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생각을 돈으로 산다는 생각: 우창의 말
최우창 PM's Comment
이 리포트가 모든 '요즘 애들'의 생각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읽는 사람에 따라 공감이 가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거나, 때로는 불편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정답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의 해답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며 쓴 글이니 두 사람의 생각과 글을 훔쳐보듯 읽어주세요. 가급적 저자의 문체를 살리고자 일부 맞춤법에 어긋난 단어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먼저 프로젝트 페이지에 미처 담지 못한 콘텐츠 기획 이야기와 저자들과의 준비 과정을 담았습니다.
젊은 생각을 돈으로 산다는 생각: 우창의 말
최우창 PM's Comment
이 리포트가 모든 '요즘 애들'의 생각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읽는 사람에 따라 공감이 가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거나, 때로는 불편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정답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의 해답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며 쓴 글이니 두 사람의 생각과 글을 훔쳐보듯 읽어주세요. 가급적 저자의 문체를 살리고자 일부 맞춤법에 어긋난 단어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먼저 프로젝트 페이지에 미처 담지 못한 콘텐츠 기획 이야기와 저자들과의 준비 과정을 담았습니다.
올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 <겟 아웃(Get Out, 2017)>에서는 흑인의 육체를 탐하는 백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육체가 아닌, 정신
생각을 돈 주고 사고, 파는 것아주 오래전부터 젊은 육체나 영생에 대한 갈망은 존재했다. 소설 속 드라큘라가 탐하는 인간의 젊은 피, 진시황의 불로장생을 위한 불로초, 늙은 쥐와 젊은 쥐를 연결하는 개체 연결법, 운동선수의 혈액 도핑, 젊은 피부를 위한 보톡스 등.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 육체뿐 아니라 젊은 정신과 생각을 탐하는 경우들을 많이 접한다.
'아재'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요즘 애들이 인터넷에서 쓰는 용어를 찾아보는 것부터 밀레니얼을 넘어 Z 세대(Gen Z)를 분석하는 기사나 리포트가 나오는 것까지.
나는 그나마 아직 '요즘 애들'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요즘 대학생들은 뭘 좋아하는지, 그들의 문화는 어떤지, 어떤 고민과 생각을 하고 어떤 소비를 하는지 아주 잘 알지는 못한다. 나도 이런데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전부터 궁금했고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관록 있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닌, 조금은 서툴고 날것의 요즘 애들 이야기.
<겟 아웃>에서 영감을 얻어 이번 프로젝트 타이틀을 '우리들의 젊은 뇌를 팝니다'로 정했다. 리포트 제목은 '요즘 애들의 사적인 생각들'. 말 그대로 요즘 애들의 사사로운 생각들을 글로 엮는 것이다.
첫 연락, 그리고 한 달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구현모 저자(이하, 현모 님)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타이트하게 살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려 한다는 저자의 포스팅을 보고, 기왕 글을 쓸 거면 무료로 휘발되는 글이 아닌 유료 콘텐츠로 만들어서 돈도 벌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PUBLY 저자로 제안을 했다.
감사하게도 현모 님은 PUBLY를 알고 있었고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그 이후로 일은 순탄하게 진행되어 7월 초에 첫 미팅을 하고, 기획안을 발전시켰다. (원래 기획안은 지금과는 주제와 방향이 좀 달랐다.)
첫 미팅 이후 현모 님은 공동 저자 제안을 했고, 그렇게 김혜지 저자(이하, 혜지 님)가 공동 저자로 합류했다.
현모 님도, 혜지 님도, 영상으로만 봐오던 사람들인데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어 신기했다. 사무실에 있던 김안나 CCO가 미팅을 하러 온 현모님을 만났을 때 '연예인을 본 것 같다'고 했는데, 첫 만남에 나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
프로젝트 준비를 하면서 현모 님과 혜지 님이 예전에 촬영한 영상들부터 최근에 쓴 글, 기획하고 편집한 작업물들까지 두루두루 찾아봤는데 볼수록 궁금하고 더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사람들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두 번의 미팅과 메신저로 두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주고받으며 콘텐츠를 기획했다. 처음 두 분이 제안한 목차는 요즘 세대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듯한 조금 무거운 주제들이 여럿 있었는데 논의를 거쳐 조금 더 사적인, 조금 더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들 위주로 주제를 좁혔다.
