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으로 미디어 회사를 택한 이유

Editor's Comment

'거의 모든 것의 연결, HCI의 최전선 - CHI 2017' 프로젝트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HCI 분야 최대 학회, CHI를 다룹니다. CHI 2017에 서울대 HCCLAB에서 HCI를 연구하는 저자 셋이 다녀왔습니다.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기반을 둔 새로운 기술을 인간과 컴퓨터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과학기술 교육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본 리포트는
6월 27일 (화) 오후 6시까지 예약 판매 할인이 진행 중입니다. [바로 가기]

미디어는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로는 미디엄(medium)의 복수형, 즉 매개라는 의미를 지닌다. 나는 미디어가 생각과 생각을 연결하는 매개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시절, 생각을 매개로 사람을 연결하는 문학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 문학이 그 역할을 고전적으로 해온 미디어라면, 이를 현대적으로 수행하는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방송국이다.

 

CJ E&M 방송사업 부문은 소위 '핫'한 느낌의 라이프스타일, 예능 채널이 많이 모여 있었다. 내 꿈을 펼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참 좋았다. TV는 여전히 영상 콘텐츠를 가장 활발하게 전달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한편, 산 정상에 오르면 그다음 여정이 하산이듯, TV 방송시장은 정점 이후 자연스럽게 하강을 맞이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한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활발해지며 사용자의 관심은 TV로부터 조금씩 멀어졌다. 물론 공고한 성이 조금씩 스러질 당시에는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 성은 생각보다 빠르게 약해지고 있었다.

한계에 봉착하다
나, 그리고 그들의 한계

TV 방송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었다. 리모컨으로 모든 채널을 다 돌리는 데 5분이 걸릴 정도로 채널이 많다. 시장이 꽉 찼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포화 상태에서 돋보이는 콘텐츠 혹은 채널이 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사람들 생활에서 TV는 점차 멀어지고 있었고 그 자리를 더 얇고 가볍고 접근성이 좋은 스마트폰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TV를 살려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점진적인 변화로 혁신적 성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혁신적인 시늉, 유행을 따라잡는 시늉만 할 뿐이었다.

 

그저 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어른 말씀을 잘 듣던 내게 새롭게 바뀐 미디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내 레퍼런스인 선배 세대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우리 모두 한계에 봉착했다.

미디어의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한 도전

나는 고민 끝에 퇴사했다. 그리고 다시 배우고자 디지털정보융합전공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사실 이 결정은 고민의 끝이 아닌 출발이다. 미디어를 통해 사람을 연결하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정해진 틀 없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자리에 섰다.

다시,
미디어는 무엇일까?

본질을 생각해볼 때이다. 미디어의 역할이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라면, 사람을 가장 잘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TV라는 미디어가 어떻게 성장했을지 살펴봤다. 우선 TV 프로그램, PD, 연기자, 광고주 등 여러 구성 요소가 생각났다. 그 산업의 성장에는 전파를 송수신하는 방식, TV라는 가전제품의 보급 등 중요한 기술적 뒷받침이 있었다. 이런 기술적 구조가 TV를 시청하고 즐기는 방식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어떨까? 다양한 기술 덕분에 인간을 더 이해할 수 있고, 이야기 너머의 생각을 잘 연결할 수 있는 시대이다. 기술의 혁신뿐 아니라, 원점으로 돌아가 미디어의 본질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해졌다.

 

사람들이 콘텐츠와 소통하며 제공하는 시청 이력 데이터, 콘텐츠에 더 몰입하게끔 하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60 비디오 등 다양한 방식들 그리고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과 같이 기술 변화가 미디어의 개념과 시장을 새로이 조명하고 있다.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고민의 출발
그리고 길 위에서
이제는 이윤 추구를 우선하는 회사원에서 벗어나, 학생으로서 조금 더 순수하게 미디어의 기술 발전 가능성을 바라보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사람과 기술이 연결되는 지점을 다루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를 선택했다.

