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일본의 서서 먹는 식문화를 뜻하는 다치구이. 1600년경에 나타난 이 식사 스타일은 짧은 시간에 가볍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소바, 우동 등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서서 먹음으로써 시간을 아끼고 끼니를 때우려는 목적입니다. 식사시간을 아끼는 것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서서 먹는 이유는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서서 먹는 목적이 과거에는 시간의 절약이었다면 현재는 공간의 절약을 위해서가 더 주요합니다. 서서 먹으면 고객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식사하는 속도가 빠르니 회전율이 높아집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정 시간 앉아서 먹는 방식보다 더 많은 고객을 받을 수 있으니 비싼 임대료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고객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갑니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치구이 소바집과 우동집은 한 끼에 300엔 수준으로, 같은 메뉴를 파는 식당들의 절반 가격입니다. 


간편하게 식사한다고 해서 메뉴까지 간편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동안은 시간과 공간을 절약해 저렴한 음식을 더욱 낮은 가격에 먹기 위해 서서 먹었다면, 이제는 고급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먹기 위해 고객들이 서서 먹는 방법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