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컵 쓰는 사람

생리컵을 쓴 지 1년이 넘었고 탐폰을 쓴 지는 5년이 넘었다. 대부분 생리컵을 쓰지만 가끔 필요에 따라 탐폰을 쓰기도 한다. 그러니까 팬티에 붙이는 패드형 생리대를 집어던진 지 6년이 다 돼 가는 셈이다. 14년 생리 인생 중 패드형 생리대를 쓴 시간이 8년이나 되다니, 대체 그걸 어떻게 견뎠을까. 8년이면 생리를 100번 가까이나 했을 기간인데,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다. 생리컵이 얼마나 편한데. 다시 패드 생리대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절대 네버 그럴 수 없다.

탐폰과 생리컵

패드형 생리대는 우리가 흔히 보는, 팬티에 붙여 피를 받아내는 일회용 생리대 중 하나다. 탐폰 역시 일회용으로 패드 생리대와 달리 질 안으로 삽입해 피를 흡수하는 체내형 생리대다. 생리컵은 조그마한 종을 엎어놓은 모양이며 실리콘으로 되어 있어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탐폰과 마찬가지로 몸 안에 삽입해 사용하며, 탐폰처럼 피를 흡수하지 않고 피를 그대로 받아낸다.

 

보통 한국 여자들에게 생리컵은커녕 탐폰마저 생소하다. 나만 해도 처음 생리컵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뭐? 몸 안에 컵을 넣어?" 하며 머그컵을 떠올렸더랬다. 생리컵은 심지어 국내에서 정식 제작과 판매도 허용되지 않고 있으며, 외국 제품을 수입 후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다*. 탐폰은 2000년대 초반, 몇 번의 광고 이후 한동안 지상파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3년 전부터 다른 탐폰 회사에서 광고를 다시 시작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제외한 일반 마트에서는 아직도 탐폰을 찾기 어렵다.

*여러 단체와 여성들의 노력으로, 2017년 하반기부터 정식 수입 및 제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의 첫생리와 패드생리대

나는 또래보다 첫 생리가 조금 늦었다. 생리가 정확히 어떤 건지, 생리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학교에서 제대로 배운 적은 없었다. 그저 주변 친구들이 생리를 시작했다는 말만 여자 애들 사이에서 돌았다. 14살, 처음 느껴본 아랫배의 통증이 며칠 동안 이어졌다. 갈색 피가 팬티에 비치던 날, 엄마가 패드 생리대 뭉텅이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시며 팬티에 어떻게 생리대를 붙이는지 알려주셨다. 다 쓴 생리대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배웠다. 생리는 여성의 사적인 것으로 이야기됐고, 그 사적인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엄마와 딸이라는, 역시나 사적인 관계에 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