 

이번에 참석한 CHI* 2017 중에서 나는 우리에게 필요한 미디어의 본질적 변화를 이끌 기술과 논의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나의 글이 독자에게 어떤 해답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글을 읽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용자를 위한 미디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 믿는다.
* The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 PUBLY

소통의 새로운 가능성, VR에서 찾다

Editor's Comment

본 글은 리포트 중 '5. 미래 미디어 환경의 변화: 정현훈의 시선' 일부를 발췌한 글입니다. 전문이 실린 리포트는 6월 27일 (화) 오후 6시까지 예약 구매 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2017년 4월, 페이스북의 개발자 대회 f8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렸다. f8에서 페이스북은 AR과 VR을 활용한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공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AR과 VR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AR은 2016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게임 '포켓몬 고', AR과 카메라를 활용한 반응형 콘텐츠로 입지를 굳힌 소셜 미디어 '스냅챗',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영상 메시지 앱 '스노우'를 통해 접할 수 있다. VR의 경우 콘텐츠, 특히 게임 분야에서 이미 주목받고 있다.

 

기술의 성장 주기 이론 중 하나인 하이프 사이클(Gartner's Hype Cycle)*을 참조하면, AR과 VR은 기대감의 정점을 거쳐 환멸 단계(Trough of Disillusionment)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단계에서 페이스북이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공간의 도구로 AR과 VR을 활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 기술의 성숙도를 표현하기 위한 시각화 도구.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 및 자문 회사인 가트너에서 개발했다. - PUBLY

 

그 답을 내려면 미디어의 본질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바로 소통이다. 사람, 사물, 또는 사람과 사물 사이든, 나와 너를 연결하는 것이 바로 소통이고 그 과정 전체가 미디어다.

 

페이스북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소통이 실현되고 있다. 타임라인을 통해, 메신저를 통해 우리는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통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이번 f8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그 도구에 의해 제약된다는 점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스크린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AR과 VR을 활용한 실제 소통, 즉 얼굴을 직접 맞대고 나누는 한계 없는 소통을 제시했다. 특히 VR을 활용한 페이스북 스페이스(facebook Spaces)에서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았다.
 


* 영상 < Facebook Spaces > ©GameSpot/Facebook

 

새로운 기술이 우리 생활에 안착하기까지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기술의 발전, 또 다른 하나는 기술의 적용에 대한 것이다. CHI 2017에서도 많은 연구자가 VR의 발전에 더해 기술 적용의 문제를 아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VR을 통한, 기술 그 자체를 넘어서는 소통에 대한 미디어 관련 연구 하나를 먼저 소개한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더라도 함께 하고 싶은 인간적 소통의 본질을 스마트 TV와 VR 헤드셋을 통해 확인해 본 연구이다. 다양한 상황을 통해 현재 VR이 가진 기술력으로 소통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확인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간략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실험 참가자 2명이 하나의 콘텐츠를 함께 시청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설정해두었다. 각 상황마다 스스로 얼마나 소통이 되고, 미디어에 몰입하는지 답했다.

  • 조건 1: 같은 공간에서 함께 TV를 볼 때
  • 조건 2: 다른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TV를 보며 영상 속에서 상대를 만날 때 (분할 영상)
  • 조건 3: 둘 다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같은 공간에서 상대를 영상으로 확인하며 콘텐츠를 볼 때
  • 조건 4: 둘 다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며 가상 영화관에서 콘텐츠를 볼 때
  • 조건 5: 둘 다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며 360 비디오를 함께 볼 때

결과적으로 참가자는 함께 VR 헤드셋을 쓰고 콘텐츠를 감상하는 환경(조건 3,4,5)에 더 좋은 평가를 했다. 몰입과 즐거움을 함께 느꼈다는 의미이다. 이는 VR이 먼 거리에서의 소통 욕구, 즉 함께 하는 즐거움을 어느 정도 충족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직 VR 환경 내의 소통 방향에 대해 보완하고 연구할 부분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모든 연구는 결국 어떤 제약이 있어도 방해받지 않고 소통하기를 바라는 우리의 소망을 반영한다. 순수하게 소통 그 자체로 돌아가려는 마음, 사람과 함께 하고픈 마음을 기술로 구현하는 움직임을 보면서 미디어의 본질과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본 리포트 중 '5. 미래 미디어 환경의 변화: 정현훈의 시선'에서는 VR, 360 비디오, 소셜 라이브 스트리밍 등 기술 발전에 따른 미디어의 발전 방향성에 대한 연구를 다룰 예정이다. 또한 이를 실제에 어떻게 접목할지, 다른 연구 결과를 살펴보고 전달하고자 한다.

 

[거의 모든 것의 연결, HCI의 최전선 - CHI 2017]

미디어의 역할이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라면, 사람을 가장 잘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 힌트를 CHI 2017에서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