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 일잘러들의 고민해결소

디자인 전공인데 디자인을 하기 싫어요.

3년 전

안녕하세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며칠 뒤면 29살 되는 무직 남자입니다. 20대 전반을 디자인 외 공부를 한 적이 없습니다. 아르바이트는 전무하며 디자인 외주로 용돈을 벌면서 학부 생활을 했습니다. 하기 싫은 것과는 별개로 디자인 감각은 뒤떨어지지 않아서 학점은 부족하지 않게 관리했습니다. 하지만 특출난 건 하나 없고 모두 어중간하게 잘합니다. 학교에서 저의 이미지는 '디자인 잘하는 선배, 후배, 제자'였지만, 사실 거품을 걷어내면 별 것 없습니다. 전공마다 하기 싫은 이유가 하나씩 있었고, 매일 구시렁거리지만, 요령껏 점수를 잘 받으며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뭔가 하나씩 실력이 부족합니다. 저는 휴학을 많이 했습니다. 조울증으로 1년(울증), 군 휴학 2년, 다시 조울증으로 1년(약한 조증-> 울증)을 했습니다. (조울증은 2년 넘게 약을 먹으면서 지금은 우울하지 않습니다) 무지 긴 학교생활을 했고, 이제서야 졸업을 했는데 디자인이 싫어서 막막합니다. 뭔가 해보겠다고 휴학했을 때는 열정이 넘쳐서 이것저것 해봤습니다. 모션그래픽을 하겠다고 뛰쳐나왔고, 3D도 배우고, 인터넷 강의도 들으면서 실력을 쌓았습니다. 감각은 있는지라 초보보다는 수월하게, 그리고 조금 더 잘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벽에 부딪힙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껏 준비하던 것과 다르게 눈이 다른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또 다른 3D 툴도 배우고, 미디어아트에 도전해서 전시도 해보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초청 전시까지 했지만, 모두 어디선가 벽에 부딪힙니다.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데, 당시 약 복용을 하지 않을 때라 심하게 우울해지고 좌절하곤 했습니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뚫을 방법을 찾지만, 조금 우회하는 길을 찾더라도 결국 포기합니다. 그래서 디자인이 싫습니다. 자꾸 혼자 하는 일을 찾거나 아예 다른 일을 하려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스스로를 어떻게 다독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휴학을 오래 했지만, 한 게 디자인밖에 없습니다.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뭘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름 인정받는 건 글쓰기, 디자인, 팀을 이끌거나 중재하는 정도입니다. 못하는 건 말하기, 나서기, 주목받는 일, 제한 시간 내에 무언가 하기입니다. (일 할 때 마감은 잘 지켰습니다. 제한 시간 내 무언가 하는 건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 내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 외 특별하게 잘하는 건 없습니다. 혼자 하는 걸 선호하다 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조언을 받고자 합니다. 무얼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그저 막막합니다. 저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답변은 순한 맛으로 부탁드립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