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이 책의 저자 '제임스 로빈슨'은 역사에 조예가 깊은 정치경제학자이다. 그는 재담가이기도 해서 그의 강의를 듣고 있자면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라틴아메리카를 오가는 한편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다른 저자 '대런 애써모글루'는 다른 의미에서의 대가이다. 대런은 제임스와 같은 정치경제학자지만, 그와는 달리 주로 제도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게임이론이나 네트워크 이론을 전공으로 하고 있다. 한 마디로 현실을 수학으로 표현하는데 더 관심이 많은 교수라고나 할까.

두 저자의 전공과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이해하기 힘든 경제학의 수식을 없애고 영혼 없는 역사기행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 두 대가의 생각이 합쳐진 '대작'이다. 이 책은 역사 속 여러 국가들의 예를 들며 과거에 흥성했던 그리고 현재 흥성하고 있는 곳들의 공통점을 탐색한다. 저자들은 국가를 흥하게 만드는 핵심요소는 바로 국가 내 세력들 간의 힘의 균형, 그리고 그것이 합리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제도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재미있는 동시에 의미 있는 이유는 모든 '실패한 그리고 성공한 나라'의 이야기들이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한국의 사례도 나온다. 한국은 물론(?) 흥성하고 있는 국가의 대표적인 예로 등장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성장해온 과정을 우리 스스로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과거 역사를 해석하면서 너무 편향된 정치 논리에 휩싸인 것은 아닌지, 혹은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동남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자만심을 가지고 훈수를 두는 중은 아닌지.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된다면 안심해도 좋다. 재미없게 쓴 이 서평과는 달리 책의 저자들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거대한 문제를 잠자리에서, 아니면 버스에서 조금씩 읽어나가도 좋을 만큼 풀어 이야기해줄 수 있는 입담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