프로젝트 시작하기 전에 두 분께 저자 소개 이야기를 담은 프롤로그 글을 먼저 요청드렸다. 프로젝트 페이지 작업을 마치고 프롤로그 글을 찬찬히 읽어 봤는데, 두 글 모두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였지만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요즘 애들을 설명하거나 대변하기 위해 리서치와 분석 등을 거친 객관적인 글이 아닌, 솔직하고 사사로운 이야기라 더 마음에 와닿았다.
20대 vs. 30~40대,
요즘 애들 vs. 기성세대이렇게 세대론을 조장하는 콘텐츠가 되기보다는 요즘 애들의 생각들을 기성 미디어가 아닌 요즘 애들의 글로 여과 없이 보여주는 콘텐츠가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서로 간의 갈등이 아닌 이해와 공감이 될 수 있는 콘텐츠로서 의미가 있길 바란다. 요즘 애들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어른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비슷한 또래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가 잘 돼서 다음에도 이분들과 또 다른 주제와 이야기로 신선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
지금의 현모를 있게 한 '운명 같은 순간들'
Editor's Comment
점수에 맞춰 관심도 없던 미디어학부로 하향 지원하고, 페이스북에 긴 글을 자주 써 고등학교 후배로부터 <미스핏츠(Misfits)> 창간을 제안받고, 울적한 기분을 욕설로 풀던 것 모두 우연이었다. 그 우연이 나를 <청춘씨:발아>로 이끌고, <ALT>로 이끌었다.
프롤로그에서는 본 리포트의 공동 저자 구현모와 김혜지의 소개글을 담았습니다. 프롤로그를 읽으실 때는 제목이기도 한 '요즘것들'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BGM 듣기]
생각해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아주 조금 달랐다. 초등학교 땐 저녁 10시의 <옥주현의 별이 빛나는 밤에>로 시작해 새벽 2시 <이수영의 감성시대>를 지나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이 마쳐야 잠을 잤다.
중학교 땐 삐딱한 게 좋았다. 학원이 자정에 끝나면 꼭 집으로 와 KBS 2TV에서 해주던 <생방송 시사투나잇>의 본방을 꼭 사수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틀어놓고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를 했고, <추적 60분>을 켜놓고 숙제를 했다.
남들이 축구와 야구 그리고 음악 프로그램을 볼 때 난 게임 방송을 봤다. 목요일은 MBC GAME 스타리그, 금요일은 온게임넷 스타리그, 주말은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와 팀리그가 있었다.
친구들이 가족과 프로야구를 직관할 때, 난 혼자 코엑스로 가 임요환의 경기를 봤다. 워크래프트3: 프로즌 쓰론이 나오던 날, 학원에서 뛰쳐나와 집 근처 이마트에서 게임 패키지를 샀다. 아직도 내 방 한 편엔 워크래프트3 오리지널 한정판 구매자의 특전이던 아트북과 창세기전 시리즈 구매자에게 주던 캐릭터 설정집이 있다.
부모님이 사주신 민음사 책은 보지도 않았다. 만화책 대여점이 내 도서관이었다. 1권에 300원이면 원하는 책을 볼 수 있었다. 책방 아주머니는 내가 7권을 빌리면 1권을 서비스로 빌려주셨다. 「지옥선생 누베」, 「요괴소년 호야」, 「꼭두각시 서커스」, 「러브인러브」, 「강철의 연금술사」와 「소년탐정 김전일」까지 온갖 명저를 섭렵했다. 만화책 가게 옆엔 비디오 가게가 있었다. 인기 많은 비디오는 항상 대여 중이라 B급 비디오부터 섭렵했다. 내게 코난은 작가가 아니라 바바리안이거나 명탐정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2007년은 소녀시대가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해였다. 원더걸스의 팬이었지만, 소녀시대의 노랫말이 더 와 닿았다. 외국어 고등학교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기 때문이다. 온갖 똑똑한 애들이 모여있었다. 비행기 한 번 타본 적 없는 내게 해외에서 자라 잠꼬대까지 영어로 하던 애들은 문자 그대로 외계인이었다. 물론 저런 친구들은 학교에서 소수였다. 그럼에도 왠지 어색한 세계였다. 어색하고 답답했다.
