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omment

 

PUBLY 박소령 CEO가 도쿄에서 만난 김승복 쿠온(CUON)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쿠온(CUON)은 2007년 도쿄 진보초(神保町)에 설립된 출판사입니다. 2010년부터 한국 문학 시리즈를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고 있으며, 그 시리즈 중에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도 있습니다. 현재 북카페 '책거리'를 운영하며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인터뷰는 2016년 박소령 CEO가 도쿄에 방문한 뒤, 2017년 1월에 진행한 인터뷰 내용 일부를 재편집했습니다. 전문은 '책이 좋아서 - PUBLY 박소령의 저자 중심 여행기'에 실릴 예정입니다.

 

진보초의 한국인, 김승복 쿠온 대표를 만나다

광고회사에서 출판사까지

박소령(이하 박): 원래 광고 회사에 다니다가 왜 갑자기 책과 서점의 세계로 가셨어요?

 

김승복(이하 김): 광고는 클라이언트가 존재하고 클라이언트의 의도가 있어요. 광고 제작은 늘 우리의 의도보다 그들의 만족도를 위해 일합니다. 때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실패할 것으로 보여서 경고를 하지만, 결국 돈 때문에 그대로 진행합니다.

 

재미있는 것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었고, 그중 책은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어요. (웃음) 책은 늘 읽어왔던 것이고 나름대로 남이 쓴 글을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 출판사로 시작하셔서 서점까지 여신 거네요.

 

: 책에 관한 것은 다 해보고 싶었습니다. 독자에서 시작해 책을 만들고 쓰는 사람도 되어 보았고 이제는 책을 파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를 통해 독자 데이터를 볼 수 없었던 점은 늘 안타까웠어요. 소비자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습니다. 우리 손님끼리 교류하게끔 하고 싶어서 북카페를 열었습니다. 이것도 한 5년 전부터 생각한 거예요. 잘하든 못하든 일단 시도해보았고, 생각한 것은 거의 다 이뤄진 셈입니다.

도쿄 진보초의 북카페 '책거리'

: 서점을 열기까지 5년 정도 고민하셨는데요, 어디에 낼지도 고민을 많이 했을텐데 왜 진보초(神保町)*였나요?
* 도쿄의 유명한 책의 거리이자 고(古)서점이 가장 큰 규모로 밀집한 지역이다.

 

: 진보초라서요. 서점의 거리잖아요. 도쿄 진보초에는 서점뿐 아니라 출판사도 매우 많아요. 거기서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서점을 열고 보니 진보초가 아니었어도 상관없었을 것 같아요.

 

: 왜요?

 

: 손님은 원하는 데라면 어디든 가는 것 같습니다. 전철역에서 내려 20분을 더 걸어야 하는 거리라도 원하는 게 있으면 손님들이 찾아와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취급할 수 있는지의 문제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책거리가 이제 딱 1년 반 되었어요. 이렇게 B2C 장사를 한 것은 처음이에요. 전 그동안 B2B만 해왔거든요.

 

고객은 원하는 것을 찾아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충분한 대가를 지급하고 어디든 걸어서 올 것 같아요. 고객의 성격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계속 생각하는 것이 매우 새로워요.



: 진보초가 일본에서 꽤 중요한 곳 같은데요, 어떤 상징성이 있나요?

 

: 일본 사람들에게 진보초는 '책의 거리'예요. 책이 있는 곳, 책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 책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역사도 100년이 넘고요.*

 

진보초에는 에도 시절부터 학습 기관이 있었습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이 동네에 대학이 많이 생겼어요. 대학생들이 책을 사고, 공부한 책을 되팔면서 책 거래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 곳입니다. 책방이 하나둘 생기면서 지금의 진보초가 된 거죠.
* 진보초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점은 1877년 문을 연 '유히가쿠(有斐閣)'라는 곳이다. - PUBLY

: 제가 2016년 진보초에 갔을 때 책에 관한 축제가 열리고 있었어요. 그 축제는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행사인가요? 아니면 정부에서 주최하나요?

 

: 정부 행사는 아니고요, 고서점들이 여는 고서 축제와 출판사 주최의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축제예요. 시바타 씨가 20년 전부터 기획한 '진보초 북 페스티벌'과 이보다 오래된 간다 고서 축제(東京名物神田古本まつり, 고서 마츠리)가 2016년에는 같이 진행됐습니다.

 

: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되나요?

