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간판이 없는 가게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만 찾아오라는 뜻입니다. 간판의 힘보다는 입소문의 힘을 빌려 손님을 불러 모으려는 시도입니다. 단순히 간판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미션을 수행해야 입장이 가능한 곳들도 있습니다. 뉴욕에 있는 ‘Please don’t tell’이라는 바가 대표적입니다. 찾기 힘든 위치에 있는 건 기본이고 다른 매장에 있는 전화부스에서 ‘#1’을 눌러야만 문이 열립니다. 은밀하고 불편할수록 더 찾고 싶고 가고 싶어지는 심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지금이야 알리기 위해 간판을 드러내지 않지만, 원래는 가게를 숨기기 위해 간판을 달지 않았습니다. 미국 금주법 시대(1919~1933년)에 사람들이 몰래 술을 마시기 위해 간판 없는 술집을 만든 것입니다. 단속을 피해 만들어진 비밀 술집인 만큼 간판이 없고 입구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간판 없는 술집을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라고 불렀습니다. 단속에 들킬까 봐 손님들에게 ‘작게 말해Speak easy’라고 주의를 준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현재처럼 알리기 위해서건, 과거처럼 숨기기 위해서건 비밀스러운 공간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도쿄 긴자 거리에 있는 시계 매장인 ‘니콜라스 G. 하이에크 센터’도 비밀의 공간이 주는 매력을 활용했습니다. 공개적으로 숨어 있기에 한 단계 더 진화한 모델입니다.