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Y 예비 저자들을 위한 콘텐츠 안내

본 콘텐츠는 PUBLY에서 실제 판매 중인 제현주 저자의 '경계의 확장, 전략가의 시선 - 2016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4편을 일부 발췌하였습니다. 예비 저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600자를 1분으로 계산하여, 총 60분~120분 분량의 콘텐츠를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구매 가치를 느낄만한 타켓 고객층을 어느 정도 미리 생각해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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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콘텐츠 생산과 콘텐츠 유통의 구분, 포맷과 채널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산업 전체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한 시기다. 과거에 콘텐츠와 미디어, 포맷을 결정했던 문지기들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책 산업'은 어떤 지평에 놓여 있을까? 이런 시기에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통해 책 산업의 현재를 가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책은 콘텐츠/미디어 산업의 격변 앞에 가장 천천히 변하고 있는 산업처럼, 혹자에게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산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이 역사의 기록과 함께 살아남아 온 '정보와 스토리 전달의 포맷이자 미디어'라는 사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특히 시의성이 훨씬 중요하게 작동하는 신문 및 잡지에 비해, 완결적 형태로 정돈된 정보를 제공하고, 심도 있게 서사화된 스토리를 전달하는 책은 디지털과 모바일의 거센 폭격 아래서도 그 규모를 어느 정도 방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마치면서
조심스러운 낙관이 흐르기 시작했다.

주요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 방어되고 있는 듯 보였고, 특히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는 주요 글로벌 출판그룹은 견고한 매출을 유지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을 포함한 몇몇 신흥 시장의 급속한 성장 덕에 전체 출판 시장은 약소하나마 다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 2015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2014년보다 많은 참가자가 함께 하면서 새로운 활기를 띄었다.

 

이러한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인 분위기는 올해로 이어져, 페어는 'More Vibrant, More Dynamic, More International'를 새로운 컨셉으로 내걸었다. 이에 발맞춘 사전행사로 'MARKETS 2016: Global Publishing Summit' 컨퍼런스가 개최된다. 이 컨퍼런스에는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는 7개국(브라질, 네덜란드, 필리핀, 폴란드, 스페인, 아랍에미리트, 영국)이 특별 전시와 발표를 들고 참여한다.

2015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부스 ⓒ박소령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시장과 업체들의 움직임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적극적으로 껴안았다. 부스 전시와 판권 거래가 중심이었던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2014년부터 비즈니스클럽을 열면서 출판인을 위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 인사이트가 교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비즈니스클럽에서는 책이 가진 콘텐츠로서의 힘을 물리적인 책의 형식 바깥으로 가져가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포착해보자는 논의가 다양한 층위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작년 비즈니스클럽에서는 총 39개의 세션*이 열렸는데, 그중 디지털/온라인/모바일 트렌드와 연결된 세션이 22개로 전체 세션의 56%에 달했다. 올해의 세션**은 아직 전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같은 양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wrap-up 세션 제외
**2016 비즈니스클럽 세션 스케쥴 보기 

2015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비즈니스 클럽' 세션 ⓒ박소령

이에 더해, 2016년 북페어에는 'Arts +' 섹션이 마련되어 "예술과 테크놀로지 사이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너지"를 논의한다. 주최 측은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는 전통적으로 책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영화, 텔레비전, 게임, 그리고 이제 순수예술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런 확장은 크리에이티브 영역이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 관련 내용 확인하기 Frankfurt Book Fair 2016 Preview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의
구성에서 나타나는
이런 신중한 자신감은
지난 10여 년간 이루어진 가치사슬의 
두 가지 중대한 분화를
어느 정도 방어해 냈다는
믿음에서 올 것이다.

실제로, 이 중대한 분화는 최근 2-3년새 다른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 새로운 양상이 장기적으로 책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보아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두 가지 분화에 맞서 기존의 출판업이 예상보다 탄탄하게 버텨주었다는 사실이, 최근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흐르는 조심스런 낙관의 숨은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해본다.지금부터 그 두 가지 분화가 이제껏 미쳐온 영향과 달라지고 있는 분화의 양상에 대해 살펴보자.

오프라인 서점의 귀환: 가치사슬의 첫 번째 분화는 끝났나?

출판업의 전통적인 가치사슬은 아래와 같았다. 우리 대부분에게 무척 익숙한 그림이다.

1. 저자는 글을 써 콘텐츠를 만든다.
2. 출판사는 콘텐츠를 엮어 물리적인 책으로 '제조'한다.
3. 서점은 그 책을 받아 유통한다.
4. 독자는 읽는다.