 

: 쿠온 출판사는 올해 처음 참여했어요. 이틀 동안 참가하면서 책도 많이 팔았어요. 참가비로 5만 엔(한화로 약 51만 원)을 내고 책을 약 350만 원 정도 팔았으니 이 정도면 잘한 것 같아요. 다른 출판사는 더 많이 팔았겠죠. 판매보다 다른 출판사들과 더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희는 진보초에 들어온 신참이고 한국의 콘텐츠라는 특수성 때문에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기획자인 시바타 씨가 저희 같은 신참내기에 관심을 기울이며 동네 사람들에게 "이들은 꼭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책거리는 3층에 있기 때문에 지나가다 우연히 들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한국을 아는 사람, 관심 있는 사람만 알고 들어오는 곳인데, 이번 북 페스티벌 덕분에 많이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아래 내용은 김승복 대표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발행하는 월간 웹진 '출판이슈'의 2016년 11월호에 기고한 '진보초 북 페스티벌과 시바타 할아버지'의 일부입니다. 원 저자의 허락을 받고 내용 일부를 게재합니다.

북 페스티벌이 열리는 진보초 거리 입구 ©김승복


필자는 2010년부터 한국문학을 중심으로 번역출판을 하다 2015년 7월에 한국 전문 북카페 '책거리'를 책의 거리 진보초에 오픈하였다.

진보초는 현재 고서점 180개 정도가 영업하고 있고 250여 개가 넘는 출판사가 모여 있는 책의 향기가 가득한 곳으로 세계적인 서점가이며 책에 관한 것들이 수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명실상부한 책동네이다.

에도막부 시대인 1790년에 유학자들을 위해 세워진 학교 '창평학(도쿄대학의 전신)'이 진보초에 생기면서 이곳에 학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로  대학들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어디를 가나 책이 있는 풍경이 이 동네에 펼쳐졌다.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으로 쭈욱 서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아침이면 너도나도 가게 밖까지 매대를 설치하여 책을 진열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에 비해 반대쪽은 서점이 한 군데도 없다. 그 이유는 햇볕이 드는 쪽이라 책이 바래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건너편에는 책방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책방 동네가 10월 말이면 골목골목 발 디딜 틈도 없이 책과 사람들로 붐빈다. 바로 진보초 북 페스티벌과 고서 축제가 함께 열리기 때문이다. 진보초 북 페스티벌은 스즈란 거리를 중심으로 150여 출판사와 서점들이 신간 서적을 염가로 판매하는 축제이다. 고서 축제는 고서점들이 거리에 나와 매대를 설치하고 할인판매를 한다. 출판사들은 반품된 책들을 중심으로 반액 세일을 하거나 아예 1,000엔으로 일률 판매하는 곳도 많다.(일본은 도서 정가제가 실시되고 있으나 법률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 업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이런 행사 등을 통해 종종 할인 판매가 이루어진다.)

김승복 대표의 신념
: 쿠온과 책거리를 하면서 고수하는 어떤 철학 혹은 신념이 있으신가요? 비즈니스 차원에서 타협하지 않는 철학이나 굳건한 가치가 궁금합니다.


: 일단 콘텐츠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나 책거리 멤버만 느끼는 재미가 아닌 보편적 재미가 있어야 하는 거죠. 저희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으면 일본어로 번역하고 이벤트로 기획합니다. 여러 책을 검토하면서 질적 수준을 판단하게 되는데 수치보다는 직감으로 움직여요. 거창한 건 없습니다.  


: 데이터는 얼마나 중요하게 보나요?


: 쿠온이 갖고 있는 일반화된 데이터는 없어요. 쿠온이 지향하는 시장은 매우 니치(niche)하잖아요. 알라딘이나 교보문고와 같이 빅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점치는 것과 달리 저희가 50권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집계하기에는 양이 너무 적어서 일반화하기 어렵습니다.


쿠온에게만 유효한 반면 다른 곳에도 활용될 정도로 가치가 높아 보이지는 않아요. 대신 저희 데이터는 특수하다고 생각합니다.

 

리포트 목차

 

1. 책이 좋아서 떠난 박소령의 여행기

- 2박 3일 포틀랜드 서점

 

2. 책이 좋아서 쓰는 PUBLY 팀의 이야기

- PUBLY 팀이 꼽은 올해의 책 12권
- PUBLY 뉴스레터, 꼭 읽어야 할 글 12편

 

[책이 좋아서 - PUBLY 박소령의 저자 중심 여행기]

김승복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을 포함한 리포트는 2017년 2월 15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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