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와 자동차의 융합이 빨라진다

 

지난 2년 동안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와 자동차 산업 간의 융합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었다. CES 2017은 그 융합의 최전선에 있었다.

 

자동차 관련 브랜드가 주로 포진한 노스홀(North Hall, 북관)뿐 아니라, 어떤 전시장을 가더라도 자동차를 볼 수 있었다. IT 업계 선두주자 인텔(Intel)의 부스에도 자동차가 있었고, 파나소닉(Panasonic)은 자율주행차의 인테리어 컨셉을 제시했다.

노스홀(North Hall) 지도 일부 ©CES 2017

CES 현장 어디를 가든 자동차를 볼 수 있었다. 이는 전통적으로 닫혀 있던 자동차 분야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반증하였다. 각 자동차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기업은 산업 영역을 넘어 다양한 회사와 경쟁해야 할 것을 예상했는지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상품 혹은 기술을 중심으로 홍보하는 대신 각 브랜드의 전략을 강조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기술을 선보였다.

주요 관심사는
역시 자율주행이었다

많은 기업이 앞다투어 2020년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에 관련된 컨퍼런스의 발표자는 시승회나 로드쇼를 통해 2017년이 일반 고객이 자율주행 기술을 처음 접할 원년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한 자율주행차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2018년 혹은 2019년을 목표로 자율주행차량의 대량 생산과 관련된 최종 인허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정작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기술은 자동차와 관련된 기술이 아니다. 인공지능과 5G 네트워크*다. 물론 자동차의 센서나 각종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하지만 차량이 접수하는 모든 정보를 기반으로 사람처럼 판단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개발 속도가 결국 자율주행 시대의 시작점을 결정할 것이다.
* 5G는 '5th generation mobile communications'의 약자다. 2GHz 이하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4G와 달리, 5G는 28GHz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한다.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는 100Mbps. - PUBLY

 

자율주행에 인공지능이 중요한 이유는 딥러닝 때문이다. 차량 운행과 관련된 판단을 사람이 하나하나 코딩한다면 너무나 많은 변수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한편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딥러닝을 통해 차량은 직접 도로와 주변 상황을 비롯하여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소개된 대표적인 인공지능 기술은 인텔에서 발표한 'GO'*와 엔비디아(Nvidia)의 '자비에(Xavier)'**다. 자율주행 시 도로에서 발생할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클라우드의 빅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여 상황에 맞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 솔루션이다.
* 인텔이 발표한 5G 네트워크를 통한 자율주행 솔루션으로 정식 명칭은 '인텔 GO 오토모티브 5G 플랫폼(Intel GO Automotive 5G Platform)'이다. - PUBLY
** 차세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의 SOC(System on Chip)로 활용될 예정이며 드라이브 PX2 모듈을 절반 크기로 축소할 만큼 연산 능력이 향상되었다. - PUBLY

 

닛산(Nissan)의 SAM(Seamless Autonomous Mobility) 솔루션 또한 인상적이었다. 운전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및 대응 방법을 데이터로 만든 뒤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을 통해 다른 자율주행 차량에 전달하여 유사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컨셉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 지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전달하기 위한 통신 기술이 필수다. 인텔과 퀄컴(Qualcomm)에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LTE-A*보다 100배 빠른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모뎀을 공개했다.
*  Long Term Evolution-Advanced의 약어로 1초에 최대 150MB까지 전송할 수 있다. - PUBLY

 

풀어야 할 숙제

 

그러나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기 전에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다.

 

무엇보다 법규, 시장 도입 가격 그리고 자율주행 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각 제조사가 개별적으로 연구소에서 실험하던 기술을 세상에 공개하고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여 대중의 거부감을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더욱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하고 확인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각 나라의 정부는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책임 판단을 위한 법리 체계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자율주행 법규가 다소 시장 친화적인 일부 유럽과 싱가포르는 이미 자율주행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싱가포르는 자국의 교통 체증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자율주행 도입에 적극적이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법규가 만들어지고, 사회 합의가 이루어져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누구나 리무진의 뒷자리를 타고 다니는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모두에게 자신만의 운전기사가 생기는 것이다. 그 기사는 도요타(Toyota)가 CES에서 소개한 컨셉트카 i(Concept-i)처럼 각 개인의 삶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도요타의 컨셉트카 i(Concept-i) ©Toyota

각자가 또 다른 일상 공간을 누릴 자유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을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원하는 형태로 재구성(customizing)하지 않을까?

 

업무, 휴식, 파티 등 다양한 용도의 모습으로 바꿀 수 있겠다. 그렇다면 모든 개별화를 수용할만한 공간을 갖춘 미니밴이 인기를 끌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자동차 OEM 회사와 관련 업계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자율주행차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가 기존의 차량 성능 못지 않게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 경험을 설계하는 역량이 OEM과 관련 산업계에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둘째, 소비자는 이러한 기술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막연한 거부감도 가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미 자동차 평가기관 켈리블루북(Kelley Blue Book)의 자율주행차 조사 응답자 중 1/3은 절대로 자율주행차를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산업계와 대중의 격차는 크다. 다양한 기회를 통해 대중을 대상으로 기술을 시연하여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두 가지 숙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시대라는 파도는 분명히 오고 있다. 기술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파도를 막지는 못하겠지만 미리 준비해서 파도를 탈 수는 있지 않을까? 진정한 자율주행의 의의를 실현하는 곳이 다음 시대의 모빌리티 리더가 될 것이다.

 

[CES 2017 -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자제품 박람회, CES의 중심에도 자동차가 있습니다. '자동차/교통과 IT의 결합'이라는 키워드로 CES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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