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sion 2. Media(19:55-20:20)

Editor's Comment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끝장토론"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2017 글로벌 인터넷 트렌드를 집대성한 메리 미커 보고서에 대해, 벤처 캐피털리스트 그룹 '런닝메이트'와 스타트업 대표 6명, 그리고 2016 끝장토론에 참여했던 스타트업 연사를 모시고 5시간 끝장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메리 미커 보고서의 11개 목차 중 6개 시장을 선정하여 나눈 대담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전문이 실린 '2017 메리 미커 보고서 "끝장토론"' 리포트는 7월 27일(화)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장동욱 케이큐브벤처스 팀장(이하 장동욱): 질문이 좀 많기 때문에, 거두절미하고 바로 첫 질문으로 들어가겠다.

 

일단 음악, 비디오 둘 다 디지털 혁신이 진행 중이고 방향성 또한 굉장히 뚜렷하다. 전통 케이블 채널의 구독자 수와 레코드 판매는 줄어들고, 개인화와 추천, 큐레이션을 앞세운 디지털 스트리밍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

메리 미커 '2017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156페이지 ©KPCB

위 그래프를 보면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에는 섭스크립션(subscription) 비중이 0%인데, 2016년 기준 전체 음반 레코드 매출의 52%까지 차지하고 있다. 다만 섭스크립션 서비스가 유형의 제품이 아니다 보니, 곡 당 가격은 많이 내려갔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듣는 사람은 줄어들지 않았는데, 전체 산업이 벌어들이는 매출은 조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박태훈 대표가 보기에 음악이든, 영화든, 큐레이션과 개인화가 롱테일 콘텐츠와 유저들을 매칭 시켜주면서 궁극적으로 시장의 매출도 과거 피지컬(physical) 형태로 판매할 때만큼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아니면 섭스크립션 서비스의 특성상 거의 정해진 가격 때문에 ARPU*는 구조적으로 올라가기 힘들고, 대신 음악과 영화를 소비하는 유저들의 저변을 전보다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 가입자당평균매출(Average Revenue Per User). 가입한 서비스에 대해 가입자 1명이 특정 기간 동안 지출한 평균 금액

 

그에 앞서 간단한 질문을 먼저 드리겠다. (웃음) 음악과 영화, 비슷하게 봐도 될까?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이하 박태훈): 일단 기본적으로 음악과 영화는 큰 틀에서 소비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 일단 음악의 경우 본인이 만족하는 콘텐츠를 반복해서 소비하는 게 기본적인 소비 패턴이다. 반면에 영화의 경우 반복 소비보다는 한 번만 소비하는 경우가 훨씬 일반적이다.

 

그리고 음악은 디지털 콘텐츠라고 할 때, 앞에 미리 듣기로 45초~1분 들어보면 내가 이것을 구매했을 때 만족할지 아닐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영화는 항상 영화 배급사들과 유저가 진실게임을 하게 된다. 영화가 아무리 재미없어도 예고편은 다들 재밌게 만드는 재주들이 있어서 그렇다. 즉, 영화의 경우 유저가 콘텐츠를 발견(discovery)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리고 하나 더. 소비에 드는 비용 또한 음악의 경우 스트리밍 서비스로 듣는다면, 굉장히 저렴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유저 입장에서는 '똑같이 스트리밍하는데 음악이든 영화든 거기서 거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음악과 영화 모두 산업 전체가 디지털 섭스크립션 기반으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두 산업의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좀 더 개인화나 큐레이션에 중점을 두는 등 음악과 영화 서비스는 공통점이 많지 않다.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좋겠다.

 

장동욱: 그렇다면 음악 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박태훈: 사실 저희가 음악 관련 서비스는 아직 열심히 하고 있지 않아서, 내가 전문가는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말씀을 드려보겠다. 결국 음악이든 영화든 향후 시장 사이즈가 어떻게 될 거냐는 질문이 중요한데, 크게 보면 두 시장 모두 공통적으로 세 가지 이슈가 있다.

과금 구조가 어떻게 될 것인가
콘텐츠를 유료로 소비하는
사람의 숫자가 어떻게 될 것인가 
ARPU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음악 시장을 먼저 이야기하겠다. 음악의 경우, 과금 구조에 대한 의문들을 계속 공론화하고는 있다. 벌써 몇 년 이상 지났다. 음저협(한국음악저작권협회)만 독점하는 구조에서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라고 해서 함저협이 생기는 등 아티스트들이 "이거 제대로 정산되는 것 맞느냐, 싸이가 강남스타일 저작권료를 몇 천만 원 밖에 못 받았다더라",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실 이건 문체부가 나서서 칼을 뽑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정부가 요즘 많이 바뀌고 있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음악 콘텐츠를 유료로 감상하는 사람의 숫자는, 사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웃음) 개인적으로 업계 분들에게 음악 소비 관련 들은 이야기를 말씀드리면, 이런 통계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멜론 TOP 100 듣는 거 말고 직접 음악을 찾아서 능동적으로 듣지 않는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이 10대 후반, 20대 초반까지 적극적으로 들었던 음악을 평생 듣는다고 하더라.