전통적인 책 산업의 가치사슬

위와 같은 전통적인 가치사슬의 첫 번째 분화는 온라인 서점의 등장에서 시작되었다. '아마존'으로 상징되는 온라인 서점의 등장은 가치사슬의 유통 부분, 바로 서점업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가치사슬의 첫 번째 분화: 온라인 서점의 등장

아마존이 등장하고, 그에 맞서 보더스와 반스앤노블 등 책 산업의 유통거인이 공격적인 확장으로 반격하면서, 지역의 독립서점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상장회사였던 보더스나 반스앤노블스는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았음을 자본시장에 납득시켜야 했고, 그 때문에 이길 수 없는 게임에 발을 들였다. 독자를 놓고 경쟁하기에 앞서 투자자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장회사가 피하기 어려웠던 결과였을까? 결국 보더스는 백기를 들었고, 반스앤노블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보더스와 반스앤노블의 확장과 아마존의 진격으로 지역 독립서점들이 초토화되고, 이어 보더스와 반스앤노블이 힘을 잃으면서, 미국의 서점 매출2007년부터 2015년까지 내내 축소 일로를 걸어왔다.

이 같은 양상은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온라인 서점이 1998년 처음 등장해 40%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기까지 전국의 서점 숫자1997년 5,170개에서 2015년 1,559개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서점은 대형화의 길을 걸었다. 전체 서점의 평균 전용면적2003년 33평이었던 데서 2013년 57평으로, 70% 넘게 증가했다.*

* 출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온라인 서점의 포격은 거셌고, 이는 서점업의 지형만을 바꾸어놓은 것이 아니었다. 과거 전국적으로 파편화되어 있던 유통구조 아래서 책을 만드는 출판업자의 협상력은 유통업자에 비해 작지 않았다.

그러나
온라인 서점의 등장과 함께 일어난
유통의 집중화와 대형화는
출판사의 대(對) 유통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출판사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의 수는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상대하는 유통사의 규모는 과거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판사가 거래하는 서점2008년 평균 33개였으나 2013년에는 29% 줄어든 23곳에 그쳤다. 아마도 온라인서점이 시장 장악력을 높여간 모든 시장에서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오프라인 서점의 파이가 줄어들고, 그나마 남은 서점들은 모두 대형화되는 추세가 이제 종착점에 가까워졌다.

오프라인 서점이 돌아온다, 그러나 다른 모습으로

아마존의 등장 이후 지속적으로 위축되었던 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은 2015년을 기점으로 방향을 틀어 소폭이나마 성장세로 접어들었다. 그중에서도 대형 체인에 속하지 않은 독립서점은 2011년부터 빠르게 그 수를 다시 늘려가며 두드러진 약진을 보이고 있다.

 

지역의 독립서점 수2009년 1,651곳에서 2014년 2,094개로 의미있게 상승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천여 곳의 독립서점이 문을 닫았던 것을 생각하면, 가팔랐던 추락에 뒤이은 급격한 귀환인 셈이다. 독립서점은 그 개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매출 역시 증가했는데, 동네서점의 매출2011-2014년 사이 연 8% 성장했고, 이는 시장 전체 매출 성장률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 관련 기사 확인하기 Why Indie Bookstores Are on the Rise Again

 

이런 독립서점들의 약진과 함께 전체 서점 매출 역시 연이은 감소세를 뒤집고 2015년부터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미국 서점 매출액 추이: 마침내 회복세로? ⓒstatista

온라인 서점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던 책 산업 가치사슬의 첫 번째 분화는 이렇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즉, 오프라인 서점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조심스러운 추정은
서점이 과거의 모습 그대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의 많은 독립서점이 지역성을 기반으로 독자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온라인 서점이나 번화가의 대형서점이 제공할 수 없는 밀착적 경험을 통해 작지만 지속가능한 모델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온라인상의 프레즌스를 함께 높이는 서점도 적지 않다.

