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나 연출가는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단연 섭외 1순위다. 그는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한 이래 라이선스 뮤지컬과 창작 뮤지컬을 오가며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배우들의 매력은 그의 무대에서 새롭게 발견되었으며, 다양한 소재와 장르도 소개됐다. 더욱이 그는 남성 연출가가 다수인 시장에서 냉정한 시장 분석, 연출가로서 뚜렷한 자신만의 기준과 직설화법으로 한 작품을 책임지는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를 드러내며 존재감을 갖는다. 이지나 연출가가 ‘ONE & ONLY’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연출을 시작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이지나: 영국 유학 시절에 IMF가 터져서 집에서 하던 패밀리 비즈니스가 기울었다. 급 귀국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한국 오면 굶어 죽을 것 같아서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공연권을 2백만 원가량에 사 왔다. 그걸 들고 제작자를 찾아다녔다.
직접 문을 두드린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이지나: 아무것도 없는데 “나 연출 시켜보십쇼.”라고 한다고 일을 줄 리가 없다. 당시 루트원이라는 제작사가 이 작품에 관심을 보이길래, “내가 여기서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할 테니 〈록키호러쇼〉 연출을 시켜달라.”고 해서 데뷔를 하게 됐다. 연출가가 더는 도제 시스템으로 데뷔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연출가들은 자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 조연출 생활을 오래 하거나 아니면 대본을 하나 쓰던가.
한국어가사 작업도 하고 종종 각색도 하지 않나. 대본을 써본 적은 없나?
이지나: 쓰고 싶은 글이 없어.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랬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뜯어 가면서 ‘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봐도 없어. ‘나 말고도 너무나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데 되지도 않는 나까지 뭘 끄적여’ 같은 생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