유통을 하지 않는 책이 인기를 얻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정말 열외입니다. 하지만 열외라는 건 어쨌든 존재는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사례가 여기에 있습니다.

 

<은하철도 999>의 원작 소설인 「은하철도의 밤」으로 유명한 일본의 동화 작가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의 시작은 자비 출판이었습니다. 스물여덟 무렵, 그는 지금까지 쓴 시들을 모아 도쿄의 세키네 서점(関根書店)에서 「봄과 수라(春と修羅)」라는 제목으로 1,000부를 발간해 지인들에게 배포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에는 「주문이 많은 요리점(注文の多い料理店)」이란 동화집을 만들어 마찬가지로 지인들에게 배포했습니다. 하지만 반응은 거의 없었고 미야자와 겐지는 서른일곱이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야시장의 무더기 속에서 팔리고 있던 미야자와의 책을 당시 무명이었던 시인 구사노 신페이(草野心平)가 발견해 소개한 것입니다. 미야자와 겐지가 있는 돈을 다 긁어 모아 자비 출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것을 구사노 신페이가 야시장 무더기 속에서 꺼내 들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은하철도의 밤」을 평생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마음(こころ)」, 역시 유명한 작품입니다. 「마음」은 「피안 지나기까지(彼岸過迄)」, 「행인(行人)」과 함께 후기 3부작이라 불리는 작품 중 하나로, 인간의 심연에 자리하는 에고이즘과 윤리 그리고 갈등을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자비 출판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문고본의 대표적인 출판사가 된 이와나미 서점(岩波書店)의 창업자 이와나미 시게오(岩波茂雄)가 아사히 신문(朝日新聞)에 연재 중인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보고 출판을 의뢰했습니다. 그것도 제반 비용을 저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당시의 나쓰메 소세키는 이미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였기에 당치도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성사가 되어 「마음」은 이와나미 서점의 첫 소설 작품이 되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스스로 장정부터 광고의 캐치 카피까지 모든 걸 담당했고 그렇게 「마음」은 온전히 그의 책이 되어 서점에 진열되었습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와나미 서점은 작은 책방에서 커다란 출판사가 되기까지 합니다. 자비 출판 도서 한 권이 이뤄낸 성과입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들 &#169;Ned Snowman/Shutterstock

책에 위계질서가 있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자비 출판이 상업 출판보다 아래에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책에는 그저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이 있을 뿐 우열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 자비 출판이 태동하고, 한국에서 독립 출판*이 싹트는 것은 어찌 보면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자비 출판과 독립 출판은 기획에서부터 유통, 제조, 판매까지 스스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자비 출판의 경우, 독립 출판과 달리 출판사가 유통과 마케팅에 개입할 수 있다.

그 오리지널리티는
우리 안에서 나옵니다

우리 자신이 모두 다 오리지널리티입니다. 자신의 소리, 자신의 관점, 자신의 생각을 형태로 만들기 위해 자비 출판과 독립 출판이 숨 쉬고 있습니다.

 

[쓰는 시대의 도래 - 일본의 자비 출판과 ZINE]

 

'책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대안은 무엇일까?' 디지털 매체로 대체되는 변화의 중심에서 크리에이티브로 맞서는 자비 출판은 마음껏 자신을 발신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미디어입니다. 10년을 잡지와 함께한 정재혁 저자가 발견한 작기에 가능한 세상, 일본의 자비 출판과 ZINE을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