 

다른 방식이지만, 일본에서 역시 '츠타야'를 필두로 오프라인 서점의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의 영향력이 마찬가지로 크게 축소되어 가는 가운데,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모토를 내건 츠타야는 책을 파는 공간 이상으로서 고객을 끌어들인다.*
* 관련 기사 확인하기 여행책 옆엔 여행사, 요리책 코너선 먹거리 판매… 도쿄의 名物 서점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개성을 갖춘 독립서점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점유율 양상에 뚜렷한 변화가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연일 새로운 특색을 갖춘 서점의 개업 소식이 들려온다. 창업자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진입부터 눈길을 끈 '철든책방'과 '최인아책방', '책방무사'부터 맥주와 커피를 파는 서점, 다양한 강의와 세미나, 책읽기 모임을 제공하는 서점은 이제 드물지 않은 모습이고, 1:1 책 처방을 해주는 북 파마시(Book Pharmacy) 컨셉을 내세운 예약제 서점 '사적인서점'까지 등장했다. 모두 전통적인 서점의 모습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모델들이다.*
* 관련 기사 확인하기 우리는 지금 '독립서점'으로 간다

 

책 산업 가치사슬의 첫 번째 분화가 일어났던 서점업은 어떤 미래를 향하고 있을까? 우리가 지금 그 분화의 변곡점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book 시장의 포화: 두 번째 분화도 끝났나?

책 산업 가치사슬의 첫 번째 분화가 서점에서 일어났다면, 두 번째 분화는 상품, 바로 책 그 자체에서 일어났다. 글이 인쇄된 종이들의 묶음으로서 상품화된 것을 책이라고 부른다면, 그 묶음의 단위 거의 그대로 디지털화되어 유통되는 것을 우리는 통상 ebook이라고 부른다.

 

ebook 시장은 2007년 아마존이 전용 디바이스 킨들(Kindle)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공세를 퍼붓기 시작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서점으로서의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그 결과 미국의 ebook 시장은 2013년까지 세 자리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커져왔다.

책 산업 가치사슬의 두 번째 분화: ebook의 등장

그러나 급속한 성장을 보이던 미국의 ebook 시장마저 정체기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위축되어 오던 미국의 전체 책 시장도 안정기에 돌입한 것처럼 보인다.

 

2015년 전통적인 종이책 매출은 3% 늘었고 ebook 시장은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전체 책 시장에서 ebook 매출의 비중은 2014년 27%였던 것에서 2015년 24%로 하락했다.(그러나 ebook이 특히 강세를 보이는 로맨스와 스릴러 분야에서의 ebook 비중은 여전히 유지되었다.)*
*관련 리뷰 확인하기 2015 U.S. Book Industry Year-End Review

 

독자들의 독서패턴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2016년 3-4월 실시한 조사의 결과를 보면, 책 읽는 독자 중 89%가 종이책으로 읽고, 38%가 전자책으로 읽는다. 2015년에는 이 숫자가 각각 88%, 38%, 2014년에는 각각 91%, 37%였다. 전자책의 침투율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 관련 기사 확인하기 Book Reading 2016

 

주요 출판그룹의 ebook 매출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펭귄 랜덤하우스, 아셰트, 하퍼콜린스, 사이먼앤슈스터의 ebook 매출 비중은 각각 약 20%, 10%, 22-23%, 25-27% 수준을 지난 3년(2013-2015)간 유지해오고 있다. 아셰트와 사이먼앤슈스터는 2015년 오히려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모두 특별한 상승세도 하락세도 없이 어느 정도 안정적 수준에 도달한 것처럼 보인다.(아셰트는 전자책 매출 비중이 유난히 낮은데, 미국에 비해 ebook 침투율이 훨씬 낮은 유럽 시장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만을 놓고 보면, ebook 매출이 펭귄 랜덤하우스의 경우 30%, 아셰트의 경우 25-30% 수준을 차지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Global Ranking of the Publishing Industry 2015, Frankfurt Book Fair White Paper

 

열독자 그룹으로의
ebook 침투는 끝났다

 

ebook 시장은 한동안 가파른 성장곡선을 보였고, 한때는 ebook이 종이책의 지위를 위협할 대체재가 될 것이라는 예견을 내놓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2014년에 들어서면서
성장 곡선은
점차 완만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독자의 행동패턴에 대한 관찰이 상당 수준 축적된 현재, ebook 독자의 독서 패턴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ebook을 읽는 독자 대부분이 종이책 독서를 병행한다.
2. ebook을 읽는 독자는 종이책만을 읽는 독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많은 책을 읽는다.

 

결국, ebook 시장은 저렴한 전용 디바이스로 열독자 계층에 빠르게 침투함으로써 초반의 가파른 성장세를 선취할 수 있었으나, 열독자 계층을 넘어 일반 독자층으로 침투하는 데는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책만 읽는 독자는 전체 미국인의 6%에 불과하다.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자책(ebook과 오디오북 포함)만 읽는 독자는 전체 미국인의 6%에 불과하며, 29%의 미국인이 종이책과 전자책을 병행해 읽는다.

