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_동거_썰.txt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친구와 같은 호실을 썼다. 스무 살 이후 혼자 산 것은 3년 반, 누군가와 함께 산 것이 3년 반 정도다. 스무 살, 대학에 합격하고 대구에서 뭣도 모르고 풀옵션 원룸텔*을 덜컥 계약했다. 드디어 가족과 떨어져 나만의 공간을 얻었다는 설렘은 문을 여는 순간 와장창 깨져버렸다. 몸을 제대로 눕히기도 어려운 비좁은 공간, 침대 바로 옆에 있던 변기, 화장실 창문 크기만 하던 방의 창문**, 옆방의 전화 소리까지 다 들리던 엉망인 방음까지. 계약 때문에 억지로 6개월을 채운 나는 고시원 탈출을 꿈꿨다.

* 예전의 고시원

** 사실 원룸텔 혹은 고시원 방에 창문이 달려 있단 건 감사해야 할 일이다

 

처음 부모를 떠나 맞닥뜨린 사회에서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집 계약은 마치 학교 기숙사처럼 신청서 한 장만 내면 랜덤으로 배정되는 그런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발품을 팔아 일일이 돌아다니며 알아봐야 하고 근저당은 없는지, 하자는 없는지, 계약을 어떻게 하는지 꼼꼼히 검토해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문제는 그런 걸 학교를 다닌 12년 동안 배웠던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때까지 평생 상상해본 적 없는 액수의 보증금이었다. 천만 원? 일을 하는 지금은 대강 얼마 동안 모아야 하는지 가늠이 가는 액수지만, 스무 살이던 나에게 천만 원은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주거 문제로 고민할 즈음, 또 다른 고시원에서 고통받던 친구가 나에게 같이 살지 않겠냐고 물었다. 내가 입학한 대학교는 공간 문제로 기숙사가 없었고, 대신 학교는 일종의 중개자 역할로 주변의 원룸 건물을 빌려 학생들에게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고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