저들을 이기지 못할 거면, 조금이라도 다르고 싶었다. 그때부터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난세가 낳은 영웅은 아니지만, 고민할 거리는 많았다. KBS 탐사보도팀은 해체되고, 언론의 자유도는 낮아졌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라고 써놓고 재벌 프렌들리를 자처한 우파정부에 힘입어 사회는 급격히 보수화됐다. 답답했다.
대학에 가니 세상이 달라졌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는 스쿨제도로 바뀌었다. 부모 세대가 배웠던, 우리에게 가르쳤던 성공의 경로는 변하거나 무너졌다. '평생 직장' 이후에 나온 '평생 직업'이라는 단어도 옛말이었다.
사회의 기본값은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바뀌고 있었다. 모든 게 불확실했고, 세상이 불확실하다는 명제 단 한 가지만 확실했다. 생각해보면 2010년 이후는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던 시기였다. 민주주의와 다양성 그리고 공정함마저 무너지고 있던 시기였다. 무너지던 가치를 지켜서 사회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제마저 의심받던 시기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비판한 민간인을 사찰하고, 북한과 남한의 적대적 공존에 힘입어 북풍이 다시 불었다. 정부의 모럴 해저드로 인해 저축은행이 무너졌고 종편과 언론을 믿지 못해 '나는 꼼수다'와 같은 대안 미디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긍정적이진 않았다. 기존 미디어에 희망을 얻지 못해 직접 만든 미디어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너지던 시기에 새로운 이야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바로 청년 담론과 세대갈등이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이명박 정권을 바꾸고 싶다는 소망은 청년이라는 새 그릇을 찾았다. 조짐은 보였다.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한 반값 등록금을 지키지 못하자 대학생들로부터 반값등록금 투쟁이 있었다. 어른들도 이에 호응했다. 빚을 지고 출발하는 청년을 구제해야 한다는 사회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감대는 청년 담론을 낳았다. 청년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구호였다. 20대의 지지를 받기 위한 정치인들의 전략적 구호인 동시에 급격하게 노령화를 맞은 한국사회가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구호였다.
정치권은 호응했다. 2012년엔 민주통합당이 <슈퍼스타K>를 본따 청년 비례를 뽑는 '락파티' 오디션을 진행했다. 통합진보당 역시 '위대한 진출'이라는 이름의 청년비례대표 후보 선출 작전을 펼쳤다.
동시에 세대갈등이 불거졌다. 혹자는 근거 없는 유령이라 불렀고 혹자는 꼰대와 청년의 갈등이라고도 불렀다. 발단은 대선이었다. 젊은 세대는 당시의 야권이었던 문재인과 안철수를 지지했고, 노인 세대는 보수진영인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 관련 기사: '양자 지지율 양극화, 박근혜 5060서 65%…문재인·안철수 2030서 65%'(경향신문, 2012.10.8)
정권 교체에 실패하자 젊은 세대는 허탈함에 빠졌고, 정권 교체를 바라던 중년은 청년들을 탓했다. 본인들을 탓하는 어른들에 신물이 난 청년은 화살을 역으로 돌렸다. 대학, 일자리, 주거 등으로 인해 살기 힘든 현실에 책임마저 전가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결국, 세대 갈등은
어른이 짜 놓은 판에서
생존을 울부짖던
청년 이야기,
우리 이야기이자
내 이야기였다
밀레니얼을 위한 미디어, 핏(fit)하지 않은 목소리를 자처한 미스핏츠는 그때 시작됐다. 청년 담론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어 청년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동시대를 사는 청년으로 나를 넘어 우리와 같은 청년이 살 미래 사회를 그리고 싶었다.
다양한 배경에서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다양한 색깔의 삶을 사는 우리들을 말하고 싶었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를 위한 이야기, 우리가 살 사회에 대한 이야기, 바꾸고 싶은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번 리포트는 나를 비롯한 수많은 요즘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남들보다 조금 모나고, 삐딱하고, 불만이 많고, 고민이 많은 요즘 것들의 이야기다.