 

직관적으로 추측해 보아도 그렇다. 1년에 두세 권의 책을 읽는 독자가 새로운 방식의 독서 패턴을 익히고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주 한 권씩 책을 읽는 독자에 비해 훨씬 적을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전자책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는데,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원인을 찾아내고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마존, 코보, 누크 등 유통사들은 출판사에게 데이터 공유를 해주지 않는다. 나도 데이터를 좀 보고 싶다."

"유통사 데이터가 없지만, 내가 아는 한도 안에서 현재 상황 추정해 보자면 전자책 전용 e-ink 디바이스는 기본적으로 열독자들에게 팔리는 품목이다.

책을 원래 많이 읽는 사람들이 아마존 킨들을 통해서 조금 더 싸게 책을 사는 혜택을 주는 모델이다. 하지만 이제 전용 디바이스를 살 사람들은 다 샀다. 포화되었다는 뜻이다. e-ink 디바이스는 디지털 세대나 밀레니얼 세대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 아셰트 리브르 CEO Arnaud Nourry, 2015년 프랑크푸르트북페어에서의 발언

동시에 ebook의 침투 패턴이 분야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짚어둘 만하다. ebook이 로맨스, 성인물, 판타지, 스릴러 등의 장르 소설 분야에서 훨씬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소식이다. 이 분야에서의 ebook은 제품 및 유통의 측면에서도 그 외 분야의 단행본 중심 시장과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1) 셀프퍼블리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 (2) 특히 중국을 필두로 연재 형태/스트리밍 중심의 온라인 문학(Online Literature) 시장이 부상 중이라는 점 역시 이미 ebook을 단일한 종류의 상품으로 바라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book 시장의 이같은 분화, 또는 확장은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도 중요한 테마 중 하나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셀프퍼블리싱 시장, 디지털 기술의 새로운 접목 가능성, 중국 시장의 확장성에 대한 논의는 책 산업 가치사슬의 두 번째 분화로 등장한 ebook이 나아갈 다음 단계와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숫자 그대로를
믿을 수는 없다는 반론

 

ebook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퍼져가는 가운데, 2015년 디지털북월드(Digital Book World)에서 어써어닝즈(Author Earnings)*는 기조 발표를 통해 현재의 미국 출판 통계를 바탕으로 ebook 시장 트렌드를 가늠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어써어닝즈는 셀프퍼블리싱을 통해 활동하는 필자들을 위한 정보 제공 사이트로 셀프퍼블리싱으로 데뷔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Hugh Howey라는 작가가 설립했다. 독자적인 분석을 통해 시장에 대한 데이터와 견해를 발표한다.

 

미국 출판 시장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데, 특히 아마존이 최대 변수로 작용한다. 전자책 시장은 아마존이 미국 전체 전자책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은 매출 자료를 외부에 잘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아마존 킨들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전자책 중 상당수가 셀프퍼블리싱 기반 독립저자들의 책이고 많은 경우 ISBN을 발급받지 않는다. 대다수 독립저자들은 아마존의 독점 유통을 조건으로 계약하기 때문에 굳이 ISBN을 받급받을 필요가 없다. 이 독립저자들의 전자책 판매 데이터는 당연히 시장 통계자료에 반영되지 않는다.

 

실제로, 대형 출판그룹의 ebook 매출은 정체해 있거나 소폭 하락했지만, 셀프퍼블리싱 출판물의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 결과, ebook 시장 내 5대 출판그룹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46%에서 2015년 34%로 떨어졌다. 적지 않은 수준의 하락폭이다. 같은 기간, 소형 출판사 및 독립 출판자들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14%에 불과했던 데서 2015년 30%로 성장했다.*
*Rüdiger Wischenbart, 〈The Business of Books 2016: Between the first and the second phase of transformation〉, 2016 Frankfurt Bookfair Whitepaper

 

어써어닝즈는 이와 같은 공식적 통계치보다 더 급진적인 그림을 제시한다.

아마존의 매출을
모두 반영할 경우,
독립출판자들의 시장점유율이
이미 5대 그룹 점유율을
앞섰다는 것이다.

어써어닝즈는 2016년 1월 10일 기준으로 베스트셀러 20위내 10종이, 베스트셀러 100위 내의 절반 이상이 셀프퍼블리싱된 타이틀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독립출판물 매출을 모두 반영하면, 미국 ebook 시장 매출은 금액 기준으로 줄어들지 않고 늘어났다고 어써어닝즈는 주장한다.

