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랑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by 혜지
24살, 한참 긴장감이 흐르던 한 대외활동의 면접장이었다. 여럿이 들어가 앉아 면접관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다른 지원자가 이야기할 때 잘 들어주는 리액션도 평가 요소이지 싶어, 가장 오른쪽에 앉은 지원자가 이야기할 때 그를 쳐다봤다. 대담하게도 한 팔 가득 헤나가 그려져 있었다! 아무리 타투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면접장에서. 자신 있어 보이지만 건방져 보이기도 했던 현모를 그때 처음 만났다.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25살,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다녀온 한 달 동안의 배낭여행 이후 무엇을 하고 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뭐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인터넷 기반 20대 매체 <미스핏츠(Misfits)>에 합류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와 잘 맞을 것 같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콘텐츠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들어간 미스핏츠는 알고 보니 현모가 친구들과 만든 매체였다. 여전히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2015년 여름, 현모와 친했던 미스핏츠의 다른 팀원이 미스핏츠의 주력 매체인 글 대신, 영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재밌어 보여 그 친구와 현모와 또 다른 친구와 여름 내내 붙어 다니며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현모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엄청나게 덥던 어느 여름날, 우리는 <청춘 씨:발아> 페이지를 개설했다.
그 후 우리는 <필리즘(Pillism)>과 <알트(ALT)>라는 이름의 매체들을 함께 만들어 여러 주제의 영상 콘텐츠를 꾸준히 발행했다. 필리즘에서는 생활 관련 소재를 다루는 동시에, 그 소재 이면에 있는 문제의식을 끄집어낸다. 회사마다 표준 사이즈가 다른 옷을 직접 입어보고, 신체 사이즈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들었던 소리를 담고자 했다. 매일 타고 다니는 지하철이지만 성별에 따라 겪는 상황이 다르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알트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이어졌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 한 번 바꿔보자는 메시지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