그만큼 음악 콘텐츠 시장은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행태가 일반적이다

과연 30, 40대 분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요새 어떤 좋은 음악이 새로 나왔을까'하고 열심히 찾아서 들을까. 이와 더불어 인구 감소 현상이라든지, 사회적 맥락에서 유료 콘텐츠 소비자의 숫자는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음악은 아직까지 유저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서비스 간 차별화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감히 예상하건대, ARPU 또한 크게 높아질 일이 없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일본의 음악 시장은 굉장히 흥미롭다. 일본 시장은 아직도 피지컬 음악 시장이 엄청나게 크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 신곡이 나오면 엄청나게 큰 트레일러가 시부야, 롯폰기에서 큰 스피커를 싣고 계속 돌아다니는 것이다.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으로 그 정도를 쓸 정도면, 아직도 피지컬 시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 츠타야(TSUTAYA)에 가보면 대형 매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CD를 빌려서, 혹은 사서 듣기도 하고. 일본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매우 궁금하다.

케이큐브벤처스 장동욱 팀장(왼쪽), 프로그램스 박태훈 대표(오른쪽) ©손현

장동욱: 그럼 영화 산업은 어떻게 보는가?

 

박태훈: 영화 산업 과금 구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은 시도가 있었고, 현재도 일어나고 있고, 의미 있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섭스크립션 서비스도 있고, EST*라고 해서 평생 소장할 수 있는 상품도 있고... 다양한 시도가 있다. 과금 구조가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 Electronic sell-through, 한 번의 결제를 통해 콘텐츠를 파일의 형태로 다운로드하는 구매 방식

 

다행히 영화를 돈 내고 즐기는 유저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불법으로 소비하는 게 점점 불편해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정부의 의지도 있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한 것도 있다. 

 

영화 서비스의 경우, ARPU에 있어서도 굉장히 많은 시도가 있었다. 최근 4, 5년 동안 한국의 영화 VOD(Video on Demand) 시장이 많이 커졌는데 그 계기가 '만 원짜리 극장 동시 개봉 콘텐츠'가 풀렸던 것이다. 이때 아주 크게 ARPU와 구매자 숫자가 증가했다.

 

극장 동시 개봉 서비스를 통해 ARPU를 만 원으로 높였는데도 사람들이 오히려 영화를 많이 본다는 사실은 사업자들의 전략에도 반영이 되었다. 극장 동시 개봉뿐만 아니라 신작의 경우에도 4천 원에서 4천5백 원이 되었는데, 소비는 줄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오랫동안 영화 콘텐츠를 유통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 비디오 대여점이 한창 활황이었던 시절에 비디오 시장이 1조 원이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VOD 시장도 1조 이상, 혹은 그 당시 1조 원이면 지금 기준으로는 더 커질 수도 있겠지,라고 많은 사업자들이 기대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VOD 시장이 5, 6천억 원 정도라고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료 사용자의 숫자와 ARPU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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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촬영 및 편집: 손현 / 음악 Oregon by Tristan Eckerson

 

장동욱: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보고서 160페이지에 재밌는 통계가 있던데, 케이블 채널들이 2010년~2011년에 유저들에게 방송을 송출했던 시간이 2015년~2016년으로 가면서 평균 10% 정도 감소했더라.

메리 미커 '2017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160페이지 ©KPCB

이 통계에 포함된 케이블 채널이 NBC, 디즈니 등 아홉 개인데, 넷플릭스는 동기간 송출 시간이 669% 늘었다. 결론적으로 넷플릭스의 월 사용 시간을 보면 1,805분 정도인데 이는 CBS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이 차트를 보고 한국의 채널은 한 달에 몇 분 정도 시청이 되나 싶어서 리서치를 조금 해봤다. 2016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대한민국 국민의 일평균 TV 시청 시간이 182분이다.

 

또한 2015년 TV 방송 채널 시청 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SBS의 시청률이 5.7%라 한다. 이것을 아까 말씀드린 TV 방송 평균 시청 시간에 대입해보면 지상파 채널 SBS는 월평균 인당 시청시간이 311분 정도 된다.

 

왓챠플레이는 보도자료를 보니, 2016년 월평균 시청시간이 237분이라 나와있더라. 왓챠플레이는 넷플릭스보다 훨씬 역사가 짧은데 기성 채널과 비교할 때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다. 기존의 한국 미디어들이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왓챠플레이가 섭스크립션과 추천, 두 가지 축으로 유저의 시간을 굉장히 잘 공략했다는 생각이 든다.

 

박태훈 대표는 현재 한국의 미디어 소비 행태가 어떻게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또한 이러한 트렌드가 계속되었을 때, 종국에는 기존 네트워크 TV 채널들이 무너지고 소비 행태의 전환이 급격해져서, 예컨대 왓챠플레이 같은 디지털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통해 라이브 TV까지 시청하게 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어느 수준에 이르러서는 전통 TV 채널들이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점유율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후략)

Editor's Comment

이어서 장동욱 팀장과 박태훈 대표가 왓챠플레이의 구독 모델, VOD의 개인화와 추천 시스템의 중요성, 유튜브의 모바일 점유율이 빠진 이유와 시사점, 짧은 분량의 드라마가 모바일 시대에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이야기합니다. 전문은 '2017 메리 미커 보고서 "끝장토론"' 리포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예약 구매]

[2017 메리 미커 보고서 "끝장토론"]

 

2017 메리 미커 보고서를 바탕으로, 벤처 캐피털리스트와 스타트업 창업가 간의 1:1 대담 5시간을 끝장토론으로 진행하고, 전문(全文)을 콘텐츠로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