 

ebook 시장이 전체적으로 정체 혹은 감소세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는 것은, 셀프퍼블리싱 시장의 성장이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착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성장은 대부분 아마존의 셀프퍼블리싱 플랫폼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

 

어떤 숫자가 옳든,
더 근원적인 시장의
구조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실제 ebook 시장이 정체에 들어선 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종이책을 단순히 디지털화하여 한 권의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이 e-reading 시장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는 별 이론의 여지가 없다.

 

ebook 시장이 빠르게 종이책 시장을 침투하던 때는 경쟁의 구도가 종이책이냐 ebook이냐로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식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독자의 관점에서 보면 ebook은 온라인상, 디지털 디바이스 상에서 읽는 수많은 콘텐츠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 콘텐츠를 '책'이라고 규정할 것이냐 아니냐, 책 산업의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는 독자의 관심사가 아니다.

 

ebook 전용 디바이스의 점유율이 점점 줄어들고 다목적 디바이스(태블릿이나 스마트폰)로 ebook을 읽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현상도 ebook이 다른 종류의 콘텐츠와 점점 같은 시장에서 경합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근거 중 하나다.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서 책을 읽는 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출처: Book Reading 2016, Pew Research Center)

결국은 모두 스마트폰 위에서 만난다. ebook의 숲은 종이책 산업의 숲에서 출발해서 스마트폰 위에서 유통되는 각종 읽을거리의 숲으로 이어진다. 이 숲에는 페이스북에서 공유되는 신문기사들, '웹소설'이나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연재되는 픽션과 만화가 공존한다.

 

이 지점에 이르면, 권 수나 다운로드 수로 집계되는 통계는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을지 모른다. 퓨리서치센터는 책을 읽는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2012년 74%였던 것에서 2014년 76%, 2016년에는 73%를 찍음으로써, 출판시장의 독자 유실이 거의 멈췄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75%가량의 독자가
책을 읽으며 보내는 시간도
과연 유지되고 있느냐일 것이다.
모두가 소비자의
24시간을 놓고
싸우고 있다.

 

이제 2막의 시작

 

2016년 2월 CNN Money는 "책 출판의 세계에서 옛것은 이제 다시 새롭다"라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이 말의 증거로 첫째, 미국의 서점 매출이 2007년 이후 처음 성장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둘째, 2015년 종이책 매출이 다시 상승하는 가운데, ebook 매출은 줄어들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 관련 기사 확인하기 Bookstores Record First Rise In Sales Since 2007

 

지난 10년간, 책 산업 가치사슬의 분화는 가장 크게 두 가지 전선에서 일어났다. 하나는 유통의 전선이었고, 다른 하나는 상품의 전선이었다. 이 최초의 두 가지 분화는 앞서 설명했듯이, 이제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국면의 전환은 홀로 오지 않는다. 가치사슬 분화의 2막은 모든 단계에서 전면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실은 책 산업의 가치사슬을 따로 떼내어 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책 산업 가치사슬 분화의 2막은 모든 단계에서 전면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글을 쓰는 저자는 더 이상 책만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지 않는다. 조각조각 다른 채널에서 유통되던 콘텐츠가 책으로 묶여 2차 상품으로 판매되는 현상은 이제 너무도 흔하다.

 

책이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되는 방식은 이제 수많은 원소스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 모델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포맷이나 플랫폼에서 이미 발행된 콘텐츠가 책으로 묶이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서점도 더 이상 그저 책을 파는 장소로 남지 않는다. 서점이냐 카페냐 학원이냐, 그 규정이 무의미한 서점이 등장하는 것을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게 보고 있다. 책을 보는 바로 그 디바이스에서 숱하게 많은 다른 읽을 거리, 볼 거리와 만나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다.

 

프랑크푸르트북페어의 올해 구성을 살펴보면, 이런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독자를 이해하기 위해, 마케팅을 위해, 유통을 위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위해 온라인과 모바일을 어떻게 감싸안을 것인가가 모든 책 산업 종사자의 화두다. 특히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을 가운데 두고 독자와 만날 수밖에 없었던 출판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 보인다.

 

어떻게 직접 독자에게 가닿을 것인가는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는 오늘날의 콘텐츠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화두다. 출판업체는 필연적으로 멀찍이 떨어진 출발선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판 산업, 책 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는
점점 더 까다로운 문제

그런 의미에서 책 산업의 선도업체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나라 책 산업이 어떻게 진화할지 가늠해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콘텐츠 산업의 다른 영역들이 어떻게 교차하며 진화할지, 어디에 기회가 있으며 그 기회를 노리려면 충족해야 할 조건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기 위한 것이다. 아니 실은 콘텐츠 산업의 '다른 영역'이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르겠다. 이미 경계는 흐려졌고, 우리는 모두 하나의 게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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