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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같이 사는 삶

같이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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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친구와 같은 호실을 썼다. 스무 살 이후 혼자 산 것은 3년 반, 누군가와 함께 산 것이 3년 반 정도다. 스무 살, 대학에 합격하고 대구에서 뭣도 모르고 풀옵션 원룸텔*을 덜컥 계약했다. 드디어 가족과 떨어져 나만의 공간을 얻었다는 설렘은 문을 여는 순간 와장창 깨져버렸다. 몸을 제대로 눕히기도 어려운 비좁은 공간, 침대 바로 옆에 있던 변기, 화장실 창문 크기만 하던 방의 창문**, 옆방의 전화 소리까지 다 들리던 엉망인 방음까지. 계약 때문에 억지로 6개월을 채운 나는 고시원 탈출을 꿈꿨다.

* 예전의 고시원

** 사실 원룸텔 혹은 고시원 방에 창문이 달려 있단 건 감사해야 할 일이다

 

처음 부모를 떠나 맞닥뜨린 사회에서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집 계약은 마치 학교 기숙사처럼 신청서 한 장만 내면 랜덤으로 배정되는 그런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발품을 팔아 일일이 돌아다니며 알아봐야 하고 근저당은 없는지, 하자는 없는지, 계약을 어떻게 하는지 꼼꼼히 검토해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문제는 그런 걸 학교를 다닌 12년 동안 배웠던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때까지 평생 상상해본 적 없는 액수의 보증금이었다. 천만 원? 일을 하는 지금은 대강 얼마 동안 모아야 하는지 가늠이 가는 액수지만, 스무 살이던 나에게 천만 원은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주거 문제로 고민할 즈음, 또 다른 고시원에서 고통받던 친구가 나에게 같이 살지 않겠냐고 물었다. 내가 입학한 대학교는 공간 문제로 기숙사가 없었고, 대신 학교는 일종의 중개자 역할로 주변의 원룸 건물을 빌려 학생들에게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고 제공했다. 

 

친구는 함께 입주를 신청하자고 했다. 원룸에서 둘이 사는 일은 쉽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나름 잘 맞는 친한 친구니 괜찮지 않겠냐고 물었다. 그때부터 주변과 가족의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선배들은 그렇게 같이 살다 틀어진 경우가 너무 많으니 잘 생각해보라고 했고, 부모님 역시 갓 시작한 대학 생활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우려했다.

 

나 역시 다시 누군가와, 그것도 가족이 아닌 아직은 낯선 친구와 한 공간을 공유하는 게 두려웠다. 그러나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도 낯선 서울에서 그것도 좁은 공간에서 혼자 사는 건 자주 외롭고 슬픈 일이었고 나를 힘들게 했다. 딱히 가족이 그리웠다기보다는 아무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람의 존재가 그리웠다. 긴 대화 끝에 우리는 함께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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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

현재까지 611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한**

    나이든 세대로서 젊은세대에 대한 이해를 할 수있는 계기.. 좀 급진적인 부분도 있지만 게임이나 문신, 결혼식에 대한 견해, 나를 표현하는 소비는 공감이 됨. 젊은세대로서 세상을 바꾸고싶은 패기가 있는 기획자들의 의견이라서, 정말 꼰대보다 더 꼰대같거나 의욕없이 하루하루 지내는 동료 이십대들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알고싶네요.

  • 이**

    젊은 세대들이 털어놓고 싶었지만 차마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대신 해주어서 속이 시원했습니다. 혼자서 몇 번을 '맞아 맞아.' 이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읽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