TV 대신 아프리카 TV를 보는, 여성신문이 아닌 텀블벅 프로젝트에 후원하는, 다소 불안해 보여도 저축보다 지금의 행복에 집중하는, 일방향적 사제관계가 아닌 대화와 토론 그리고 수평을 전제로 하는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은 평생 한 사람과의 혼인을 약속하는 결혼에 회의적이고, 성소수자의 권리는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보다는 파트너란 단어가 옳다고 생각한다. 이성애만이 유일한 성애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그리고 케이블 채널을 넘어 유튜브는 기본이요,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이상하지만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도발적이고,
허무맹랑하지만,
의미 있는
이 리포트는 약간은 도발적이고, 약간은 허무맹랑할 수도 있는, 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를 담는다. 사방이 절벽이고 갑갑한 사회에, 조금은 발칙하고 삐딱한 이야기가 가득 차게 되는 물꼬가 되길 바란다. 젊은 뇌를 넘어 젊은 맥락 그리고 젊은 가치관과 젊은 대안을 팔고자 한다.
혜지의 내 마음대로 쓰는 자소서
자기소개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단어 하나라도 줄여야 직성이 풀리는 20대들은 자기소개서를 '자소서'라 부른다. 정해진 글자 수로 틀에 박힌 이야기를 지어내야 하는 자소서가 싫어 취업을 때려치운 적도 있었는데, 다시 자소서라니.
나에게 자소서는 마치 요즘 유행하는, 사회의 '불확실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는 가끔 당신 딸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비정규직에, 많지 않은 월급마저 월세로 때려 박고 있으면서도 몸에는 글자와 그림을 새기고, 1년에 한두 번은 해외여행을 떠나는 딸, 엄마에게 그런 딸은 당신과는 다른 대책 없는 '요즘 애들'이다. 엄마는 내가 하는 저축을 집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언젠가 갈지도 모를 세계 여행을 꿈꾼다.
나는 '꺾인' 20대 여자다. 선거 때마다 붉게 물드는 TK에서 태어나 자랐고, 가부장제 짙은 문화에 고통받다 기를 쓰고 대구를 탈출해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나왔다.
또한 나는 여느 비수도권 출신 20대처럼 월급의 4분의 1을 주거 비용에 쓰며 주거 문제에 허덕이고 있다. (외할머니도 알아주는) 큰 기업에서 일하지만, 회사라는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비정규직에 20대 평균 임금 정도를 받으며 그나마 안도한다.
텔레비전 대신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보며, 착샷*이나 리뷰 사진을 보기 위해 네이버가 아닌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검색한다. 모든 결제는 휴대폰 하나로, 공인인증서는 어디에 뒀는지도 모른다. 패드 생리대 대신 생리컵과 탐폰을 쓰며, 가슴을 조이는 브래지어 대신 홑겹 브래지어나 노브라로 거리를 다닌다. 섹스와 자위, 오르가즘 이야기가 부끄럽진 않다. 내가 누구인지 드러내는 옷을 구매하며 내 삶의 지향성을 몸에 새긴다.
* 착용 사진. 옷, 액세서리 등을 착용하거나 입고 찍은 사진의 인터넷 용어
타인에게 남자친구나 여자친구 대신 "애인 있어요?"라고 묻는다. 결혼은 선택, 동거는 필수, 아이는 내 인생에 절대 없다. 돈을 버는 이유는 여행을 위해, 술 먹고 놀기 위해서도 있다. 주변의 혐오 발언에는 단호하게 맞선다.
나는 왜 내가
지금의 나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 모른다
누구나 자신의 성격이,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딱 잘라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다 보니 이런 사람이 됐다.
물음표가 많았다. 왜 고등학교 수련회 때 여자아이들만 밥을 차려야 했는지 의아했고, 왜 내 레즈비언 친구 커플은 미래에 결혼할 수도, 통신사 가족 할인을 받을 수도 없는지 궁금했다. 왜 초등학생 때 남자애들은 '(장)애자'라며 서로를 놀렸던 걸까. 왜 어머니는 맞벌이면서도 모든 집안일을 혼자 해야만 했을까. 왜 나는 어릴 때부터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야 성공한 삶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까. 그렇게 서울에 왔더니 왜 나는 최저 주거조건에도 미달하는 집에서 살아야 했을까.
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가 이만큼이나 나는 걸까. 왜 아직도 한국은 서로를 개인이 아닌, 늘 집단으로 이야기하는 걸까. 왜 결혼하면 얼굴도 본 적 없는 남의 집 조상 제사를 지내야 하는 걸까. 왜 대학 수업에서 교수님께 자유롭게 질문하지 못하는 걸까. 왜 아직도 학교와 직장 곳곳에 군대 문화와 위계질서가 남아있는 걸까.
일상의 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세상 모든 일에 이유가 있지는 않지만, 불합리하고 부당한 일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그 이유를 이야기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살다 보니' 그저 궁금해지는 것만이 아니라, '살아가며' 그 불합리와 마주하기로 했다. 낙관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살아가려는, 스스로 세운 삶의 지침에 따라.
그래서 미스핏츠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즈음 주변 어른들이 청년들과 함께 살아가는 현재와 부모 세대가 바라보는 미래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전제도 달랐고 가치관도 달랐으며 추구하는 삶의 방식도 달랐다. 나의 세계 중 일부는 그들의 세계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었다. 존재하지 않으니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어른의 세상에서
어른의 입으로만
청년 이야기가 오갔다
얼마 되지 않아 자연스레 청년 당사자들의 담론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곧이어 세대갈등이 이야기됐다. 어지럽게 몰아치는 담론 속에서 나는 친구들과 미스핏츠 이후를 꿈꿨다. 더 효과적인 방법, 더 영향력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필터 없이 담느라 이름마저 발칙한 청춘씨:발아, 그리고 다가올 밀레니얼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필리즘과 알트까지. 때로는 글을 쓰고 때로는 영상을 만들었다.
여전히 몇 꼰대들에겐 삽질처럼 보일 저 작고 단단한 매체들로 요즘 것들, 즉 미래 세대들이 살아갈 미래와 삶의 방식을 이야기했다. 불만에 가득 차 무기력하게 외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당신들과 나는 다르다며 악을 쓰는 게 아니라, 나의 그리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이야기했다. 더 많은 우리가 더 오래 마주할 미래. 싫든 좋든 반드시 이런 미래는 올 테니까. 이런 삶의 방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을 미래일 테니까.
나는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 긴 논쟁이 붙으면 인터넷 어디선가 주워 들은 띵언*을 읊어준다. 젊은 사람과 이야기하다 도저히 요즘 사람들의 방식을 이해 못 하겠으면, 그걸 엄마가 이기려고 들 게 아니라 '아, 이게 세상이 변화하는 거구나'하고 얼른 받아들이는 게 현명하고 좋은 어른이라고.
* '명언'의 인터넷 용어
여기서 핵심은 앞 구절에 있다. 요즘 것들과 '이야기'하는 것. 청년 담론에서 청년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직접 듣고 그들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 그래서 당신과 요즘 것들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히는 것.
나는 미래 세대를 대표하지도, 20대의 다수에 속하지도 않는다. 20대 사회 역시 온갖 혐오가 활개 치고, 많은 이들이 경쟁에서의 생존을 위해 정의로움을 고민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많이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 간의 차이도 크다.
우리는 어쩌면
남들보다 첨단에 있고
남들보다 조금은 더
미래를 고민한다
함께 글을 쓰는 친구 현모가 말했다. 현모의 말대로 이런 '우리'들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엄마와 끊임없이 대화하니 우리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졌다.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가 사는 세계가 존재함을, 그 세계의 일부를 엄마에게 인지시켰다. 이 리포트에서도 나는 그저 이런 요즘 것들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랜 시간에 걸쳐 멀리 떨어진 엄마에게 휴대폰을 통해 이야기하듯 나의 세계와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살아갈 미래와 우리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해서도. 어쨌거나 시간은 흘러가고 미래는 다가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